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 AU, 쇼타 프라임

 

 

 

동화

00 

written by Esoruen

 

 

 

옛날부터 아버지는 혼자 숲속으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였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의 집은 울창한 침엽수림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숲의 중심에서는 멀지만, 엄연히 숲 속에 자리한 우리 집. 목수인 아버지가 나무를 구하기 쉬운 곳에 터를 잡다보니 이렇게 되었다고 변명하듯 내게 설명했지만, 그런 건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진작 알고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벌써 12살이나 되었으니까.

숲의 깊은 곳까지 가지 마라는 이유도 잘 알고 있었다. 이곳은 어두워지면 늘 개과 짐승의 우는 소리가 들리고, 사냥꾼들의 총소리도 들려왔으니까. 내가 다치거나 죽는 걸 걱정해서겠지. 물론 나도 죽기 싫으니, 아버지의 말을 언제나 귀 기울여 들었다.

 

“프라임, 잠깐 괜찮니?”

 

마을의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고 있을 때, 아버지의 거친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어지간하면 내가 책을 읽을 때는 간섭하지 않는 아버지인데, 무슨 일이기에 날 부른 걸까.

 

“네, 아버지”

“잠시 마을 좀 다녀 오거라, 촌장이 줄게 있다고 했는데 내가 바빠서 말이야”

“알았어요. 촌장님만 만나고 오면 되는 거죠?”

 

저 정도 심부름이라면 괜찮다. 그다지 오래 걸릴 것 같지도 않고, 간 김에 마을 도서관도 들릴 수 있으니까. 읽던 책을 덮고 겉옷을 챙겨 입은 나는 신발 끈을 고치다 말고 또 지겨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숲 쪽으로는 들어가면 안 된다”

“알아요, 어차피 낮인데 걱정은…”

“낮이라도 조심해야지”

“어차피 맹수는 낮에 잘 안돌아 다녀요”

 

내 말에 놀란 표정을 지은 아버지는 들고 있던 망치를 내려놓았다. 내 뺨을 감싸는 거칠지만 따뜻한 두 손, 어렸을 때부터 혼자 나를 길러온 그 손은 언제나 나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낯간지러운 이야기일지 몰라도, 나는 ‘조숙한 아이’라고 불리지만 아버지를 향한 마음만큼은 다른 아이들과 같았다. 아니, 오히려 평범한 아이들보다 더 아버지를 애틋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효심 같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난 아버지가 좋았고, 그런 아버지가 불쌍했다.

 

“아니지, 프라임. 무서운 건 사람이란다”

“사냥꾼이요?”

“사냥꾼만의 이야기는 아니지”

 

알 수 없는 소릴 늘어놓은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잘 다녀오거라’ 짧은 인사와 함께 망치를 쥔 아버지의 팔이 허공으로 향했다.

딱. 딱. 집 밖으로 나서도 들려오는 규칙적인 망치질 소리. 느긋하게 다녀오려고 했던 나는 그 소리에 맞춰 걷는 속도를 올렸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까지, 왼발, 오른발, 왼발을 번갈아 가며 나아간다. 마치 잘 만든 나무병정처럼 나아가던 나는, 마을도 집도 보이지 않는 숲길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봐”

 

꼬마야.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듣는 호칭. 하지만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호칭.

기분이 나빠져 뒤돌아 본 그곳에 있는 것은,

 

“숲에서 오는 길이니?”

 

늑대 가죽을 뒤집어 쓴 채 웃고 있는 남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