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하루] 하굣길

from Fiction/Free! 2013. 7. 16. 12:51

 

 

두사람의 1학년 시절을 망상해 보았습니다

 

하굣길

written by Esoruen

 

 

1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방학식, 마코토는 웬일로 하루카가 얌전히 식에 참석한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입학식도 연락만 하고 안 오고, 평소에도 조퇴를 밥 먹듯 해서 결국 담임에게 한소리를 들은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변덕인 것일까. 아무리 소꿉친구인 마코토라도 해도 하루카의 본심을 알 수는 없었다.

식이 끝나고, 교실로 돌아와 담임의 설교를 듣고, 종례를 할 때까지 하루카는 멍하니 창밖만 보고 있었다. 가방과 사물함의 짐을 대강 챙긴 마코토는 아이들이 모두 나가는 바쁜 와중에도 멍하니 앉아있는 하루카에게 다가갔다.

 

“하루, 집에 가자”

“아아, 응”

 

창밖을 보던 하루카는 그제야 마코토가 제 옆에 온 것을 알고 가방을 챙겨들었다. 워낙 사물함에 물건이 없는 하루카는 짐도 챙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오늘은 어째 집에 안가고 끝까지 있었네?”

“뭐, 그냥”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하루카였지만, 마코토는 그가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상태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이유는 모르지만, 평소완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나 표정이 묘하게 부드러웠다. 아무리 하루카라도 방학은 기쁜 것일까. 마코토는 그런 하루카가 귀여워 작게 웃었다.

늦게 학교를 빠져 나온 탓에 하굣길은 한적했다. 이상기온으로 작년보다 더 더워진 날씨에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의 이마엔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아, 벌써 이렇게 덥다니. 올핸 얼마나 더워지려고 이러나?”

 

마코토는 혼잣말을 하며 손부채질을 했다. 물론 이런 걸로 시원해질리 없다. 오히려 손만 더 아파 더 더워질 것이었다. 하루카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땅만 보고 걸었다. 고개를 조금이라도 더 들면 햇빛에 눈이 부셔 걷기도 힘들 것만 같은 날씨였다. 마코토도 고개를 푹 숙이고,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제 얼굴을 보호했다.

 

“있잖아, 하루. 우리 아이스크림 사먹으면서 갈까?”

“됐어”

“사양하지 마, 내가 사줄게!”

“됐다고 했어”

 

고집 하나는 세다니까. 속으로 중얼거린 마코토는 시원한 바람에 고개를 들었다. 넓게 펼쳐진 푸른색, 언제나 보이던 바닷가가 보였다. 아아, 마코토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조금만 더 걸으면 집이라는 희망과 바닷바람만으로도 살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란히 걸어가던 하루카가 자신을 앞질러 나가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에? 하, 하루?”

 

하루카는 처음에는 빠른 걸음으로, 나중에는 그냥 뛰다싶은 속도로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설마. 마코토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안 좋은 예감이, 그것도 100퍼센트 적중할 것 같은 예감이 머릿속을 관통해서였다. 마코토는 하루카를 따라 뛰어갔지만, 하루카는 벌써 모래사장의 바위 위에 가방과 와이셔츠를 벗어두고 있었다.

 

“하루! 잠깐만! 뭐 하는 거야!!”

 

바지를 벗으려는 하루카를 말리기 위해 마코토는 태어나서 가장 빠른 속도로 뛰었다. 하지만 막상 시원하게 벗어버린 하루카의 바지 밑에, 속옷이 아닌 수영복이 있음을 확인하고 그대로 모래사장에 멈춰 서려다 실패해 그대로 엎어져버렸다. 옷을 개어놓지도 않고 그냥 벗어둔 하루카는 가벼운 준비운동을 하고 일어서고 있는 마코토를 보았다.

 

“뭐하고 있는 거야, 너”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수영할거야?! 것보다 수영복 입고 등교 했어 오늘도?!”

 

마코토의 쏟아지는 잔소리에 하루카는 질렸다는 듯 바로 바다로 들어갔다. 마코토는 옷 여기저기 묻은 모래를 털고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하루카의 옷을 개었다. 이럴 때면 자신이 정말 하루카의 소꿉친구인지 보호자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 하루카가 좋아서 하는 일이었다.

대강 옷가지를 정리한 마코토는 제 가방도 그 옆에 두고 물가로 다가갔다. 하루카는 오랜만에 집안 욕조가 아닌 넓은 바다에 온 것이 기쁜지 특기인 자유형을 조금 하다가 가만히 몸에 힘을 빼고 물 위에 떠있었다. 아까까지 퉁명하던 하루카와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안 추워?”

“넌 이 날씨에 그런 걱정이 들어?”

“하하, 그건 그러네. 지독하게 더우니까 그냥 시원하려나”

 

확실히 이제 여름이라도 말해도 좋은 날씨니까 마코토의 걱정대로 감기에 걸리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마코토는 하루카의 일이라면 아무것도 담담할 수 없었다.

둥실둥실. 물에 떠서 해변에서 점점 멀어지던 하루카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제 가슴팍정도 오는 수심의 장소에 선 그는, 저 멀리 수평선을 가만히 응시했다.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일까, 마코토는 하루카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지만 제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가만히 서있던 하루카가 갑자기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걸음, 한걸음. 걸어갈 때 마다 하루카의 몸은 바다 속으로 숨어들었고 어느새 하루카의 어깨마저 수면 아래로 사라지자 마코토는 놀라서 바다로 뛰어들었다.

 

“하루카!!”

 

아무리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수심이 깊은 곳, 그것도 수영장이 아닌 바다는 위험했다. 그리고 헤엄쳐 가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걸어가는 것은 뭔가 이상했다. 하루카가 이상한 맘을 먹고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 마코토였지만, 괜히 불안해져 몸이 먼저 움직였다.

옷이 물에 젖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헤엄쳐서 하루카의 뒤로 간 그는 목이 잠겨가는 하루카의 어깨를 잡아 당겨 안았다.

 

“뭐 하는 거야!”

“마코토?”

“뭐하냐고 묻잖아!”

 

평소와는 달리 거친 마코토의 언행에 하루카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자신에게 화를 내는 마코토라니,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지만 이런 적은 없기에 하루카라고 해도 놀라서 몸이 굳고 말았다. 두 사람은 가만히 서로 마주보고, 아무 말도 흐르지 않았다. 마코토의 눈빛은 불안했고 하루카의 눈빛은 당황하고 있었다.

 

“…해파리”

“어?”

“이거”

 

하루카는 제 앞의 바다를 가리켰다. 손끝이 가리킨 곳을 바라본 마코토는 투명하고 흐물흐물 거리는 생명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커다란 해파리였다.

 

“하루, 설마 이거 보려고?”

“응”

“못살아!”

 

긴장이 풀리자 그제야 마코토는 제 옷이 다 젖은 것을 알아챘다. 하루카는 마코토의 행동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지 해파리와 마코토를 번갈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뛰어든 내가 잘못이지’ 마코토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루카가 조금, 아니 조금 많이 사차원인 것을 잘 알고 있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이런 꼴이면 집에 돌아갔다가 혼날게 뻔했다.

 

“마코토”

“응?”

“우리 집에 들러서 옷 갈아입고 가”

“어 정말?”

 

의외의 호의에 구원받은 마코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무리 마코토라도, 어머니에게 혼나는 것은 싫었다. 하루카는 안심하는 마코토를 지나쳐 먼저 해변으로 다가가며 슬쩍, 말을 흘렸다.

 

“나 걱정한다고 젖은 거잖아”

 

아. 마코토는 그 말을 듣고 뒤돌아봤지만 보이는 것은 헤엄치는 하루카의 등뿐이었다. 하루도 참. 마코토는 한동안 그 자리에서 하루카의 헤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

 

이 두사람은 1학년 때 부터 이랬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만...

사실 마코토가 "빨리 따뜻해져서 헤엄칠수 있게 되면 좋겠네^^" 할때부터 망상한 내용입니다 그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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