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들의 악희 토트 드림
- 오리주 주의
- 저는 이집트 신화 전공이 아닙니다.. 설정 구멍이 있을수도 있습니다..(쥬륵)
무제
written by Esoruen
나일 강이 흐르는 그 땅에서 태어난 영혼들은 모두 저승에서 그 영혼의 무게를 평가받게 되었다. 아누비스의 인도를 받아 저승으로 끌려가면 심장은 천칭 위에 올려지고, 진실의 날개보다 무거운 심장은 암무트에게 먹혀 사라진다. 이집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전설. 아니, 적어도 그녀가 태어나 살았던 시대에는 그것은 전설이 아닌 정설이었다.
그래서 다나이드도 자신이 죽음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게 될 것은 아누비스의 손일 거라 믿었었다.
비극적인 죽음이었다. 적어도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에게는 그랬을 것이다. 대대로 토트 신을 모신 신관가문의 외동딸로 태어난 다나이드는 어릴 때부터 제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신에게 어떻게 예의를 차리는 것인지 보고 자랐다. ‘언젠가는 너도 이 일을 해야 한단다’ 다정하게 혹은 엄격하게 신관의 일을 가르쳐주던 여사제가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하였지만 그 걱정은 슬픈 방법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다나이드는 사제가 되기도 전 세트신의 신도에게 살해당했으니까.
‘아버지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좋을까’
보통 죽으면 억울해 하거나 슬퍼야 정상일 텐데, 어쩐지 그녀는 제가 죽어서 다행이라고 여기고 말았다. 그 광신도들이 만약 아버지를 죽였다면 신전은 지금쯤 큰 혼란에 빠졌을 텐데 아직 사제가 아닌 자신이라 다행이다. 자신이 죽은 건 분명 슬픈 일이지만,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죽는 것 보단 나으니 괜찮다. 짐짓 어른스러운 척을 한 그녀는 깜깜한 어둠속에서 자신을 데리러 올 죽음의 신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에게 찾아온 것은, 자칼 머리를 한 신이 아니었다.
“이봐”
무언가 굉장히 귀찮은 일이라도 겪은 목소리는 얌전히 앉아있는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아무리 신이라지만 ‘이봐’라니. 듣던 것 보다 죽음의 신은 오만한 존재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린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날카로운 눈에 어깨를 움츠렸다.
“네가 신관의 딸인가”
“누구세요?”
“제가 모시려 했던 신도 못 알아보다니. 요즘 인간들은 어떻게 된 건지”
제 불쾌함을 조금도 감출 생각이 없는지 그는 다나이드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제가 머시려 했던 신? 이 남자는, 제 입으로 자신이 토트신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하지만 망자를 데리러 오는 것은 아누비스의 일. 어째서 지식의 신인 토트가 자신을 만나러 왔단 말인가. 게다가 눈앞의 남자는 완전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아는 토트신은 비비원숭이의 머리를 하거나, 따오기의 머리를 하고 있었는데.
“당신이, 토트신이라니…”
“못 믿겠다는 건가? 어차피 살아있는 인간들 중 그 누구도 신을 보지 못했는데도 단지 내 겉모습만 보고 믿지 못 하겠다 이건가? 어차피 죽은 자를 만나러 올 수 있는 건 신 뿐인데 그냥 믿는 게 좋을 텐데”
“만약 그렇다면, 어째서 제게 오신 겁니까? 저승의 사자는 아누비스일 텐데…”
고압적인 태도에 기가 죽은 다나이드는 제 의문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가 정말로 토트 신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었지만, 죽은 자신을 만나러 온 그가 신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으니까.
“신들도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너는 특별케이스라 우리들도 곤란해 하고 있다”
“신관 살해라서 입니까? 아직 정식 신관도 아니었는데…”
“그 사막의 신의 미친 신도가 널 죽여서 날 받들어야 할 가문의 대가 끊겼잖아. 이게 심각한 일이 아니면 뭐야”
그런 뜻이었나. 어쩐지 허무해져 헛웃음을 지은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 제가 모셔야 했을 그 신과 마주했다.
“그러면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너는 심판을 받을 필요가 없다. 나를 따라와라”
“따라와라…? 저는 뭘 하면 되는 겁니까?”
“내가 하라는 걸 하면 되는 거지. 사제와 같아”
그렇게 쉽게도 이야기 하지만 사제의 일이 어디 쉽던가. 다나이드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쉽게 납득한 그녀가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따라서 끄덕인 토트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성가시게 굴지만 않으면 돼. 이름이 뭐지?”
“다나이드입니다”
“그런가?”
별 관심 없다는 듯 대답한 그는 내민 손을 작게 흔들었다. 얼른 잡기나 해.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무리 신과 신자의 관계라 하더라도 정말로 오만하다. 하지만 다나이드는 어쩐지 고압적인 그의 태도에서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토트의 가볍게 손을 마주잡자,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떠올랐다.
그렇게 다나이드는 제 심장의 무게를 판별 받을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토트의 곁에 머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