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의 왕자님 시노미야 사츠키 드림
- 오리주 주의
- 드림전력 60분 샹그릴라 서른세 번째 주제 : 잠들지 못하는 밤
잠들지 못하는 밤
written by Esoruen
남동생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은 것은 밤 9시가 다 되어서였다.
‘또 어딜 간 거야’ 냉정하다고 하면 할 말이 없었지만, 나는 나츠키에게 그 연락을 받고 나서도 가장 먼저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마즈마는 원래 어렸을 때도 소리 소문 없이 놀러나가 늦게 들어오곤 했으니, 이번에도 그런 것이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나와 달리 내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하루카는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시간까지 연락 두절이라니, 경찰에 연락하는 편이 좋을까요?”
“에? 아냐. 뭐 그 녀석이 갈만한 곳이면 뻔하고, 내가 직접 찾으러 가볼게. 하루카는 먼저 들어가서 쉬어. 룸메이트가 걱정할라”
“아, 네… 그럼, 내일 봐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하루카는 내 말에 순순히 기숙사로 돌아갔고, 나는 내 방에서 모자만 챙겨선 밖으로 나섰다. 너무 늦어버리면 기숙사 문도 닫을 텐데, 정말이지 성가신 남동생이다.
아까 전 통화에서 나츠키가 동생과 마지막으로 같이 있었다고 한 공원에 도착한 나는 남동생에게 문자를 남겨가며 공원을 누볐다. 나츠키는 시계탑 근처에 있다고 했으니 연락할 필요가 없었지만, 도대체 이 동생 놈은 어딜 갔단 말인가! ‘당장 답장 안하면 엄마에게 이를 거야’ 라는 문자를 4번 쯤 보내고 나서야 시계탑에 도착한 나는 시계탑 근처에 앉아있는 커다란 그림자를 발견했다.
“나츠키?”
“아”
고개를 든 얼굴에는 안경이 없었다. 오, 또 무슨 일이 터졌던 모양이군. 나는 오늘 낮까지만 해도 보았던 유순한 눈매 대신 금방이라도 벤치라도 집어 던질 것 같은 날카로운 눈매에 저절로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사츠키?”
“이제 왔냐… 너희 남매는 왜 이렇게 쌍으로 느려?”
“나츠키는? 아니, 나랑 통화한 거 너였어?”
“아니. 그건 나츠키야. 네 남동생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하도 불안해해서, 잠시 나왔어”
한숨을 푹푹 쉬며 내게 다가온 사츠키는 귀찮은 일에 휘말린 것보다도 나츠키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신경 쓰이는지 계속 마즈마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돌아오기만 해봐’ ‘파트너고 뭐고 엎어버릴 줄 알아’ 누나로서 어쩐지 말리지 않으면 남동생이 위험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위험해 지든 안전해 지든 행방부터 확실히 하는 일이었다.
“안경은?”
“주머니에”
“좋았어. 그래서 헤어진지는 몇 분이나 된 거야?”
“아마 1시간. 핸드폰 배터리가 떨어져서 근처에 공중전화에 통화 좀 하고 온다고 하더니 여태 안 오고 있어서 이 쌀쌀한 날씨에 이러고 있었지”
아, 핸드폰이 아예 꺼져있었던 건 그것 때문이었나. 이래서는 문자를 보내며 온 내가 바보 같잖아.
“그것부터 말해주지…”
“설마 문자라도 한 100통씩 보낸 거야?”
“100통은 아니고 20통 정도는”
“바보냐”
아, 말은 얄밉게 하면서도 사츠키는 피식 웃고 말았다. 솔직히 조금 열 받기는 아는데 저런 얼굴에는 화를 낼 수가 없다. 핸드폰을 바지주머니에 화풀이하듯 쑤셔 넣은 나는 급하게 오느라 비뚤어진 모자를 바로 썼다.
“일단 둘러보면서 찾아보자”
“어쩔 수 없나”
“…네가 찾아 볼 거야?”
“그래. 나츠키는 그 녀석에게 화 못 낼 거 아냐”
하긴, 나츠키라면 걱정만 하다가 ‘다행이다’ 라며 웃겠지. 나츠키는 사츠키와 정 반대로 너무 착했으니까. 아니, 그건 착하다고 하기 보다는 어리숙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동생에게 매일 ‘너는 너무 긍정적이야’라고 욕먹는 나도 화를 낼 때는 제대로 화내는데. 나츠키는 화내는 법을 알기나 할까?
“…그건 그렇지, 좋아, 가자 사츠키!”
“아, 야. 잡아당기지 마!”
“뭐야 빨리 찾아야 빨리 들어갈 거 아냐?! 기숙사 문 닫히면 우리 노숙해야 한다고!”
“흐음”
내 말을 들은 사츠키는, 갑자기 짓궂게 웃더니 앞으로 나아가려는 내 팔을 자신 쪽에서 잡아당겼다. 아, 몸의 중심이 흔들린 나는 꼴사납게 휘청거리다가 겨우 바로 설 수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덩치가 산만한 남자가 잡아당기면 못 빠져나간다. 열심히 팔을 빼내려고 하던 나는 참다참다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뭐, 뭐야? 놔~!”
“못 들어가게 되면 노숙이라고?”
“그래! 아니야?”
“헤에, 너랑 노숙이라”
아, 잠깐. 지금 조금 위험한 것 같은데. 여자의 직감이라고 할까.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나는 바지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정신이 들었다. 안 그래도 정신없는 상황인데 누구야!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받은 나는 ‘여보세요’를 말하기도 전 들려오는 목소리에 할 말을 잃었다.
“메리루!! 너 어디야?!”
“…마즈마?”
“야, 하루카에게 들었어. 뭐? 내가 없어져? 무슨 소리야, 지금 나 기숙사인데 너 어디야?”
이게 또 무슨 소리지. 상황 파악이 덜 된 내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아간 것은 사츠키였다.
“여어”
“뭐, 뭐야? 나츠키? 아닌가, 너 그녀석이지?!”
“네 누난 나랑 재밌게 놀고 들어갈 테니까. 나츠키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작곡 노트나 들여다보다가 자라고. 그럼”
내 허락도 없이 통화를 끊은 그는 핸드폰을 자기 주머니에 집어넣더니, 환하게 웃었다. 그래, 마치 나츠키가 자신이 직접 만든 과자를 전해줄 때처럼, 아주 뿌듯한 얼굴로 말이다.
그 미소를 보고나서야, 나는 모든 일이 요 남자의 장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너, 설마 나츠키마저 속인 거야?!”
“글쎄다. 어디서부터 거짓말일 거 같아?”
“너, 너…”
당황하는 나를 제 코앞까지 끌어당긴 그는 갑자기 내 모자를 벗기더니, 귓가에 다가와 속삭였다.
“자, 그럼. 잠들지 못할 밤의 데이트를 시작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