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프로슈토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5회 주제 : 악몽
악몽
written by Esoruen
똑똑.
“형님, 아직 안자요?”
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저 바보. 내일 처리할 일이 적힌 서류를 넘겨보던 프로슈토는 문을 열어보지 않아도 뻔히 보일 펫시의 표정에 한숨이 나왔다. 아까 전, 펫시가 메로네와 기앗쵸랑 같이 공포영화를 본다고 할 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란 예감이 들긴 들었지만 정말로 이렇게 될 줄이야. 한심한 마마보이지만 그래도 제 동생이니 어쩌겠는가. 문을 연 프로슈토는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펫시에게 물었다.
“안 자는데, 설마 같이 자자거나 무서우니 같이 있어달라는 거면 뒈지게 맞을 줄 알아”
“……”
척하면 척이지. 프로슈토는 제 말에 대답하지 못하는 동생에 분노를 참지 않았다.
“내가 그러니까 못 견딜 것 같으면 보지 말라고 했잖아!! 이 멍청한 새끼야!”
“자, 잘 못했어 형님!! 하지만 메로네가 재미있다고 해서…”
“그 노출광 자식 내일 닦아 버릴 줄 알아!!”
물론 그도 제일 잘못한 것은 결국 봐버린 펫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자고 끌어들인 메로네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 자연스럽게 프로슈토의 분노는 메로네에게 향하고 말았다.
“그리고 넌 좀 성장해라 펫시!! 기껏 해봐야 공포영화가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 나이 처먹고 이러는 거야?! 애초에, 너 암살팀이란 자각은 있는 거냐?!”
“미, 미안해…”
“알면 돌아가서 자던가. 다른 놈들 방 가서 똑같은 부탁 하지 말고!”
쾅. 거절의 의미, 그리고 제 화를 담아 거칠게 문을 닫은 그는 다시 침대에 앉아 읽던 서류를 마저 읽었다.
내일 그가 처리할 대상은 경쟁 조직에 정보를 팔아넘긴 비겁한 반역자. 스탠드 능력은 없고, 지금은 제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은신처에 숨어 지내는 중. 여기까지 읽은 프로슈토는 어째서 이 일이 제게 왔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암살이라면 제가 전문이지. 내일 일은 별 걱정이 없겠다고 확신한 순간,
“헤, 이 녀석 아직 살아있어?”
“으아아아악!!”
갑자기 들리는 목소리, 그리고 제 어깨 위에 실리는 무게에 놀란 프로슈토는 들고 있는 서류로 뒤를 공격했다. 팔락. 안 그래도 얇은 서류는 정확히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머리에 맞았다.
“그렇게 놀라는 걸 보니 숨어있던 보람이 있는걸, 오빠~”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리고 누가 네 오빠야!!”
저 지긋지긋한 오빠 소리, 장난스러운 미소. 공포영화를 봤다고 징징거리는 펫시를 볼 때 보다 10배쯤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상체를 뺀 프로슈토는 제 침대 이불위로 튀어나온 파네를 향해 던진 서류를 주웠다.
“그냥 리더 좀 만나러 왔다가 프로슈토가 보고 싶어서 왔지, 근데 하도 안 와서 잠입한 상태로 졸았지 뭐야. 아까 펫시한테 소리 지르는 걸 듣고 깨버렸지만”
“제정신이냐!! 외간 남자 방에서 잠이 와?! 그리고 넌 이제 우리 팀인지 정보 관리 팀인지 구분도 안 간다고!!”
질색을 하고 잔소리를 하는 프로슈토와 달리 파네는 그가 뭐라고 하던 만면에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이제는 너무 익숙한 반응. 저 질렸다는 표정과는 달리 동요하는 눈동자와 붉어진 뺨. ‘저 반응이 좋아서 자꾸 장난이 치고 싶어진다니까’ 제가 짓궂다는 건 잘 알고 있는 그녀는 한참 잔소리를 쏟아내던 프로슈토가 입을 다물자 입을 열었다.
“펫시에게 너무 매정하게 구는 거 아냐? 그래도 동생인데~”
“오냐오냐 마마보이로 키울 생각 없어. 그리고 동생이라도 내 동생이니까 신경 끄지 그러냐?”
“하지만 불쌍하잖아~ 오늘 밤 혼자 자면서 얼마나 무서울까~ 악몽이라도 꾸면 안 될 텐데~”
“정 걱정되면 네가 같이 자 주던가”
물론 저 말은 그냥 하는 소리에 불과했다. 프로슈토는 펫시가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누구에게도 어리광 부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어리광을 받아 주는 꼴도 보기 싫었으니까. 그런데 파네는 그 말에 벌떡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럴까? 이 누님이 사랑으로 지켜줘야겠네”
“……뭐?”
“왜? 같이 자주던가, 라고 한건 오빠인데~?”
“오빠라고 하지… 됐고, 어리광 받아 주지 마라. 그리고 무슨 애가 겁 대가리가 없어?! 펫시 녀석도 남자라고! 뭘 같이 자줘?!”
“어머 지금 이상한 생각 한 거야? 프로슈토도 남자구나~”
또 놀리는 말에 말문이 막힌 프로슈토는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화를 삼키느라 기력이 다 빠져나갈 것 같았다. 몇 년을 같이 지내도 그녀의 도발에는 늘 넘어가게 된다. 프로슈토는 붉은 천을 향해 달려드는 투우장의 소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이를 꽉 다물었다.
“장난 하지 말고 그만둬라”
“사실은 내가 펫시랑 같이 자는 게 질투 나는 거지?”
“미쳤냐. 동생을 상대로 질투할 정도로 못난 형님 아니거든?”
“어? 나는 나한테 질투 하냐는 의미였는데~? 귀여운 동생이랑 같이 자는 걸 질투 하냐는 의미였는데?”
아.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은 프로슈토의 얼굴이 생햄처럼 붉어졌다. 킥킥. 어쩔 줄 모르고 굳어버린 프로슈토의 곁으로 다시 다가온 그녀는 서류를 뺏더니 침대에 드러누웠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몇 번이나 확인하는 거야? 이 녀석 은신처 알아낸 건 나인데, 나에게 묻는 편이 좋지 않을까?”
“…왜 드러눕는 거냐?”
“이렇게 늦은 시간에 돌아가기 싫어~ 자고 갈 거야~”
이제 이 녀석이랑 하는 말싸움도 질렸다. 입 밖으로는 내지 않았지만 프로슈토의 표정은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겨우 빨개진 얼굴을 식힌 그는 서류를 도로 뺏어 테이블 위에 정리해 두었다.
“네 녀석이랑 자면 지독한 악몽을 꿀 것 같군”
“잠들기 전부터 악몽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잘 알면 돌아가 주지 그러냐?”
“돌아가라고 돌아간다면 악몽이 아니지. 그리고 악몽이라니, 몽마(夢魔)같은 걸로 바꿔주면 안될까? 서큐버스 같은 거”
“십자가라도 가져오고 싶어지는데”
프로슈토는 십자가 이야기를 꺼낼 쯤이 돼서야 겨우 미소 지어 보였다. 정말이지, 웃는 얼굴이 비싼 남자다. 파네는 잘생긴 얼굴이 아깝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웃지 않는 프로슈토의 미소를 좋아했다. 그래서 언제나, 이런 짓궂은 장난 후 시시한 농담으로 그의 기분을 풀어주는 걸 잊지 않았다.
드러누운 상태에서 두 손을 뻗어 그 넓은 어깨를 잡은 파네는 강제로 프로슈토를 눕히고, 그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옷 늘어나는데. 그런 불평을 하려는 입을 버드키스로 막은 그녀는 당황해 하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내 꿈꿔, 오빠”
“…네 꿈이라면 악몽이겠네”
“하하”
그렇게 대답해야 프로슈토지. 입모양으로 대꾸한 파네는 눈을 감았다. 정말로 자고 가는 건가. 잠깐 망설인 그는 한번 작정한 파네를 말리는 방법 따윈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얌전히 품안의 그녀를 끌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