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던파 별관에 처박아둔 소설이었지만.. 별관을 완전히 개인(겜덕)용도로 옮기는 김에 같이 옮깁니다 :q

옮기면서 제목도 붙이고..() 여러분 던파 파주세요 소테마이 파주세요 소테마이가 이렇게 짱짱맨이에요 여러분..()

 

 

 

 

기도

written by Esoruen

 

그는 언제나 기도하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신앙이니 믿음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간혹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기도하고, 명상하듯이 눈을 감고 누군가에게 기도했다. 그 상대가 신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묻지 않아도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무엇에 어떤 소원을 비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날 밤도 그랬다. 조용히 제 방에 앉아, 창가를 마주보고 달도 없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그는 기도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단순히 명상이나 생각에 잠겨있는 정도로 보일 수도 있었겠지만, 난 바보가 아니었다. 그에 관한 것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았으니까.

 

“뭐하고 있어?”

 

야밤에 찾아온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소울테이커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나도 그도, 지독한 야행성이었으니까. 내가 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소울테이커는 슬쩍 눈을 뜨고 날 보더니, 이쪽으로 와서 앉아라는 듯 손짓했다. 명령하는 꼴은 기분 나쁘지만 제 쪽에서 올 것 같지는 않아서 순순히 그 옆에 앉아줬다. 내가 앉는 것을 본 후 그는 도로 눈을 감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뭐 하러 왔어”

“네가 오늘은 안 와서 내가 왔어”

“성격 급하기는”

“누가 누구한테 하는 말이야 그거?”

 

쯧, 말싸움으로는 못 이기겠는지 가볍게 혀를 찬 그가 눈을 떴다. 새빨간 붉은색. 붉은 두 눈동자가 어두운 방에 번뜩였다. 몇 번을 봐도 신기함을 넘어 기묘한 빛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았다. 기계의 전기로 빛나는 불빛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생(生)의 빛.

 

“아까 물었지? 뭐하고 있었어?”

“그냥”

“소원이라도 빌고 있었어?”

 

넌지시 묻자 그가 고개를 돌렸다. 표정이 영 좋지 않은 걸 보니 내가 뭔가 낌새를 눈치 채고 물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난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웃고만 있어줬다. 의심스럽다는 듯 날 뚫어져라 보던 그는, 도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중얼거렸다. 뭐라고 하는 지는 잘 들리지 않았다. 입모양도 그늘에 가려져 흐릿했다.

 

“뭐라고?”

 

내가 다시 묻자 그것도 못 들었냐는 표정이다. 그럼 좀 크게 말하던가. 짜증이 나서 쏘아붙이려다 참았다. 기계만 다루다 보면, 간혹 살아있는 인간이란 얼마나 소통하기 힘든가를 느낀다지만 소울테이커는 더 심했다. 알다가도 모르겠고, 말이 통했다가 안 통했다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생각 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아프지만 이상하게 떨쳐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냥…”

“응?”

“그냥 미치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것뿐이야”

 

담담하게 말한 그가 귀수를 꽉 쥐었다. 아아, 그건가. 원하는 답을 얻었지만 기분은 전혀 개운해지지 않았다. 괜히 물어봤나. 후회해도 이미 말은 뱉어진 후였다. 하지만 소울테이커는 아무렇지도 않은지 담담히 주먹에 들어간 힘을 풀 뿐이었다.

 

“귀신에 사로잡혀, 통제권을 잃고 저승으로 끌려가지 않게?”

 

어색함에 조금 말을 덧붙이자 그는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얻기 위해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어느 정도 누구에게나 같은 것이겠지만, 그에겐 조금 의미가 달랐다. 그는 한번 통제권을 잃으면, 그대로 죽는 것이었으니까. 다름 아닌 제가 부리던 귀신들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가는 방식으로. 이 얼마나 비참한가. 처음 들었을 당시 난 질색을 했었다. 하지만 곧 그런 결정을 해가면서 까지 힘을 얻은 그를, 경외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비참한 최후를 알긴 하지만, 기도까지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역시 그도 평범하게 죽음이 무서운 인간이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아니”

 

상처가 많은 손이 내 뺨을 쓰다듬었다. 날 보지도 않고 날 어루만진 그는, 그 어느 때 보다 무덤덤하고 단호한 표정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결의에 찬 표정이라고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미쳐 귀신에 홀리면, 네가 다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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