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CU 피터 퀼(스타로드) 드림
- 오리주 주의
- 드림전력 60분 샹그릴라 열일곱 번째 주제 : 달 + 열여덟 번째 주제 : 너를 위한 노래
BGM 있습니다 ㅇㅅㅇ)9
달, 너를 위한 노래
written by Esoruen
덜컹. 선체의 일부분이 부서진 우주선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뱉은 벨은 헝클어진 머리를 대충 빗으며 비행을 자동 모드로 바꿔놓았다. 어차피 라바저로 돌아가는 동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제가 조종석을 지킬 이유는 없지. 먼지 묻은 코트를 벗어두고 안쪽으로 돌아간 그녀는 꽁꽁 묶여있는 남자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렸다.
“이게 얼마짜리 우주선인지 알아?! 네 목숨 값으로 수리할 테니 그렇게 알아!!”
“나 참! 어차피 도적질로 먹고 사는 처지는 같으면서, 거 되게 더럽게 구네!!”
와장창. 멀리 떨어져 나간 붉은 피부의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외쳤지만, 벨은 들을 가치도 없다는 듯 귀를 후볐다. ‘아, 네. 너는 지껄이세요. 나는 쉬렵니다’ 입으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온 몸으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있는 그녀는 오늘의 성과인 커다란 가방을 뒤적거렸다.
“으아아! 내 가방!”
“왜 네 가방이야? 이젠 내 가방이지”
고장 난 무기, 통신 장치와 돈. 이것저것이 어지럽게 뒤엉킨 가방 안에서 그녀가 꺼낸 것은 번쩍번쩍 빛나는 작은 장식품이었다. 마치 천사를 닮은 모양을 한 장식품은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신비로운 빛이 났다. ‘오호’ 함박웃음을 지은 벨은 장식품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가방을 던져버렸다.
툭.
가방은 힘없는 소리를 내며 원래 주인 근처에 던져졌지만, 그 가방에서 튀어나온 물건 하나는 그녀의 발 앞에 떨어지고 말았다.
“뭐야?”
더 이상 저 가방 안 물건에 용건은 없다. 가차 없이 소지품을 발로 차버리려던 그녀는 작고 네모난 그 물건이 꽤 낯이 익다는 것에 동작을 멈추었다.
“아, 그건…”
“너, 이거 어디서 났어?”
벨은 카세트테이프를 주워 남자의 앞에 내밀었다. 이건 분명 제가 알기로는, 지구에 밖에 없는 물건일 텐데. 어째서 지구인도 아닌 남자가, 이걸 가지고 있단 말인가.
“그거? 꽤 오래전 털어낸 우주선에서 찾은 거지. 그런데 아무도 사 주지 않아서…”
“이것도 가져간다”
“뭐?!”
“닥쳐 어차피 죽은 양반이 거 되게 물건에 집착하네, 우리 고향에선 말이야. 당신 같은 사람을 스크루지라 불러”
스크루지가 누군데?! 그렇게 외치는 남자를 뒤로하고 벨은 잠들기 위해 침대로 갔다. 돌아가면 물건만 넘기고 바로 다음 일을 처리하러 나가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쓸데없이 일이 생긴 것 같다. 카세트테이프를 여기저기 살펴보던 그녀는 이 안에 들어있을 노래가 무엇인지 굉장히 궁금해졌다.
‘설마 피터가 잃어버린 건 아니겠지? 다른 디자인이긴 한데’
네모난 물건 속, 실실 쪼개는 남자의 얼굴을 떠올린 벨은 신경질 적으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신은 그저 이 테이프에 기록된 노래가 궁금한 것뿐이다. 절대. 절대 그가 신경 쓰여서 이걸 가져다주는 게 아니다. 세뇌라도 하듯 중얼거리고 나서야 그녀는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
“피터, 이거 혹시 네 거야?”
라바저에 돌아온 벨은 잡아온 남자와 물건을 욘두에게 넘기고 피터의 방으로 쳐들어갔다. 오늘도 욘두랑 한바탕 한 것인지, 별로 좋지 않은 표정으로 이어폰을 끼고 있던 피터는 제 방에 들어온 사람의 얼굴을 보자마자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 우리 예쁜이 왔어?”
“사람이 물으면 대답부터 해!! 이거 네 거야? 아니지?”
격렬한 포옹도 단칼에 거부한 벨은 다가오는 얼굴에 테이프를 떡하니 들이밀었다. ‘음?’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시정지 버튼을 눌려진 화면 마냥 정지된 피터는 낮선 물건에 고개를 저었다.
“아닌데? 어디서 난 거야?”
“주웠어. 괜찮으면 들어 볼 수 있을까?”
“내 워크맨으로?”
“그럼 네 콧구멍으로 들을까? 주크박스세요?”
“아, 알았어. 알았어. 어디 보자”
까칠한 그녀의 반응에도 그저 웃음으로 넘기는 피터는 진심으로 즐거워 보였다. ‘그래, 이렇게 사춘기 아가씨 마냥 구는 게 귀여운 거지’ ‘다른 여자라면 짜증나지만 이 녀석 이라면’ 뭐 대강 그런 콩깍지가 가득 낀 마음으로 듣는 잔소리는 피터에겐 설탕과자처럼 달았으니 어떻게 웃음이 나오지 않겠는가.
“어디 보자, 자”
원래 들어있던 테이프를 꺼내고 벨이 가져온 테이프를 넣은 그는 기꺼이 한쪽 이어폰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서로 한쪽씩 이어폰을 나눠 낀 두 사람은 머리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붙은 것도 까먹은 건지, 시선을 워크맨에 고정시킨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달칵.
피터의 거친 손이 재생버튼을 누르자, 약간의 잡음과 함께 부드러운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거…”
“아, 이곡 뭔지 알아. 그러니까…”
“Fly me to the moon, 1954년, 버트 하워드”
“엄청 오래 된 곡이네, 네 카세트테이프가 최신 곡으로 느껴질 정도야”
킥킥. 벨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애초에 최신곡이 들어있길 기대한 건 아니었으니, 그저 좋은 곡이 들어있다는 사실로 만족하기로 한 걸까. 음악에 귀를 완전히 빼앗긴 벨을 바로 옆에서 지그시 바라보던 피터는, 슬쩍 머리를 마주하고 물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 널 달로 데려다 주면 되는 걸까. 아가씨”
“…맞을래?”
“부끄러워하지 말고. 뽀뽀나 하자”
“그냥 때려달라고 하지 그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벨은 요지부동이었다. 머리를 치우지도, 이어폰을 뽑지도, 주먹을 올리지도 않던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 피터의 입술에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맞춰주고 고개를 돌렸다.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자신보다 한참 작은 그녀의 어깨에 기대며, 피터가 속삭였다.
“…그럴 땐 그냥 사랑한다고 말해. 아저씨야”
기댄 머리 위에 제 머리를 얹으며, 벨이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