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배소년 총통조 디스티 드림
- 오리주 주의
- 드림 전력 '너의 빨강구두' 52번째 주제 : 축하해
축하해
written by Esoruen
“…저기, 군의관. 이건 뭡니까”
셀렌은 어느 때와 같이 의무실을 찾아왔다가 황당함에 얼어버리고 말았다. 피투성이, 살점 덩어리들, 그리고 가끔 어디서 주워온 건지 모를 신체의 일부와 버려진 몸들 틈. 평소와는 달리 깨끗한 의사가운을 입은 디스티는 무엇으로 구성 된 건지 조금도 감이 오지 않는 케이크를 만들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보통 케이크라면, 새하얀 생크림과 아이보리색 빵이 보여야 할 텐데. 어째서 이 케이크는 파랗고 노랗고 붉은가. 셀렌은 차마 그 이유는 묻지 못했지만, 그가 무엇을 하는지 정도는 묻고 싶어졌다.
“응? 보면 모르나? 케이크잖아”
“케이크가 이런 색이 나올 수 있습니까. 색소로 만든거라면 인정하겠습니다”
“색소야”
“거짓말 같은데요?”
셀렌이 지그시 노려보자 디스티는 모르는 척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가르쳐 줄 리가 없지. 그걸 잘 아는 셀렌이었지만 그가 이걸 먹으라고 할까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왜 케이크를 만들고 있는 겁니까. 군의관”
“디스티님”
“…디스티님”
저 고집불통. 셀렌은 질렸다는 듯 혀를 찼다. 디스티는 괴짜인 만큼 고집도 만만치 않았고, 그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그의 고집을 따라주어야 했다. 그녀는 그와 같이 있는 세월이 이 열차의 누구보다도 길었고, 이 열차에서 가장 그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라고 봐도 좋았다.
“거야 당연히 축하하기 위해서지. 이히히. 케이크의 목적은 그것뿐이잖아?”
“단순히 맛있다는 이유는 없는 겁니까?”
“그건 목적이 아니지”
“…뭐가 어찌되었든, 축하할 건 뭡니까?”
어차피 이 인간이 축하할 거라면 몇 없겠지만. 셀렌은 제가 물어놓고도 내심 그리 결론을 내린 후였다. 디스티에게 중요한 것은 제가 하는 그 괴악한 인체개조와 이 열차의 행방. 그리고 재밌는 일 뿐. 아마 이번은 이렇게나 어지러운 가운데 만든 케이크니 뭔가 재밌는 개조에라도 성공한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던 셀렌의 얼굴 앞으로, 상처투성이의 흰 손이 다가왔다.
“물론 네 생일이지”
“네?”
자신의 생일은 없는데. 셀렌은 디스티의 손에 묻은 붉은 생크림을 보다가 농담하지 마란 듯 웃었다.
“제 생일은 저도 모릅니다만. 군의관”
“디스티님, 이라고 부르라니까! 그리고 없긴 왜 없어? 정말 아무 짐작도 가지 않나?”
“네”
쳇. 디스티는 실망한 티를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내며 애꿎은 케이크를 푹푹 찔렀다. 어차피 예쁘게 모양내어 만든 케이크도 아니었지만, 엉망으로 찔리는 케이크를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든 그녀는 결국 그에게 손을 들었다.
“모르겠으니 가르쳐 주시지요, 디스티님”
디스티님. 그 호칭에 손을 멈춘 디스티는 형형색색으로 물든 제 손을 케이크에서 빼내었다. 단내가 진동하는 손을 핥는 그는 꽤 기분이 좋아보여, 셀렌은 내심 안심하고 말았다.
“좋아, 뭐. 바보들은 많은 걸 잊어버리니까”
“전 바보가 아닙니다”
“바보라곤 안했어, 셀렌 중위”
손을 깨끗하게 만든 디스티는 다시 한 번 셀렌에게 다가와, 그녀의 오른쪽 가슴을 가리켰다.
“네 심장이 여기로 간 날이, 오늘인데 말이지”
“…아”
그랬나. 셀렌은 이제 기억났다는 듯 표정을 구겼다. 언젠가 자신이 반란군에 죽을 뻔 했던 그날, 제 동의도 없이 자신을 살려주고 제 심장을 멋대로 반대쪽으로 옮긴. 디스티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을 개조한 그 날이, 바로 몇 년 전 오늘이었다.
“그게 왜 제 생일입니까”
“다시 태어났잖아.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인간으로. 목숨도 건졌고”
“아니, 어디가 효율적입니까?”
“사람들은 모두 왼쪽에 심장이 있으니 거길 쏘려 들지만, 넌 오른쪽에 있으니 맞아도 안 죽잖아?”
“폐에 맞아도 죽습니다. 총은”
“난 아닌데. 코일 대위가 내게 오른쪽 가슴 쏜 거 알잖아?”
아아. 이 사람이랑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하리. 군모를 벗고 잿빛 머리를 헝클인 그녀는 포기했다는 듯 엉망이 된 케이크를 보았다.
“저거, 설마 저 먹으라고 준비한 겁니까?”
“안 먹어도 돼. 케이크는 축하의 의미로 충분하니까”
“됐습니다. 먹고 죽는 게 아니라면 먹죠. 아깝기도 하고”
‘질색할 줄 알았는데’ 그런 표정으로 셀렌을 바라본 디스티는 웬일로 소리 내지 않고 입꼬리만 올렸다.
“그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