연말리퀘로 쓴 드림소설
흐으윽 울비 제여자 (???)
낮잠
written by Esoruen
to. RosenRitter
날씨가 좋은 겨울날의 낮은 아름다웠다. 따뜻한 담요와 푹신한 의자. 그리고 혀가 녹아버릴 정도로 달콤한 디저트와 고급 차. 귀족의 티타임에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들만 모인 홀든가의 응접실은 두 아가씨의 수다로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오늘따라 늦네, 두 사람”
창가에 앉아 시린 공기를 가르고 들어오는 햇빛을 보고 있던 베아트릭스는 다 마신 찻잔을 내려놓고 하품을 했다. 본래라면 오늘은 아무 일정도 없던 날. 무리해서 벨져를 보기 위해 이까지 찾아온 그녀는 어제 밤늦게까지 수업 준비를 한 탓에 약간의 피로가 쌓여있었다.
“그러게~ 오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홀든가의 1류 파티쉐가 만든 쿠키를 우물거리며 답한 울비는 찻주전자에서 차를 따르려고 했지만, 주전자는 붉은 물 한 방울도 토해내지 않았다. 차가 떨어질 정도로 마셨는데도 오지 않다니. 이런 일은 없었는데. 다이무스와 벨져는 누군가를 기다리게 할 정도로 무책임한 남자들이 아니었다. 특히 그 상대가 연인이라면, 오겠다는 시간에 반드시 오는 그런 사내들인데.
“설마 사고라도 난건…”
“그럴 리가~ 그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길 리가~ 아마 업무가 늦어지는 게 아닐까?”
“그러면 좋겠지만”
한숨을 내쉬며 안경을 한 손으로 올린 베아트릭스는 가볍게 하품했다. 피곤한데다 배까지 부르니 잠이 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녀의 기분은 단번에 읽은 울비는 장난스럽게 웃고 그녀의 옆으로 의자를 당겼다.
“우린 올 때 까지 낮잠이나 잘까?”
“뭐? 그랬다간 살찔 텐데… 방금 막 먹은 상태고…”
“괜찮아~ 베아는 먹어도 다 여기로 갈 거 같으니까~!”
쿡. 울비는 검지로 베아트릭스의 가슴을 쿡 찌르며 자지러지게 웃었다. 물론 즐거운 것은 그녀 뿐, 당한 베아트릭스는 얼굴이 빨개져 마치 학생을 혼내는 것 같이 그녀를 혼냈다.
“이런 장난은 파렴치하잖아!”
“하하하~! 역시 재밌는 반응이네~ 진정하고 한숨 자자! 베아는 조금 더 쪄도 돼!”
혼내는 말을 듣고도 잔뜩 능청을 떤 울비는 담요를 가슴께까지 끌어올린 후 베아트릭스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조금 더 잔소리를 하려고 준비 중이던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제게 기대는 친우를 보고 표정이 풀리더니 이내 살짝 웃고 사이좋게 눈을 감았다.
따뜻한 햇살 때문일까, 아니면 따뜻한 차와 다과 덕분이었을까. 나란히 의자에 앉아 서로에게 기대고 있던 두 사람은 금방 잠에 들었다.
방금까지 수다로 시끄러웠던 응접실이 조용해지고 햇빛이 조금씩 약해질 때 까지, 방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기다림은 영 헛되지는 않았다. 딱 저녁을 먹을 때 쯤 되자, 두 남자의 구둣발 소리가 응접실 앞에 멈춰 섰으니까.
“베티”
맨 먼저 응접실에 들어온 것은 홀든가의 차남이었다. 마치 여성처럼 아름다운 머릿결을 가졌지만, 그 몸은 다부져 남성미가 흐르는 벨져는 나란히 앉아서 자고 있는 형의 연인과 제 연인을 번갈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부랴부랴 왔더니, 의자에 앉아 자고 있다니. 그래도 기다리다 못해 떠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할까. 머리를 가볍게 긁적인 그는 뒤따라 온 제 형에게 물었다.
“너무 늦어버린 거 아닐까. 형아”
“괜찮다. 아직 저녁식사 전이니”
차가운 공기가 묻은 코트를 툭툭 턴 다이무스는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울비에게 다가가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가운 손이 제 뺨에 닿고 나서야 정신이 든 울비는 느릿하게 눈을 떴다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이무스를 보고 활짝 웃었다.
“왔어?”
“늦어서 미안하다. 갑자기 업무가 생겨서”
“나는 기다려 주다가 늦은 거지만”
벨져는 변명하듯 그렇게 말하고 베아트릭스 옆의 빈 의자에 앉았다. ‘안 물어 봤는데’ 그렇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벨져를 슥 쳐다본 울비는 자신을 쓰다듬는 다이무스의 손에 입 맞추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저녁 먹으러 가자!”
“그러지. 벨져, 먼저 가겠다”
“알았어”
얼른 두 사람이 나가길 바라는지 벨져는 먼저 가겠다는 둘을 말리지도 않고 잠든 연인의 손을 잡았다. 저녁식사는 곧 준비될 테니, 어차피 벨져와 베아트릭스도 곧 나와야겠지. 작게 한숨을 쉰 다이무스는 울비의 손을 꼭 잡고 같이 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