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브루노 부차라티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7회 주제 : 밀어
밀어
written by Esoruen
“나란챠, 몇 번을 말해야 됩니까?”
쿵. 오늘도 난폭하게 포크로 나란챠의 볼을 찌른 푸고는 화난 목소리와는 달리 지나치게 상냥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아, 또’ 다들 질렸다는 표정을 지은 것은 이 싸움은 이제 신물이 날 정도로 봐왔기 때문이었다.
“이게 또 찔렀겠다!?”
“또, 그렇습니다. 또!! 제가 몇 번이나 가르쳐 드렸습니까?! ‘또’ 못 알아들은 건 네놈이잖아 이 멍청아!!”
테이블 옆, 아까 전까지 풀던 문제지를 내버려 두고 거리를 두고 선 나란챠와 푸고는 당장이라도 스탠드를 꺼내 싸울 기세로 으르렁 거렸다. 이때쯤 되면 누군가가 말려줘야 하는데, 다들 그렇게 생각만 하고 있었지 자신이 말릴 생각은 없어보였다.
미스타는 어린애 마냥 싸우는 두 사람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케이크를 먹을 뿐, ‘그만둬’ 라는 말 한마디도 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이 싸움을 즐기고 있었다고 하면 좋을까. 미스타는 둘 중 오늘은 누가 먼저 나뒹굴지 생각하느라 말릴 정신이 없었다.
아바키오는 둘 중 누가 이기든 지든 전혀 상관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누가 이겨도 좋으니 이 소란이 빨리 가라앉는다면 그걸로 좋았다. 조금 더 거칠게 표현하자면 둘 다 나자빠져서 당분간 이 레스토랑이 조용해진다면 그것이 최선이라고 까지도 생각했다.
그렇다면 부차라티는 어떤가. 원래대로라면 사실, 이 타이밍… 아니 지금보다 훨씬 이른 타이밍에 그가 ‘너희들 당장 그만 두지 못해!’라며 말렸어야 할 타이밍이었지만, 지금 그는 두 사람이 싸우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기에 이 싸움을 중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포르포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것 같더군”
시레나의 레스토랑 안쪽, 그녀가 거주하는 방. 부차라티와 시레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포르포, 그러니까 부차라티가 이끄는 호위팀을 관리하는 간부이자 시레나의 상사는 떠올리면 긍정적인 이미지 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오르는 ‘느낌이 좋지 않은 사람’ 이었다. 물론 두 사람의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삭막한 것은 포르포가 불쾌한 사람이어서는 아니었다.
“그런가요, 뭐, 저희 같은 말단들에겐 알 권리도 없다는 거겠지요”
“어쩌면 보스에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는 걸 수도 있지만, 너무 상심하지 마. 시레나”
“네. 알아봐 주어서 고마워요”
일에 관한 대화라면 바깥에서 해도 좋을 텐데, 두 사람이 여기서 이렇게 밀어를 나누고 있는 것은 다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부터 파시오네에 있었고, 포르포를 오래 따른 두 사람은 다른 동료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들에도 좋든 싫은 얽혀있었다.
이런 일은 많은 사람이 알아봐야 좋을 것이 없다. 그렇게 판단한 두 사람은 언제나 레스토랑에서 하기 곤란한 이야기는 시레나의 방에서 나누게 되었고, 그렇게 지내온 세월은 손 하나를 다 꼽아도 모자랄 만큼 오래되었다.
“…그런데, 밖이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 또 싸움이라도 난 걸까요?”
“응?”
시레나의 말을 듣고 나서야 바깥의 소란을 눈치 챈 부차라티는 가볍게 머리를 헝클였다. 저 사고뭉치들.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를 시레나는 놓치지 않았다.
“그래도 나란챠도 푸고도 사이가 좋으니 저렇게 싸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사이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푸고는 성격을 죽일 필요가 있지. 나란챠를 가르치는 데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겨우 자신보다 3, 4살 어린 아이들일 뿐인데 부차라티가 나란챠와 푸고에 대해 말하는 것은 꼭 아버지와도 같았다. 모두를 이끄는 자리에 있는 부차라티인데다, 실제로 두 사람이 아직은 어린애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시레나는 듬직한 그가 믿음직스러워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역시 부차라티는 모두의 아버지 같네요. 보고 있으면 든든하다니까요”
“20살에 저런 자식을 가지긴 싫지만”
장난스럽게 웃는 부차라티지만, 속으로는 웃을 수 없었다. 아버지 같다. 간혹 아바키오나 시레나에게 들은 그 말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아바키오는 그 말 뒤에 늘 쓸데없는 말을 더해 부차라티를 신경 쓰이게 했다.
‘네가 아버지면, 시레나가 어머니인가?’
아마 아바키오는 별 생각 없이 할 말일 것이다. 하지만, 부차라티는 가끔 그 말을 떠올릴 때 마다 얼굴이 달아오르곤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구든지 그 말을 나란히 놓으면 ‘부부’라는 단어를 생각해 내지 않는가. 그것은 부차라티도 마찬가지였다.
시레나와 자신이 부부. 어렸을 때부터 함께한, 자신의 가장 가까운 동료이자 친구이자, 좋아하는 상대가…
그것은 정말이지 상상만 해도 행복한 부끄러운 가정이었다.
“어쨌든, 말리러 가도록 할까”
“그래요. 나가서 다 같이 점심 먹어요!”
대화를 마무리 짓고 방을 나온 두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처참한 난장판이었다. 모두가 기다리는 레스토랑으로 돌아오자 푸고와 나란챠는 맨손으로 뒤엉켜 싸우고 있고, 미스타는 그걸 보며 웃고 있었으며, 아바키오는 그 아수라장을 차를 마시며 보고 있다가 부차라티에게 말을 걸었다.
“뭐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온 거야?”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보다 좀 말리지 그랬나? 아바키오 너만 믿었는데…”
“내가 뭘 어쩌겠어. 저 미친놈들을. 아빠가 잘 얼러야지? 아무리 부부끼리 사랑의 말을 나누고 싶었어도 이렇게 오래 자리를 비우면 쓰나?”
아. 놀리듯 말하는 아바키오의 말에 부차라티는 얼굴이 붉어질 뻔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아바키오의 페이스에 놀아나게 되는 법. 애써 표정을 수습한 부차라티는 나란챠와 푸고에게 시선을 돌렸다.
“거기 너희들!! 작작 해라! 우리뿐이지만 소란을 피워도 된다고 한 적은 없어!”
부차라티의 효과는 놀라웠다. 방금 전까지 죽일 듯 싸우던 두 사람은 부차라티의 고함에 동작을 멈추었고, 당황한 얼굴로 각자 변명을 쏟아냈다. ‘드디어 조용해지겠군’ 만족스러운 얼굴로 혼잣말을 한 아바키오는 우두커니 서있는 시레나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믿음직해서 좋겠어, 어머니”
“…아바키오도 참, 그만 놀리세요”
시레나는 사과처럼 새빨개진 얼굴로, 작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