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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페제널 존좋... 여러분 데페제널 파주세요 엉엉
싹둑. 붕대를 한 번에 잘라버리는 의료용 가위의 끝은 날카로웠다. ‘다 됐습니다’ 위생병의 초조한 목소리와 달리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은 제너럴은 겨우 피가 멎은 제 팔을 매만졌다. 손길이 스쳐지나갈 때 마다 선명하게 떠오르는 아픔. 아직도 제 팔에 총알이 박혀있는 것 같은 이물감이 들었지만 그 모든 것은 기분 탓일 뿐. 제너럴은 위생병 옆에 놓인 붉은 탄환을 보고 중얼거렸다.
“개조탄이군. 카르텔 안에서도 이런 걸 만들어 낼만한 인재가 있는 건가”
“어쩌면 지젤의 짓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 인간은 인정하기 싫지만 머리만큼은 똑똑하니까, 저런 걸 만드는 건 일도 아닐겁니다”
“그렇군”
방금 전 까지 제 팔에 박혀있던 탄은 제 피 냄새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팔에 맞은 게 다행이지, 저게 만약 머리나 심장에 박혔으면 자신은 죽었을 것이었다. 끔찍한 상상을 하던 그는 주변을 둘러보고 위생병에게 속삭였다.
“데스페라도가 혹시 와서 묻거든 나는 괜찮다고 전해주게”
“네?! 아, 아니. 그 사람이라면 제 머리에 총이라도 겨눌 것 같은데…!”
“내 이름을 말하면 아마 건들지 못할 거야”
제너럴의 당부에 병사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날 수 있었다. 전투는 끝났지만, 아직 자신의 할 일은 많았다. 다쳤다고 해서 쉴 수 있을 만큼 황도군의 장군 자리는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쉬어도 된다 해도 쉴 만큼 제너럴은 일에 유도리가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쉬엄쉬엄 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다 지혈한 게 소용없어지면 정말로 저 죽을지 모릅니다!”
“염려 말게”
안절부절 하는 부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너럴은 여유롭게 웃어보였다.
위태로운 걸음으로 제 집무실까지 온 제너럴은 힘겹게 의자에 앉아 몸을 기대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욱신거렸던 팔은 이미 지혈이 소용없게 된 것인지 흰 붕대가 조금 더러워져 있었다. ‘이런’ 다행이 피는 조금밖에 나지 않았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그는 이걸 어떻게 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조금 있으면, 데스페라도가 올 텐데’
그에겐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던 제너럴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를 맞이하려고 했다. 팔의 붕대에 대해 물으면 ‘총알이 스쳤다’라고 거짓말을 할 생각이었고, 아픔이 몰려오는 것은 웃는 것으로 감출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지러워서는, 붕대가 붉게 물들어서는…
“제너럴”
쥐죽은 듯 조용한 집무실 문을 연 데스페라도는 책상 위에 엎어져 자는 그림자를 발견하고 한숨을 쉬었다. 방금 전투가 끝났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오긴 했지만, 전투로 피곤해 졌으면 방에 돌아가서 자도 될 것을 일하는 곳에서 이러고 있다니. 정말 지독한 일벌레다. 그렇게만 생각한 그는 제너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기서 자지 말고…”
돌아가서 자. 그렇게 말하려던 그는 제 손에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반사적으로 손을 뗀 데스페라도는 주먹을 두어 번 쥐어보곤 무언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채었다.
“제너럴?”
위화감을 느끼고 나서야 눈에 띈 것은 피로 물든 붕대. 제너럴의 왼팔에 감긴 붕대에서는 피 비린내가 났다. ‘이 녀석’ 버럭 소리를 질러 화를 내고 싶었지만 아픈 사람을 상대로 그럴 수는 없었던 데스페라도는 이를 꽉 물고 그를 일으켰다.
기절한 듯 보이는 제너럴은 제 몸이 끌어 오른 와중에도 눈을 뜨지 않았다.
“거기! 밖에 누구 없어?! 야!”
데스페라도가 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부하들도 뭔가 이상한 것을 알아챘는지 하나 둘 씩 그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힘겹게 제너럴을 업어 든 그는 색색거리는 숨소리에 마음이 조급해 졌다.
“위생병은 어디 있지?”
평소에도 상당히 위압감이 있는 그의 목소리였지만, 그때 그의 목소리는 평소에 목소리가 귀여워 보일 정도로 험악했다.
“그, 그러니까! 저는 분명 무리하지 마시라고 말씀 드렸는데…!”
“닥쳐! 부하라고 전부 상관 말에 ‘네이, 네이 알겠습니다~’ 할 거면 위생병은 때려 치던가!! 지금 이 녀석은 네 상관이기 전에 환자잖아! 이래서 황도군이란 마음에 들지 않아!!”
아. 또 화났다. 제너럴이 깨어나며 처음 든 생각은 저것뿐이었다. 데스페라도의 화난 목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그는 제 연인이 맹렬히 누군가를 쏘아 붙이는 소리에 어지러운 몸을 일으켰다.
“너무 제 밑의 사람을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데스페라도”
“제너럴!! 일어나셨습니까?!”
살았다! 그렇게 표정으로 말하고 있는 위생병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데스페라도를 가리켰다. 빨리 이 사람을 말려 보라는 거겠지. 제너럴은 기분 나쁜 두통이 가시질 않은 머리를 가볍게 헝클였다.
“제가 시킨 일이니 화를 낼 거라면 저에게 내 주세요”
“됐어, 아픈 놈에게 어떻게 화를 내? 하여간, 열이 펄펄 끓고 팔에는 상처까지 입은 주제에 일하겠다고 설친 등신 같은 게 내 애인이라니”
“…걱정 되면 그냥 걱정 된다고 말 하세요”
제너럴의 말에 불평을 쏟아내던 입을 꾹 다문 데스페라도는 들으라는 듯 혀를 찼다. 쯧. 그리고 그렇게나 욕을 했던 위생병을 손짓으로 쫒아내고, 상체만 일으킨 제너럴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넌 안전 불감증이야. 조금 더 네 몸을 걱정하라고”
“안전 불감증이라뇨. 이렇게 보여도 제가 들어간 작전에선 사상자 수가 월등히 적습니다만”
“바보야, 네 몸에 대한 안전을 말하는 거잖아? 가장 중요한 건 네 목숨이야”
과연 그럴까. 제너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이제까지 황도군만을 위해 살았고, 전쟁만이 제 일이었다. 뼛속까지 군인인 그에겐 조국과 군(軍)만이 전부였는데, 이제 와서 제 몸을 제일 먼저 챙기라니.
“걱정 마세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하냐. 바보같이”
질렸다는 듯 답한 데스페라도는 그의 몸에 충격이 가지 않게 살짝 끌어안고 핏기 없는 볼에 입을 맞췄다. 흐르던 땀이 식은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지만, 데스페라도는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넌 내 연인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