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혼 카츠라 코타로 드림
- 오리주 주의
랑님이 주신 키워드로 써본 글 ㅇㅅㅇ)9
최후의 순간 마지막 키스
written by Esoruen
“선생님, 누가 찾아왔어요”
“이 시간에?”
코우메는 내일 아이들에게 가르칠 책을 읽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벌써 저녁 8시가 넘었는데, 누가 자신을 찾아온단 말인가. 학생들 중 이런 늦은 시간에 찾아올 아이는 아무도 없고, 어른들 중에서도 그녀를 찾아올 사람은 많지 않았다. 양이전쟁 이후 그녀는 예전에 알던 동료와 가급적 만나지 않았고, 연을 유지하고 있는 건 긴토키나 카츠라 정도뿐이었으니까.
혹시 둘 중 하나라면, 긴토키일 가능성이 높겠지. 책상을 정리하며 일어난 그녀는 집안 사정 상 늦게까지 서당에 머무르는 제자에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알려줘서 고맙구나. 잠시 다녀오마. 여기 있거라”
“네에, 선생님”
밝은 미소와 함께 대답한 아이는 제가 아까 전 까지 앉아있던 책상에 털썩 앉았다. 아아, 귀여워라. 자식이라도 보는 어머니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은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현관문 앞에는 성인 남자로 보이는 그림자가 있었다. 역시 긴토키였나. 한숨을 쉰 코우메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오오, 코우메. 왔는가”
이런. 코우메는 들려온 대답에 조금 놀라고 말았다. 저 말투, 저 목소리. 찾아온 상대는 긴토키가 아니라 카츠라였다.
최근에는 과격한 행동도 안 하고, 도망쳐 다닐 짓도 안 해서 올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찾아오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가 이런 시간에 자신을 만나러 오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못한 이유 때문이었으니 코우메의 표정은 저절로 어두워졌다.
“문 좀 열어주게, 아까 대답한 건 자네 학생인가?”
“그렇지 뭐. 그냥 들어와도 되는데…”
왜 자신을 부른 걸까.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 현관문을 연 코우메는 자신을 향해 쓰러지는 커다란 몸뚱이에 숨을 멈췄다. 뜨거운 몸. 새하얀 얼굴을 얼룩지게 만든 피는 분명 그의 것이었다.
“코타로?!”
“아아, 나는 괜찮네… 놀라지 말고…”
“어떻게 안 놀라? 이게 뭐야!”
자신을 기대고 겨우 서있는 그를 집 안으로 들인 그녀는 낑낑거리며 문을 닫고 카츠라를 바닥에 뉘였다. 설마 쫒아오는 사람은 없을까. 긴장해서 예민해진 청각은 다행이도 수상한 발소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제자도 있는데 칼부림을 할 수는 없지. 불행 중 다행인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카츠라의 상태를 보자 걱정이 앞섰다.
“왜 여기로 온 거야? 병원은? 엘리자베스는?”
“엘리자베스는… 무사히 도망쳤을 거야… 나중에 합류 장소에서 만나면 돼”
“너는 어쩌다 다쳤고?”
“하하… 그걸 알면 다치지 않았을 걸세”
피투성이인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여유로운 말투. 그녀는 그것이 싫었다. 마치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 달관한 언행 같아서, 차라리 아프다고 소리라도 질러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병원 가자. 얼른. 이건 응급처치로도 안 돼. 왜 이리로 온 거야? 병원을 가야지”
“그거야…”
카츠라는 뭐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그 목소리가 너무 작아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다시 물은 코우메는 소리를 더 잘 듣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때, 피에 젖은 손이 가볍게 뺨을 감쌌고, 터져서 갈라진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
“이렇게 죽는다면 키스도 못 해보고 죽는 건 억울할 거 같아서…”
씨익 웃는 카츠라의 얼굴에 그녀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안타까움, 부끄러움, 감동. 그런 것들은 확실히 그녀의 가슴속에서 일렁였지만, 그것 들 보다 가장 먼저 자기주장을 한 감정은…
“꼴값 떨지 마!! 누가 죽어!”
퍽. 상대가 부상자라는 것도 잊은 걸까. 가차 없이 카츠라의 어깨를 내려친 코우메는 황급히 고개를 들고 그를 일으켰다.
“안 죽어! 안 죽으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자, 자네… 너무 아프게 때린 것… 같은…”
“엄살 부리지 마. 이래서야 누가 널 광란의 귀공자라고 생각하겠어?!”
말은 험하게 하면서도 그녀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카츠라를 업은 그녀는 제 옷이 피로 젖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제자를 불렀다.
“쿄코! 선생님은 잠시 나갔다 올게. 서당 잘 지키렴!”
‘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밝다. 듣기만 해도 힘이 생기는 목소리.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의 목소리. 거기에 힘을 얻은 것은 코우메만이 아닌 걸까. 등에 업힌 카츠라도 소리 죽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