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르푸고] 석양

from Fiction/JoJo 2015. 6. 1. 22:55

 

 

 

석양

written by Esoruen

 

 

 

본래 베네치아에서는 한명이 모는 작은 곤돌라가 일반적이었다. 수로가 좁은 곳이니 큰 곤돌라는 운전에 방해가 될 뿐. 안 그래도 속도까지 제한해 놓는 마당에 규격보다 큰 곤돌라는 모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베네치아의 규율, 베네치아 밖에서라면 무엇이 어찌되어도 좋은 일이었다.

이탈리아 어딘가, 관광 상품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 곤돌라는 두 명의 뱃사공이 몰아야 하는 커다란 곤돌라였다. 족히 10명도 앉을 수 있는, 규격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 곤돌라의 주인은 정식 뱃사공이 아닌 두 젊은이였다.

 

“어서 오시지요, 아가씨들”

 

해가 저물어가서 장사를 접을까 했던 그 시간, 곤돌라에 올라탄 것은 아직은 어려보이는 세 명의 여성이었다. 곤돌라 뱃머리 근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죠르노는 영업용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했고, 여자들 중 가장 키가 큰 사람은 그에게 꾸깃꾸깃한 지폐를 내밀었다.

 

“역까지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푸고, 일입니다”

 

아아, 또 인가. 피곤한 팔을 주무르던 푸고는 속으로만 불평하고 곤돌라에 올라탔다. 어제 잠을 잘못 잔걸까. 오늘따라 아파오는 오른쪽 팔이 불편했던 그는 이만 퇴근하고 싶었지만 그걸 말하지는 않았다. 이미 저렇게 배에 올라탄 손님을 쫒아내는 것도 거슬리고, 이 시간만 볼 수 있는 것이 있었으니까 그는 통증을 참는 것을 택했다.

 

“자, 그럼 가볼까요”

 

죠르노는 앞에, 푸고는 뒤에. 자리를 잡고 노를 잡은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항구를 떠났다. 곧 있으면 저녁시간이라 그런 걸까. 수로를 통과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나는 맛있는 냄새에 푸고는 배가 고파졌다. 오늘 저녁은 뭐가 좋을까. 어차피 죠르노와 함께 먹는 것은 무엇이든지 맛있을 테지만 이렇게 저녁메뉴를 고민하거나 하는 것은 그만을 위한 유희였다.

 

“푸고”

“응?”

“이것만 끝나고 저녁을 먹으러 가죠. 오늘은 파스타가 어떻습니까?”

“으음, 좋지”

 

죠르노도 같은 생각을 한 걸까. 푸고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려 웃었다.

해가 지고 있어 붉게 물들어 가는 강물,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냄새들, 그리고 타오르는 것 같은 하늘을 등지고, 팔을 움직여 배를 나아가게 하는 죠르노의 등까지.

오직 이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 그 풍경은 푸고가 가장 좋아하는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것이었다.

 

“있잖아요, 있잖아요!”

“네?”

“혹시 애인 있어요?”

 

역에 다 도착할 때 쯤, 죠르노에게 그렇게 물어온 여성의 눈은 반짝 빛나고 있었다. 호오.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낸 죠르노는 슬쩍 푸고를 바라보았다.

 

“미안하군요 시뇨리따. 전 애인이 있어서요”

“역시 그런가요…”

“네, 저기 저분입니다”

 

죠르노가 가리킨 것은 다름 아닌 푸고였다.

 

“예?”

“저분이라고요. 저기 저 미남 말이죠”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들, 흐뭇하게 웃는 죠르노. 그 사이에 멀뚱이 선 푸고는 그저 죠르노와 같이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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