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리조토 네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53회 주제 : 데이트 신청
아아악 리더 좋아해요(죽음)
데이트 신청
written by Esoruen
일에 푹 빠진 남자란 얼마나 멋진가. 파네는 자고로, 남자란 일에 열정이 있어야 하는 생물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계집질이나 도박, 술에만 관심이 있는 것들은 남자라고도 부를 수 없는 하등한 동물이지. 그런 지론이 있는 그녀에게, 리조토 네로란 남자는 너무나도 완벽한 남자였다.
암살팀 리더로서 강하고, 책임감도 있고, 무엇보다도 ‘프로페셔널’한 그는 이탈리아에서도 눈에 띄는 미남이었다. ‘뭐, 다른 녀석들도 미남이지만’ 파네는 암살팀에 있는 다른 멤버들, 그러니까 프로슈토라던가 메로네를 떠올리며 저런 말을 내뱉을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끝은 리조토의 이야기로 마무리 했다. ‘그래도 리더만한 남자는 없지’ 그렇게, 환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리더, 또 일하러 나가?”
파네는 그날도 일을 전해주러 왔다가 암살팀의 아지트에 완전히 눌어붙어있었다. 누가 보면 정보 관리팀이 아니라 암살팀 멤버인 줄 알 정도로 자주 아지트에 죽치고 있는 그녀는, 이제 자유롭게 리조토의 방을 넘나들 정도로 완전히 이 건물에 익숙해 져 있었다.
“아직 안 갔었나, 파네”
“그거야 돌아가 봐야 할 일도 없는 걸”
“너희 팀이 그렇게 한가할 리 없는데”
“어머, 여자의 거짓말도 모른 척 해주지 않고. 냉담해라”
깔깔 웃는 그녀와 달리, 리조토는 약간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그녀를 볼 뿐이었다.
파네 비안코라는 여자는 기본적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여자였다. 마치 양파처럼 몇 십 개의 껍질을 가진 그녀는, 언제나 실체를 파악했다고 생각했을 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여우같은 여자. 하지만 그렇기에 진정 정보 관리부에 어울리는 여자. 리조토는 그녀가 동료로서는 믿음직했지만, 여자로서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리더야 말로 오늘 급한 일은 다 끝낸 거 아냐? 무슨 일 하러 가?”
“리더라고 부르지 마라. 네가 정말 우리 팀 사람 같이 느껴지니까”
“어? 싫어? 나 정보 관리팀에서 암살팀으로 옮길 까 했는데!”
저런 거짓말을. 그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는 그걸 보고 웃어보였다. 마치 이런 표정을 짓길 바랐다는 듯, 소리 내어 까르르르.
“어쨌든, 급하던 안 급하던 내 일이다. 미리 해 놓는 것이 나쁠 리가 없지”
“딱딱해라. 뭐, 나는 그런 점이 좋지만”
‘세상에 이렇게 딱딱한 태도를 가진 남자가 좋다는 여자는 너 뿐일 거다’ 그렇게 대답하려던 리조토는 제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녀의 눈빛에 뒤로 물러설 뻔 했다. 한 밤중의 고양이 눈 같이 반짝 빛나는, 황금빛 눈동자. 그 어떤 상대를 만나도 겁먹기는커녕 오히려 제 쪽에서 위압감을 주는 리조토로선 어째서 제가 저 눈빛에만 이렇게 약해지는지를 알 수 없었다.
“그러지 말고, 같이 점심 먹으러 갈래? 나 파스타가 먹고 싶어 졌어”
“혼자 가라. 아니, 지금이라면 기앗쵸랑 일루조가 쉬고 있을 테니 같이 가도 좋겠군”
“눈치 없긴, 나는 리더랑 가고 싶은 거야”
그 정도는 진작 알고 있었다. 다만 그는, 아주 뻔한 수법으로 이 식사제안을 거절하려는 것뿐이었다.
파네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성격부터 외모까지 모두 매력적인, 거부할 수 없는 요부 같은 아가씨였고, 그에겐 ‘관심이 가는 여자’ 중 하나였다. 그러니 같이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리조토로서는 손해일리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는 이번 기회를 걷어차야 했었다.
아직 자신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파네의 말대로 급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말이다. 리조토는 되도록 일은 보이는 족족 처리해 두고 싶어 하는 성실한 남자였고, 그렇기에 다른 무언가에 정신을 팔 여유가 없었다.
분명 같이 식사하러 나가면, 식사만으로도 엄청 시간을 빼앗기고 그 이후 산책이나 다른 이런 저런 ‘데이트’같은 행동들로 오후의 시간을 모두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그러니 그는 파네에게 거절의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군, 난 안돼”
“헤에”
“뭐지, 그 반응은”
“아니, 정말로 나랑 식사하기 싫을 리가 없는데 애써 거절하는 게 빤히 보여서”
‘여우같은 계집애’
언제나 프로슈토가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이, 지금 제 귀에서 자동 재생되는 환청이 들렸다. 아아, 그래, 이렇게 행동하니 여우라고 한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지. 리조토는 절로 한숨을 쉬었다.
“알면, 그냥 포기해 줄 생각은 없나?”
“싫어. 난 어떻게든 리조토와 데이트를 하고 싶거든”
“굳이 나랑?”
“물론이지. 아까부터 계속 말하잖아? 리더가 아니면 안 된다고”
그의 팔을 잡고 슬쩍, 춤이라도 추듯 가볍게 등 뒤로 이동한 그녀가 돌연 그의 목을 안고 등에 매달렸다. ‘큭’ 갑자기 전해져 오는 체중에 그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파네는 기다렸다는 듯 그 볼에 입술을 비볐다. 아. 속았다. 리조토가 당황하여 눈을 크게 뜨자,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말이야, 리더. 이렇게 일과 동료밖에 모르는 리더 얼굴이 나 때문에 빨개지는 게 너무 좋아”
“…악취미군”
“어머, 나는 원래 고약한 취향인 걸? 그리고 아무 남자나 잘생기면 좋다는 가벼운 안목의 여자도 아니지”
‘갈 거지?’ 그렇게 말하고 있는 눈동자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 부담스러움이 도저히 진심으로 그녀를 거부 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약간의 신경전 꿑, 그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 레스토랑으로 가지”
“야호~”
승낙을 받고서야 내려온 그녀는 리조토와 팔짱을 꼈다. 이렇게 있으니 평범한 연인사이 같다. 결코 자신에게 그런 평온한 인간관계가 생길 리가 없으면서도, 리조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파네의 팔을 꽉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