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던파 호모다!!!(..)
디트커맨은 진짜진짜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쓰려고 하면 뇌가 굳네요 흡...
디트커맨 최고... 블래제널도 디트커맨도 넘 좋아요 런처x스핏은 옳습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은 위대한 욕구가 아닐 수 없었다. 자신만이 행복하면 그만인 세상에서,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디스트로이어는 언제나 자신보다 타인을 생각하는 커맨더를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령관이라는 직책이 무겁긴 해도 자신의 몸부터 생각해야 할 텐데. 그는 황도군과 황녀를 위해서라면 제 잠과 시간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일만하면 피곤하지 않아? 적당히 쉬면서 해”
블랙로즈들과 자신이 아무리 그렇게 잔소리를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저는 평화로운 황도만 보면 피로가 다 풀리는 걸요. 모두가 웃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올곧은 녀석. 아무리 제가 설득하고 잔소리를 해도 소용없겠지. 디스트로이어는 나날이 한숨만 늘어갔다. 걱정 되는 마음을 접을 수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그는 커맨더가 이러다 쓰러지기라도 할까봐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남들을 위해 시간을 쏟는 주제에, 남들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 일하는 주제에 본인은 웃을 여유도 없다면 그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커맨더 자신이 괜찮다고 말했어도, 디스트로이어는 괜찮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에게도 웃게 해 주고 싶은 사람 정도는 있었으니까.
“밥은 먹고 저러고 있는 거야?”
오늘도 커맨더의 집무실에 찾아온 그는 지나가는 올리비아에게 넌지시 물었다. 마음 같아선 본인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 커맨더는 상당히 바빠 보였으니 방해가 될 행동은 하기 싫었다. 그리고 커맨더라면 안심시키기 위해 먹지 않았더라도 먹었다고 거짓말 할 수도 있었으니까. 이렇게 남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정확했다.
“네. 그래도 끼니는 꼬박꼬박 챙기니 다행이에요”
“그거 다행이네”
“그나저나 디스트로이어도 정말 꼬박꼬박 찾아오네요. 바쁘실 텐데”
“우리야 전쟁 없을 땐 제일 한가하지. 일터지면 제일 바쁘지만”
사실 지금도 한가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커맨더를 만나러 올 시간 정도는 만들 수 있었다. 아니, 시간이 없어도 억지로 짬을 만들어 만나러 올게 분명했다. 하루라도 안 보면 불안하고, 눈앞에 어른거리는데. 그깟 일이 대수인가. 전쟁 중도 아닌데.
“안 들어가시나요?”
“으음, 조금 있다가. 지금은 바빠 보여서”
“아하…”
올리비아는 씩 웃더니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어디론가 가버렸다. 아마 블랙로즈들도 그의 일을 돕느라 바쁜 것이겠지. 왜 웃는지 이유는 모르겠으나 바삐 사라지는 올리비아를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유치할지 몰라도, 커맨더랑 늘 같이 있을 수 있는 그녀들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같은 황도에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닫힌 문 옆에 기대 문만 만지작거리던 디스트로이어는 슬쩍 문고리를 잡았다. 저 안에는 보고 싶은 커맨더가 있다. 하지만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나는 저 방에 들어가기엔 어쩐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밖에 누구 있습니까?”
아.
자신은 문고리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안걸까. 방 안에서 묻는 커맨더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나야”
“디스트로이어? 들어오세요”
들어오라는 걸 거절할 이유는 없지. 디스트로이어는 예기치 않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잡고 있던 문고리를 돌리고 슬쩍 고개부터 내밀자, 책상 위에서 열심히 손을 움직이는 커맨더가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 알았어? 내가 온 거”
“그냥 인기척이 있어서 불러 본 것뿐입니다. 당신일 줄은 몰랐어요”
“그래?”
매일 찾아오는데도 본인인 줄 모르다니. 이건 정말 웃지 못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기죽을 디스트로이어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실망한 것을 감추듯 더 활짝 웃어보였다.
“오늘도 바쁘네”
“어쩔 수 없죠”
“가끔은 쉬어도 된다니까. 이제 여름이고, 휴가계획 같은 건 없어?”
휴가라. 자신과는 먼 이야기에 커맨더는 실소를 짓고 말았다.
“없다, 라고 하기 보다는 생각도 못하겠는걸요?”
“같이 놀러 가면 좋을 텐데”
“나중에 휴가 받으시면 기념품이나 사와주세요. 대리만족이라도 하게”
농담하는 듯 기념품 이야기를 꺼낸 커맨더와 달리, 디스트로이어는 진지하게 그 이야기를 받아듣고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 남자는 뭘 사줘야 기뻐할까. 남들을 위해서 땀을 흘리고, 자신을 돌보지 않는 그는 무엇을 선물해야 진심으로 기뻐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제가 좋아하는 상대에게 어떤 걸 선물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뭘 선물해야 네가 웃을까?”
“네?”
제 생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 것도 모르는 걸까. 한참을 중얼거리던 디스트로이어가 커맨더와 눈을 맞추었다. 그러고는 또 침묵. 눈만 깜빡거리던 그는 한참 뒤에야 정신이 돌아온 듯 입을 열었다.
“기념품도 좋지만, 이왕이면 역시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을 거 같네”
“…그런가요?”
“응. 네가 못가는 휴가라면 나도 됐어~”
아무리 좋은 곳에 놀러가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소용이 없으니까.
내뱉지 못한 그 말은 그의 입안에 가시가 되어 머물렀다. 입을 꾹 다물면 따끔거리는. 애정이라는 가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