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배소년 총통조 디스티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국조 네타 주의
- 드림전력 60분 샹그릴라 열아홉 번째 주제 : 미완성
제국조!! 네타가!! 심각합니다!! 여러분!! 조심해요!!
과거 시점 오랜만이다 자꾸 대위를 중위로 칠 뻔 해서 고생함()
미완성
written by Esoruen
누구든 그렇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완전한 것을 좋아했다.
완벽한 사람, 완벽한 사랑, 완벽한 결과물. 흠이 없는 것이 꼭 베스트도 아닌데, 그런 의견은 변명이라고 여기는 세상에서 완벽주의자들은 대부분 ‘꼼꼼한 사람’으로 치부되기 쉬웠다.
디스티는 굳이 따지자면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자신이 최고여야 한다. 아니, 자신은 최고니 우수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그것이 마치 1 더하기 1은 2라는 명제처럼 당연하게. 자신의 성과에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그는 실제로도 천재인 만큼 제국 의사들 중에서는 최고의 성과를 내곤 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제 성과를 못 내는 것은, 최근 시작한 귀찮은 황제폐하의 주문뿐이었다. 다짜고짜 인체개조와 세뇌를 모두 해달라니.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신이 아닌 이상 무리는 있는 법이었는데. 하지만 그는 마치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듯 그 일을 즐겼다.
“아, 또 죽었어. 으응”
그것은 13번째 테슬러를 죽이고 돌아온 그가 내뱉은 첫마디였다. 제 수술이 실패했다는 걸 한탄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죽은 것을 슬퍼하는 것도 아닌 애매한 말투. 디스티의 방을 지키고 있던 셀렌은 돌아온 그에게 간단한 것만을 물었다.
“죽었습니까?”
“그래. 역시 무리라니까 자꾸 고집을 피우잖아, 황제 나으리가. 이히히”
“그러면 그만 둔다고 하지 그랬습니까. 뭐, 그분 성격에 가만 둘 것 같지 않지만”
“그만두긴 왜 그만 둬. 사람이 실패도 계속 해봐야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거라고. 대위”
실패도 별로 해 본적 없는 사람이 하는 말이라기엔 어색하지만, 확실히 그건 맞는 말이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진부한 격언도 있으니까.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총에 맞았던 왼쪽 어깨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제 얄궂은 상관께서 총알도 빼주고 잘 봉합해 주기까지 했으니 아플 리가 있나. 언제나 문제가 되는 것은 멀쩡한 곳을 건드린 곳이었다. 그녀는 뜨거운 오른쪽 흉부에 손을 얹었다.
‘일어났나, 셀렌. 기분은 어때?’
셀렌. 그날 수술대 위에서 눈을 뜬 자신을 부르는 명칭은 ‘대위’가 아니었다. 평소에는 잘 불러주지도 않는 이름. 그가 제 이름을 부를 때 마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이 너무나도 보잘 것 없는 존재가 되는 착각을 느꼈다. 마치 실험용 기니피그나 인조장기같이. 그저 소모품이 되는 것 같은 그런 착각. 불쾌한 기분으로 상체를 일으킨 그녀는 수술대 옆에 놓인 총알을 보고 안심했다. ‘그래도 제 호위병이라고 치료는 해 주는 구나’ 그렇게 안심했는데.
‘숨쉬기 답답하진 않나?’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는 디스티 때문에, 그녀는 제 몸이 뭔가 전과는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제 피부가죽 아래의 일을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마치 늘 잘 쓰던 총 안의 부품이 망가졌을 때 느끼는 불편처럼 아주 미묘하고 흐릿한 불편함. 셀렌은 곧 제 가슴에 감긴 붕대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
무언가 멀쩡한 것을 건드려졌다. 그 정도는 가뿐히 알 수 있었다.
‘무슨 짓을…’
‘그냥, 내 선물이야. 대위. 더 이상 왼쪽 가슴에 있을 심장을 노려질 일은 없어. 익숙해지면 나에게 감사하게 될 거야’
내가 가장 잘 아니까. 그렇게 덧붙인 그는 유쾌하게 웃었던 걸로 기억한다.
세상에 그 어떤 미친 의사가 심장을 오른쪽으로 옮겨놓는단 말인가. 셀렌은 모든 전말을 알고 그를 미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평소에도 딱히 개조를 나쁘게 보지 않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개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물론, 제 몸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라던가, 부모님이 물려준 몸이니까 개조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단지, 저 남자의 실험대에 오르고 싶지 않다. 그 단순한 이유 때문에 개조당하고 싶지 않았던 건데.
“닥터”
“왜 그러지~?”
“설마 해서 묻습니다만, 다른 곳도 건드릴 생각입니까”
“응?”
무엇에 관해 묻는 거지. 그런 표정으로 셀렌을 바라보던 디스티가 곧 환한 웃음을 지었다. 기분 나쁘다는 저 표정. 그녀가 말하는 주체는 분명히 자신과 전의 그 수술에 관한 것이었다.
“글쎄다, 대위가 질색하는 꼴이 보고 싶어서라도 또 저질러 버릴지도! 이히히히!”
“……”
“아아, 그렇게 무서운 눈으로 내려다보지 마. 간 떨어지겠네”
“떨어질 간도 있었습니까?”
“나도 인간이니 간 없이는 못 살지”
한마디도지지 않는다.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색한 침묵 속, 먼저 말을 건 것은 셀렌이었다.
“다음 테슬러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군요”
“뭐, 100번 하다보면 한번은 성공 하겠지. 아니면 천천히 완성시키는 것도 좋고”
“미완성을 실전에 내보내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렇지만, 이 세상엔 미완성인 게 더 좋을 때도 있는 법이야. 셀렌”
그의 인공적인 분홍색 눈동자가 그녀 쪽으로 굴러갔다. 누가 봐도 자신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었다. 제가 미완성품이라도 된다는 걸까. 디스티에게 다가간 셀렌은 그 눈동자 위에 도수 없는 안경을 씌워 시선을 혼란시켰다.
“그래서 심장만 뜯어고쳐놓은 겁니까”
“들켰네?”
“…다른 쪽도 엉망진창이 되기 전에 프로젝트가 끝났으면 좋겠군요”
메스처럼 냉정한 말에 디스티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제가 서서히 완성시켜 가고 싶은 여자의 손을 잡고, 장난감처럼 주물럭거리며 웃을 뿐. 그는 가끔 이렇게, 덜 자란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보이곤 했다.
“열심히 기도해 보라고, 대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