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리조토 네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3회 주제 : 동화
동화
written by Esoruen
모든 스탠드에는 장점이 있고 약점이 있는 법이었다. 성능의 차이가 있을 뿐, 약하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스탠드는 없다. 그 말에 적극 동의하는 파네는 상해에 유리하지 않은 자신의 스탠드를 한 번도 약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싸우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육탄전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이 있으니까.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신의 소속은 ‘정보 관리팀’이니까.
여러 이유로 자신의 전투력을 그저 그런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역시 위험한 상황이 오면 조금은 제 스탠드 능력에 후회하기도 했다.
‘야단났네, 이제 어쩐담?’
후우. 한숨을 쉬자 얇은 코트가 펄럭였다. 자신은 그저 잠입 후 정보만 챙겨올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지금 숨바꼭질이나 하고 있는 걸까. 그 누구도 아닌 제 실수로 꼬여버린 일에 그녀는 한숨밖에 쉴 수 없었다.
지금 그녀가 숨어있는 코트는 타깃의 것.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저 몸을 숨길 곳을 찾던 파네는 방에서 가장 가까운 천인 코트에 숨어들었지만 그 이상의 방도는 떠올릴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를 알아채고 방을 뒤지고 있는 남자는 두 명. 둘 다 총을 들고 있으니 까딱해서 들키면 죽는 것은 자신일 것이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 와준다면, 저 녀석 옷으로 옮기면 되지만…’
천으로 숨어들 수 있는 제 스탠드의 능력은 사실 숨는 것과 도망치는 것에는 탁월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지만, 모든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천에서 천으로 옮겨가는 것도 가능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모습을 드러내거나 천이 밀접해있지 않으면 안됐다. 사실 숨어있는 것은 몇 시간이고 가능했지만 얼른 돌아가지 않는다면, 조직이 곤란해진다.
파시오네의 정보 관리팀은 바쁘니까. 사람 하나 둘 없어지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옮겨야 할 정보가 남아있다면 이야기가 달랐다.
‘역시 일단은 쓰러뜨릴까?’
제게는 작은 잭나이프가 있다. 비록 총에 비해 나이프는 불리한 무기지만, 스탠드도 없는 녀석들보단 자신이 더 유리하겠지. 결심을 먹었다면 실행하는 것이 갱. 천에서 모습을 드러내려던 그녀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멈칫했다.
“누구야?!”
“침입자를 찾았다. 열어봐”
침입자를 찾아? 문 너머에서 들리는 말에 파네는 나가려던 것을 멈추었다. 침입자는 자신 한명, 자신은 아직 들키지도 않았는데 침입자를 찾았다니. 감이 좋은 그녀는 본능적으로 문 밖에 사람이 자신의 편임을 알았다.
“네 손으로 열어!”
“침입자를 잡고 있어서 불가능 하다”
“쳇, 어쩔 수 없구만!”
아. 저 말투랑 목소리.
파네는 자신을 도와주러 온 사람이 누군지 알자마자 기도부터 해야 했다. 물론 그것은 자신이나 제 편의 안위를 비는 것이 아니었다. 비는 것은 이제부터 비참하게 죽을 저 두 남자의 명복이었다.
“윽?!”
문을 열기 위해 다가간 남자의 팔에서 대못이 쏟아져 나온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대못과 면도칼, 압정 등. 각종 쇠붙이를 쏟아내며 쓰러진 남자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물론 나머지 한 남자도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동료의 죽음에 놀랄 틈도 없이 뒷걸음질 치려던 남자는 곧 똑같은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했고, 문은 바깥에서 열렸다.
“여기 있나?”
“리조토~♥”
끔찍하게 죽은 남자들은 보이지도 않는 걸까, 아니면 이제 이런 걸 너무 봐서 무덤덤해진 걸까. 바닥도 보지 않고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살피는 리조토는 코트에서 튀어나와 안기는 파네의 허리를 안아 올렸다.
“여기 있었군. 한 번에 맞춰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 리더는 감도 좋네~ 어떻게 알고 구하러 온 거야?”
“구하러 온 건 아니다만. 그냥 데리러 온 거였지. 네 정보를 받자마자 움직이라고 간부의 연락이 와서 말이야. 그런데 도무지 나오질 않기에 와봤다”
아하.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파네는 당연하다는 듯 리조토의 목을 안고 그에게 매달렸다. ‘또 인가’ 반사적으로 허리를 안아 올리긴 했지만 리조토에겐 그녀의 애정표현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편이라 이렇게 안겨올 때면 한숨부터 나왔다. 물론 싫었다면 진작에 내던졌겠지만, 그것이 아니니까 더 괴로운 것이겠지. 능숙하게 응석부리는 그녀를 공주님 안기로 고쳐 안은 그는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갔다.
“리더 정말로 왕자님 같네~! 백마는 없어?”
“별로 왕자 같은 거랑은 안 어울린다고 보는데. 그런 고상한 이름은 저쪽 녀석들에게 더 어울리겠지”
그가 말하는 ‘저쪽’이란 호위팀을 말하는 것이었다. 확실히 같은 간부 밑에 있어도 호위팀과 암살팀의 일은 천지차이가 있었다. 그저 마을의 가게나 관리하는 팀과 이놈 저놈 암살해야 하는 팀. 둘 중 어느 쪽이 더 지저분한 일을 하는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럼 기사로 할까. 흑기사 좋네. 난 까만색이 좋아”
“뭐, 네 마음대로 정해도 상관은 없지만 네가 공주라는 건 좀”
“어머, 왜?”
“내가 본 동화 속 공주들은 다 좀 세상물정을 모르는 이미지라. 넌 굳이 따지자면… 여왕 쪽이 좋을 것 같군”
무덤덤하게 대답한 리조토는 건물에서 제법 떨어지고 나서야 그녀를 내려놓기 위해 몸을 숙였다. 하지만 파네는 리조토의 목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더 꽉 안겨서, 기대하는 눈으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이 여왕님은 다리가 아파서 말이야, 아지트까지 안아줘”
“…난 일하러 가야 한다만”
“그러지 말고 리더~ 응? 파네 피곤해요~”
익숙하게 애교를 부리는 그녀가 이젠 무덤덤해 질만도 할 텐데, 리조토는 차마 매몰차게 그녀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사실 이 녀석은 여왕이 아니라 마녀가 아닐까.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한 리조토는 허리를 폈다.
“늦어도 내 잘못은 아니라고 전해라”
“네~”
대답은 잘 해. 속으로만 불평한 리조토는 파네를 고쳐 안고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