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후시] 은하수

from Fiction/Other 2013. 7. 25. 23:18

 

 

은하수

written by Esoruen

 

깊은 어둠이 내려앉은 인술학원은 오늘도 풀벌레 소리와 밤새 단련을 하는 고학년의 소리로 그리 조용하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모두가 쉬는 시간인 만큼, 기숙사의 방들은 모두 불이 꺼져 있었고 새근새근, 평온한 숨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툭. 지붕에서 땅으로 내려온 잣토는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기숙사를 기웃거렸다. 이 방이 맞나. 잠깐 망설이듯 문에 손을 얹고 멈춰있던 그는 슬며시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1학년 학생 두 명이 자고 있었다. 두 아이 중, 한 아이의 얼굴을 확인한 잣토는 자고 있는 소년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후시기조군”

“으음”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잠에서 깬 후시기조는 뒤척거리더니 눈을 떴다. 아직은 어두운 시야에 보이는 것은 붕대로 감긴 얼굴과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 하나.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를 뻔 했지만 곧 그가 누군지를 알고 입을 다물었다.

 

“자, 잣토 씨!”

“오랜만이구나, 후시기조군”

“여, 여긴 무슨 일이에요?”

 

잣토가 인술학원에 몰래 침입해온 것은 그다지 드문 일이 아니었지만 보통은 보건위원회의 방으로 찾아왔지, 이렇게 자신의 방으로 온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런 야밤에 찾아오다니. 스릴과 서스펜스를 좋아하는 후시기조라고 해도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경계심이 풀어지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후시기조군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

“네? 저에게요?”

“그래, 자”

 

잣토가 내민 손을 후시기조는 망설이다가 잡았다. 잣토는 자신보다 한참 작은 후시기조를 아들을 안는 아버지처럼 다정하게 안아 올렸다. 후시기조는 그제야 자신이 잠옷차림인 것을 알았지만, 이미 방을 나가 인술학원 밖으로 뛰쳐나가는 잣토 탓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자는 말을 하지 못했다.

잣토는 뒷산의 정상까지 아무 말도 없이 후시기조를 안고 달렸다. 정상에 도착한 후에도 잣토는 주변을 살피더니 가장 큰 바위 위에 앉고 후시기조를 제 무릎위에 올려놓았다.

 

“잣토씨?”

“저길 봐 후시기조군”

 

잣토가 가리킨 것은 하늘의 한가운데였다. 후시기조는 그 손끝을 바라보았다. 반짝. 반짝반짝. 잣토가 가리킨 하늘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좌우로 길게 늘어선 빛의 선. 빛나는 별들의 강.

 

“우와아!”

“오늘은 은하수가 참 예쁘기에, 보여주고 싶었거든”

“저에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래”

 

잣토의 단호한 대답에 후시기조는 방긋 웃었다. 임무로 바쁠 잣토가, 은하수를 보고 생각한 사람이 같은 타소가레도키 성의 사람도 아닌 자신이라니. 누군가가 자신을 생각해 준다는 것은 기쁘고 행복한 일이었다. 그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후시기조군, 은하수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있니?”

“에, 어떤 이야기요?”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

“아, 알아요!”

 

후시기조는 언젠가 들었던 설화를 떠올렸다. 견우와 직녀라는 남녀가 일은 팽개치고 사랑하고 살기에만 바빠, 옥황상제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둘을 떨어뜨려 놓았다는 슬픈 이야기. 하지만, 칠석날에 두 사람은 만날 수 있고 그때마다 까치와 까마귀가 다리를 놓아준다는 로맨틱한 이야기.

 

“그럼 저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랑 직녀가 정말 있는 거예요?”

“음? 응”

 

어린아이의 동심을 깨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자식이 없는 잣토라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프로 닌자가 되어 그 손에 피를 묻힐 닌타마였지만, 아직은 어린애. 잣토는 차마 아니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헤에. 후시기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은하수를 살펴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꼭 나랑 잣토씨 같아”

“응?”

“아무것도 아니에요”

 

듣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능청을 떠는 후시기조였지만, 잣토는 확실히 그 말을 들었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그가 모를 리가 없었지만, 잣토는 뜻만큼은 모른 척 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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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잣후시를

많이 좋아합니다..

닌타마 애정커플 Top3 안에 들어요.. 흑흑.. 잣후시.. 잣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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