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리조토 네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1회 주제 : 첫인상
첫인상
written by Esoruen
무거운 것이 쓰러지는 소리에 리조토는 고개를 들었다.
타깃 제거. 어딘가에 메모하듯 머릿속으로 중얼거린 그는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날붙이의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암살당한 것 치고는 정말이지 쓸데없이 잔인한 죽음이다. 제가 저지른 일인데도 현장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는 것은 어째서일까.
“후우”
암살팀의 리더인 그는 암살에 딱 맞는 스탠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21살 때 얻은 그 능력은 쇠붙이를 쏟아내며 죽는 잔인한 형태와는 별개로 몰래 누군가를 죽이기에는 적당한 능력이었기에, 파시오네의 말단인 그를 단숨에 암살팀에 리더 자리에까지 올려주었다.
어차피 처음 저지른 범죄도 암살이었지만, 그때는 이렇게 편하고 잔인하게 죽이진 않았는데.
타깃에 몸에서 나온 면도칼을 주워든 리조토는 금방이라도 제 피부를 찢을 듯 날카로운 날에 손을 얹어보았다. 푸욱. 부드럽게 손가락 끝으로 파고든 날과 함께 새어나오는 검붉은 피. 그리고 그 피에는 제 스탠드 ‘메탈리카’가 비친다.
남들 눈에는 이 광경이 꽤나 그로테스크해 보일지 몰랐지만, 리조토는 이제 제 스탠드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었다.
돌아가면 또 서류가 밀려있을 테지. 제 사무실을 떠올리며 한숨을 쉰 그는 들고 있던 면도칼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힉!”
툭. 면도칼이 근처에 버려진 커튼에 꽂히면서 난 소리는 절대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쯧, 날벌레가 붙었나?’ 일이 끝나고 긴장을 풀고 있던 리조토는 방심하고 있던 자신의 한심함에 혀를 찼다. 아무리 제가 일처리가 깔끔하고, 타깃도 처리했다고 해서 주변에 다른 적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다니.
다만, 조금 거슬리는 것은 자신은 지금까지 타깃 이외의 기척은 느끼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방금 그 비명은 분명 여성의 목소리였다.
“누구냐. 지금 나온다면 최악의 꼴은 면할 거다”
“…어휴 무서워라. 최악의 꼴이라니. 동료에게 너무하네. 시뇨르 리조토 네로”
목소리는 분명 낡은 커튼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설마 저 커튼 아래에 숨어있단 말인가. 리조토는 제 눈을 의심했다. 바닥에 납작 붙어있는 커튼에는 조금의 굴곡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상대도 스탠드 능력자인가. 그렇게 의심하고 있을 때, 커튼의 위에 무언가가 인쇄되듯 조금씩 선명하게 여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적이 아니야, 정보 관리 팀에서 나왔어”
완전히 선명해진 여자의 모습은 천에서 튀어나오더니, 이내 평범한 사람의 모습이 되었다. 오른쪽에서 왼쪽이 비대칭인 검은 생머리를 빗고, 제 몸가짐을 정리한 그녀는 자신을 황당하다는 눈으로 보는 리조토에게 윙크했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부끄러운데, 이정도 미녀는 처음 봐?”
“정보 관리 팀에서 무슨 일이지. 중요한 일이 아닌가? 빨리 말해”
“역시 생긴 거랑 다르게 일에 충실한 타입이네. 나는 그런 남자가 좋더라!”
정말 이 여자는 자신과 같은 파시오네일까. 리조토는 그녀의 옷에 달린 파시오네의 단추를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평범하게 자신만만한 거리의 아가씨로 보이는 그녀는 제 핫팬츠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리조토 앞에 내밀었다.
“보스가 내려준 지령이야. 이건 혼자만 알고 있도록. 동료들에게도 기밀로 해라는 명령이야”
“또 거물의 암살인가. 이번엔 누구지? 국회위원 쯤은 되나보지?”
“나도 몰라. 난 편지를 전해주고 정보를 주워오는 비둘기일 뿐인걸”
자조적인 걸까. 아니면 그저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걸까. 그녀는 꽤나 자신의 위치를 냉정하게 표현했다. 확실히 ‘정보 관리 팀’ 이라는 것은 저런 것이었지. 조직에 필요한 정보는 주워오지만, 보스가 원치 않는 것은 알아선 안 되고 알려지게 해서도 안 되는 집단.
‘그런 점이 싫어’ 속으로 중얼거린 리조토는 지령이 적힌 편지를 챙겼다.
“이름은?”
“어머머, 헌팅은 곤란한데. 나는 바로 가봐야 하거든”
“……”
“…그런 표정으로 볼 것 까진 없잖아? 잘생긴 얼굴 아깝게”
킥킥. 입을 가리고 웃는 여자의 입술은 붉은 색이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치고는 참으로 튀는 행색이다. 자신이 하기엔 조금 그런 말일지 몰랐지만 그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리조토는 거리에 있다면 어떤 남자라도 뒤돌아 볼만한 차림의 그녀를 무의식 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짧은 핫팬츠, 배가 다 보이는 상의, 너무 화려하진 않지만 바를 건 다 바른 것 같은 풀 메이크업…
“파네 비안코야. 내 이름”
자신을 보는 시선이 싫지 않을 걸까. 성큼성큼 그에게 다가온 파네는 두 손으로 리조토의 뺨을 감싸곤 깔깔 웃었다. 살짝 놀란 붉은 눈. 모자 밑 헝클어진 은발을 제가 애인이라도 되는 마냥 정성스럽게 정리해 준 그녀는 자신보다 연상으로 보이는 리조토의 코를 겁도 없이 톡톡 쳤다.
“앞으로 자주 볼 거니까, 예쁘게 봐줘요 리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는 또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그럼 안녕’ 등장과 달리 평범한 작별인사와 함께 파네는 금방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리더는 무슨’ 리조토는 찜찜한 기분에 제 코를 슥 문질렀다. 분명 그녀가 정보 관리 팀인 이상, 그녀에겐 그녀 팀의 리더가 있을 텐데. 아직 어려보이는 맹랑한 계집애가 자신을 놀렸다고 생각하면 기분 나쁜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리조토는 이 만남에서 찜찜함 이상의 불쾌함은 느끼지 못했다.
“별난 여자애군”
혀를 차며 자리를 떠나는 리조토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겨우 그 정도의 첫인상의 저 여자애가, 나중에 제게 어떤 의미가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