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U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피터 퀼 드림
- 오리주 주의
- 드림전력 60분 샹그릴라 두 번째 주제 : 안재동 - 별이 되고 싶다
너에게서 가장 가까운 곳에
푸른 하늘의 별이 되고 싶다
안재동 - 별이 되고 싶다
별이 되고 싶다
written by Esoruen
피터가 떠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 우주의 수호자. 그야말로 70년대 액션영화 같은 팀명을 걸고, 사면 받으며 덤으로 얻은 우주선을 타고 떠난 그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 그와 함께 긴 시간을 보낸 나로서 장담하자면, 분명 사면 받은 기회가 아까울 정도로 사고를 치고 다닐게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잔다르를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그 인간과 영웅은 근본적으로 맞질 않아’
그 생각 하나 만큼은 변함없었다. 그리고 아마도, 몇 십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욘두는 피터가 자신에게 오브를 넘기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피터가 모든 것을 계획적으로 꾸미고 튈 준비를 하고 있음을 짐작하고 있었으니, 욘두는 모르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와 욘두 외의 라바저 대원들은 ‘그 녀석이 또!’ 라며 역정을 내거나, 다 포기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봐, 벨”
이제는 나랑 놀아줄 사람도 없다. 애초에 놀기 위해 라바저에 있는 것도 아니지만, 피터가 가버린 이후에는 약탈하러 나가는 것 외에는 모든 일이 그저 재미없게 느껴졌다. 더불어, 내 방을 찾아오는 사람도 없어졌다, 고 생각했는데.
“누구?”
“나와 봐, 특종이니까”
방문을 열자 나타난 것은 나와 피터를 옛날부터 봐온 동료였다. 이 라바저에서, 나와 욘두를 빼면 그나마 가장 피터에게 우호적인 인물인 그는 뭐가 그리 조심스러운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슬쩍 물었다.
“지금 시간 있나?”
“한가하지. 왜 그래?”
“피터의 연락이 왔어, 널 찾아”
오, 이건 무슨.
난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닐까. 누구의 연락이 왔다고? 지금 한창 우주에서 수호대 놀이를 하고 계실, 스타로드 양반이 나에게?
“정말이야?”
“그래, 욘두도 모르는 거니 얼른 가서 받아”
“고마워, 복 받으라고”
이쪽에선 연락방법을 몰라 가만히 있었지만, 먼저 연락이 왔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기꺼이 밖으로 나간 나는 커다란 화면에 떠있는 웃는 낯짝을 발견했다. 며칠 못 봤을 뿐인데 인상이 확 달라진 피터는 날 보더니 어린애처럼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야, 벨! 잘 있었어?”
“쉿, 소리 낮춰 바보! 몰래 연락한 거라고 안 했어?”
“아, 그랬지. 그래. 확실히 욘두에게 들키면 곤란하니까”
곤란하다고 말하는 사람치고는 참 태평하게도 웃는다. 하긴, 매일 여기저기서 잔소리만 듣다가 드디어 새로운 동료랑 떠났는데, 나라도 입이 째지게 웃고 다니겠지.
“어쩐지 표정이 안 좋은걸, 괜찮아?”
“그래. 나야 괜찮지. 넌 어때? 그 말하는 너구리는 잘 있어?”
“오, 잘 있지. 보여줄까?”
“아냐 됐어”
이런 소중한 시간을 다른 사람, 아니 생물과 소비하는 건 아깝지. 곱든 밉든, 피터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내 목숨도 구해줬고, 이것저것 가르쳐 줬고, 또…
“나 없으니 심심하지?”
“알고 있다는 게 더 얄밉지만 그래”
“나야 언제나 얄미웠지, 어쩐지 미안하네. 널 외롭게 만든 것 같아서”
“내가 애도 아니고, 별 걱정을 다”
‘그래, 애는 아니지’ 피터는 내 말에 동감하는 듯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퀼, 뭐하는 거야!’ 누군가의 외치는 소리. 여자의 목소리는 아니고, 너구리의 목소리도 아닌걸 보니 아마 그 우락부락한 친구가 한 말이겠지.
“잠시만! 거 되게 급하네! …미안 벨, 다음에 또 연락 할 게”
곤란하단 표정으로 날 향해 뒤돌아 본 그가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래, 본인도 미안하다는 걸 아는데 내가 어쩌겠는가. 무려 일주일 만에 연락을 해오고, 3분도 못 가서 끊겠다는 게 미안하다는데 말이다!
“다음에 또 연락 안하면 쫒아가서 쏴버릴 줄 알아”
“할게, 진짜 할게! 3일에 한번, 콜?”
“…그래, 그 정도라면. 아냐, 조금 더 여유 있게 연락해도 돼. 그냥 무사하다는 것만 알려줘”
“내 걱정은 하지 마, 벨”
익살스러운 윙크. 뒤에서 들려오는 성화. ‘연애질은 작작 해라고!’ 익숙한 목소리의 너구리가 외치는 와중에도 그는 닭털 날리는 멘트를 잊지 않았다.
“내가 보고 싶거든, 네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별을 봐. 나는 스타로드니까, 모든 별은 나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겠어?”
“아주 육갑을 해라… 끊어!”
이대로라면 또 통화만 질질 끊겠지. 나는 보고 싶은 말하는 너구리와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먼저 통신을 끊어버렸다. 별 시답잖은 이야기만 했지만, 그래도 역시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으니 기쁘다. 한숨을 쉬며 방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우주선 밖으로 번쩍이는 빛에 멈춰 섰다.
‘네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별을 봐’
저 멀리 날아가는 혜성. 그것은 네가 아니지만, 나는 괜히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