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포맷하고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조각글 달성표 다시 합니다...ㅁ7ㅁ8
표도 새로 만들고 새로운 기분으로... 라고 해도 반쯤은 해놓은 상태라 기분이 묘하네요()
오랜만에 블데~!! 블뎊파세요 여러분 존좋입니다
전투가 끝나고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역겨운 피의 냄새와 까마귀의 울음소리였다.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 조차 구분할 수 없는 난전. 부상자의 수보다 많은 사망자의 수. 블래스터는 부상병들 사이에서 수습할 수도 없는 시체의 산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자칫 잘못했으면 저기 있었겠지. 살아남은 병사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블래스터에게는 그게 단순한 가정이 아니었다. 자신은 정말 이번 전투에서 죽을 뻔 했고, 이렇게 다친 걸로 끝난 것이 행운이었으니까.
“난장판이군, 난장판이야”
언제 온 걸까. 데스페라도는 부상병들이 있는 곳에 와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총알 하나 스치지 않은 몸, 누가 보면 전투에는 참여하지도 않은 줄 알 정도로 말끔한 데스페라도는 사실 오늘 블래스터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었다.
“하하, 이쪽이고 카르텔이고 엄청 죽었지”
제 옆까지 다가온 데스페라도에게 인사 대신 대꾸를 한 블래스터는 욱신거리는 왼쪽 팔을 문질렀다. 총알이 팔을 스친 것은 팔이 날아가거나 다리를 잃은 것에 비하면 어떻게 대수롭지 않은 부상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밀한 조준을 필요로 하는 블래스터에게는 팔을 잃은 거나 마찬가지인 부상이었다. 그러니 보통은 저렇게 의연하게 웃을 수는 없지만, 블래스터는 데스페라도를 향해 태연하게 웃어보였다.
“그래도 카르텔이 더 많이 죽었지만”
“그래그래, 다 네 덕분이지. 언제 봐도 대단하다니까? 오늘은 진짜 네 덕에 살았어”
“뭐, 한 놈이라도 덜 죽어야 이득인 게 전쟁이니까. 넌 그래도 중요한 전투원이고, 죽어선 곤란하지”
누군가를 살려준 일 같은 건 조금도 마음에 담고 있지 않은 걸까. 데스페라도는 ‘네 덕에 살았다’ 라던가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도 정말로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다. 자신은 누군가를 구해주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게 아니라고 말하긴 했지만, 보통은 그냥 예의로라도 ‘별말씀이야’ 라고 해주는 게 예의일 텐데.
“뭐야, 그럼 내가 제대로 못 싸우는 병사였으면 죽게 내버려 뒀을 거야~?”
“글쎄다. 애초에 황도군이 그런 놈을 전투에 내보낼 거 같지 않은데”
“농담이야 농담. 뭐, 그래도 데스페라도가 중요하다고 해주니 기분은 좋네~”
“사실이니까”
별 감흥 없는 말투로 답한 데스페라도는 다 타버린 담배를 바닥에 뱉었다. 점점 물자가 부족해지는 탓에 담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얼른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아니 적어도 거점이라도 탈환해야지 물자라도 원활이 운반될 것이다. 데스페라도는 얼마 남지 않은 담배를 아깝다는 듯 보다가 입에 물었다.
“쯧, 하여간 그놈의 카르텔들 때문에 되는 게 없어”
“정말 질색을 하는구나, 하하. 뭐 나도 싫지만. 내 팔을 이 꼴로 만든 값은 톡톡히 치르게 하고 저승으로 보내줘야지”
“그 정도로는 모자라지. 삼도천에 익사시켜도 모자랄 놈들”
어라. 블래스터는 데스페라도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고개만 들었다. 물론 저 말의 의미는 ‘그 정도로 카르텔이 싫다’ 는 거겠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말하면 마치 자신을 다치게 한 것을 그 정도에 용서할 수 없다는 것처럼 들리지도 않는가. 허튼 상상이긴 하지만. 데스페라도가 자신이 다친 것에 대해 그 정도로 까지 분노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가 죽든 누가 살든 상관도 하지 않는, 저 남자가.
“그거, 좀 더 심화된 의미로 받아들여도 돼?”
“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말로 모르겠다는 눈으로 블래스터를 바라본 데스페라도는 사뭇 진지한 블래스터의 표정에 어깨만 으쓱였다.
“뭔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만, 그러던가”
“엥? 진짜?”
“그래”
아아. 저 바보. 블래스터는 귀까지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억누르느라 다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럴 때는 데스페라도가 남에게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남의 기분이나 말을 조금도 읽으려 들지 않는 게 고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 모든 걸 넘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저렇게 말할 수 있는 무심함에 고마워해야 할까.
“그래, 그럼 그렇게 생각하지 뭐!”
“…너 어쩐지 표정이 좋아 보인다?”
“기분 탓이야, 기분 탓”
그 심화된 의미가 뭔지 들으면 데스페라도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팔의 고통도 잊을 정도로 재밌는 상상을 하며 블래스터는 데스페라도가 보지 못하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