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민이랑 연성교환으로 쓴 글. 님들 펭귄 게이 파세요

 

 

체크메이트

written by Esoruen

to. 동글민이

 

 

 

코왈스키는 머리 쓰는 것을 좋아했다. 아니, 머리 쓰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우수한 두뇌는 언제나 놀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는 언제나 스키퍼의 요청이 따라 작전을 짜거나 발명품을 만들어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걸 ‘귀찮은 일’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코왈스키는 자신이 특공대의 브레인이라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했기에 이 모든 것이 전혀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스키퍼가 자신에게 이런 일을 내려주지 않는다면 그는 굉장히 상심하곤 했다.

그리고 머리 쓰기 좋아하는 그의 여흥중 하나는, 스키퍼와 두는 체스였다.

 

“으음”

 

스키퍼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흑백으로 뒤덮인 체스판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코왈스키가 이기고 있는 그 게임은, 스키퍼로써는 어디를 손써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렵게만 다가왔다. ‘역시 코왈스키군’ 경외에 가까운 소리 없는 감탄은 스키퍼의 손을 묶어버렸다. 어떻게 움직여도, 자신은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쉽게 져주는 것은 대장체면이 서지 않지. 그런 복잡한 감정으로 말을 옮기려 할 때,

 

“이웃사촌들~! 거기 있는가~!”

“이런”

 

저 미친 여우원숭이.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린 스키퍼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또 무엇 때문에 자길 부르는 걸까. 분명 귀찮은 일이겠지만 지금 대답해주지 않는다면 더 귀찮아질게 뻔했다.

 

“미안하군 코왈스키, 다녀오지”

“다녀와, 스키퍼”

 

코왈스키도 이런 상황은 익숙했다. 그래서 그는 아무 불편함도 없이 게임 상대를 보내주었고 잠시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앞으로 5번’ 혼자만의 시뮬레이션으로 체스말을 움직인 코왈스키는 제 승리를 직감하고 웃었다. 제 차례가 5번 지나면 체크메이트가 나올 판. 남은 것은 자리를 비운 스키퍼가 돌아올 것을 기다리는 것 뿐.

그런데 웬일인지 사라진 스키퍼는 30분이 지나도록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뭔가 사고라도 난 걸까.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상대가 그 여우원숭이 왕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 동물원이 폭파되거나, 갑자기 우리의 한 가운데 마그마가 솟구쳐 나와 화산이 만들어 지는 등, 어떤 황당한 일에도 특공대원들은 ‘아아 또 줄리안 대왕이 사고를 쳤군’ 이란 말을 하는 것 외엔 어떤 의문도 품지 않을 것이었다.

어차피 이긴 판이니, 그냥 접을까. 그런 고민을 하며 애꿎은 체스말만 만지작거리던 코왈스키는 맞은편의 의자가 덜컥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음?”

 

상대방 의자에 앉은 것은 스키퍼가 아니었다. 입가의 상처를 우물거리듯 입술을 꾹 다문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코왈스키를 향해 웃어보였다.

 

“리코”

“놀자”

 

이 녀석은 언제나 제 말만 하지. 코왈스키는 스키퍼 대신 앉아 말을 움직이는 리코를 미워할 수 없었다. 말수가 적고 (아니 사실은 말수가 적다기 보단 말하는 법을 잊은 것처럼 보이지만) 행동으로 모든 걸 표현하는 리코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힘든 녀석이었지만 나쁜 녀석이 아니었다.

 

“이미 다 끝난 판인데, 새로 할까?”

 

리코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을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곧 지니 의미가 없는데. 리코는 그런 걸 생각할 줄도 모를 만큼 체스엔 보는 눈이 없는 걸까. 한숨을 쉰 코왈스키는 더 이상 리코를 말리지 않았다. ‘룰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은데 나랑 놀아주려는 게 기특하니 제 마음대로 하게 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리코가 움직인 말을 본 코왈스키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 할 뻔했다.

 

‘어라?’

 

그렇게 움직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제 예상과 다른 말의 움직임에 잠시 당황한 그는 리코를 슬쩍 보았다. 리코는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저 웃으며 상대방의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연이겠지’ 제 예상도 가끔은 빗나갈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코왈스키는 다음 수를 움직였다가 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

 

두 번째 수도 제 예상과 완전히 빗나갔다. 이럴 리가 없는데. 솔직히 많이 당황한 그는 리코가 불리한 상황을 가볍게 빠져나온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리코가 체스를 두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룰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제 착각이었던 걸까.

 

“제법 하잖아?”

 

애써 태연한 척 말을 건 코왈스키는 돌아오는 리코의 다음 수에 말문이 막혔다. 이건 절대 초보의 수가 아니야. 확신한 그는 몸을 숙여 리코와 시선을 맞추었다.

 

“…너 체스 얼마나 둬 본거야?”

“코왈스키”

“왜?”

“생선”

 

리코는 뜬금없이 생선이야기를 꺼내며 바깥쪽으로 손가락질을 했다. 워낙 앞뒤가 안 맞는 녀석이긴 하지만 갑자기 생선이야기라니. 생선중독자라서 생선의 환각이라도 본 건가. 별 의심도 않고 고개를 돌린 코왈스키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다.

 

“뭐야, 생선이 뭘 어쨌…”

 

쪽. 도로 고개를 돌린 코왈스키는 제 입에 부딪힌 것이 리코의 입술인 것을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3, 2, 1. 정확히 3초의 침묵 후 리코가 자신에게 기습키스 한 것을 자각한 그는 기지가 떠나가라 소리치며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뭐, 뭐, 뭐하는 거야 리코오오오!!!”

 

와장창. 넘어지면서 탁자까지 건들고 만 탓에 체스판과 탁자까지 같이 넘어지며 만들어진 소리는 그의 비명만큼이나 요란했다. 난장판이 된 바닥, 그리고 귀 끝까지 빨개져 자신을 보는 코왈스키. 모든 걸 묵묵히 바라본 리코는 이가 드러나게 씩 웃더니 이렇게 말했다.

 

“체크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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