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기 주의. 약간의 얀데레 주의.

※ 이 소설은 'The Seven Sins, Gluttony' 와 같은 시간대의 이야기입니다. 읽지 않으셔도 읽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  7대 죄악, 교만 시기 탐욕 분노 폭식 나태 색욕

 

 

 

The Seven Sins,

 Envy

written by Esoruen

 

 

히무로 타츠야는 말했다. 제발 날 사랑해줘. 나를 사랑해줘 아츠시. 덜덜 떨리는 몸으로,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눈으로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무라사키바라는 대답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무로칭. 나는 이미 무로칭을 많이 사랑하는걸.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히무로는 소리 질렀다. 주인에게 한 마디 말만 배운 앵무새처럼, 거짓말, 그 한 단어만을 외쳤다. 제 어린 연인은 드러누워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는 형체를 완전히 잃은 당분 덩어리가,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었다.

 

 

 

 

히무로는 3학년이 되고 주장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히무로가 주장에 류웨이가 부주장. 오카무라와 후쿠이처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작년 그들이 보여준 팀워크는 훌륭했으니까. 농구부는 아무 문제없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농구부에는 문제가 없었으니까. 문제가 있는 것은 히무로였다.

히무로가 이상해 진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늘 곁에 있던 무라사키바라였다. 어쩐지 점점 부정적이고 우울해져가는 히무로가 이상해 감독에게 말했더니, 감독은 히무로를 불러 개인 면담을 했다. 감독은 이것저것을 히무로에게 물었고, 그가 우울증에 걸린 것을 금방 알아냈다.

마음의 병이란 무섭다. 약을 쓰고 수술을 하면 되는 몸의 병과 달리, 상담과 약간의 약물로 호전을 기다려야 했다. 감독은 히무로가 주장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히무로는 꼭 자신이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다른 사람이 해선 안 된다는 듯, 히무로는 주장 자리에 집착했다. 감독은 약간 고민했지만, 주장을 바꾸거나 하진 않았다.

 

“무로칭 괜찮아?”

 

상담을 받고 나오자 무라사키바라는 연습을 하다 말고 다가와 히무로를 내려다보았다. 히무로는 느긋하게 ‘응’ 이라고 대답했다. 웃으며 대답하는 히무로는 사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그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초조함, 그것이 자신의 우울증을 자극한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무엇에서 오는 초조함이냐 하면 그것은 다름 아닌 제 눈앞의 이 남자. 무라사키바라 아츠시에 대한 초조함이었다.

무라사키바라와 히무로는 사귀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부원들에겐 비밀인 연애였고, 사귄다고 해도 남들 눈에는 그저 ‘정말로 친한 친구사이’로 보이는 정도였지만 명백하게 둘은 연인 관계였다. 사귀기 시작한 것은 윈터컵 종료 후. 두 사람의 연애는 비교적 순탄한 편이었다. 어리광을 부리는 무라사키바라를 히무로는 늘 받아주었고, 히무로의 외로움을 무라사키바라는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해도 좋을 솔직한 애정으로 채워주었다. 이상적인 연애라고 자만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히무로가 자신의 생각보다 무라사키바라를 훨씬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솔직히 말해, 히무로는 천재들이 싫었다.

죽어라 노력하는 평범한 자신, 그런 자신을 더없이 비참하게 만드는 천재라는 존재. 어렸을 때부터 형제처럼 지낸 카가미도, 지금 제 연인인 무라사키바라도 사전에 나온 정의를 의인화 해 놓은 듯 정말로 ‘전형적인’ 천재였다. 자신이 노력해 한 걸음을 걸어가면, 그들은 잠깐 몸을 움츠렸다 펴는 것으로 열 걸음을 점프한다. 불공평하다 못해 잔인한 구조. 그 구조에서 약자인 히무로는 천재들이 싫은 것이 당연했다. 그럼에도 어째서 무라사키바라와 사귄 것이냐 물으면, 그것은 무라사키바라가 자신을 좋아해서였다.

질투를 느낄 정도로 재능 있는 무라사키바라가 자신에게 고백했을 때의 그 기분이란, 히무로는 말로 형용하기 힘들었다. 언제나 재능 없는 사람을 깔보고, 노력하는 범인(凡人)을 비웃고, 정작 자신은 재능만으로 농구를 하는 무라사키바라가 자신이 그토록 깔보는 대상인 ‘평범한’ 히무로 타츠야를 좋아한다니. 처음엔 농담이라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지만 무라사키바라는 진지했다. ‘무로칭이 천재든 아니든 난 그냥 무로칭이 좋은 거고’ 그것이 무라사키바라의 고백이었다. 히무로는 우월감에 취해, 그의 고백을 받아주었다.

하지만 연애가 길어질수록,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 아츠시라는 인물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 자신을 향한 맹목적이고 단순한 사랑. 그것은 히무로의 천재를 향한 증오에 가까운 질투를 녹여버렸다. 히무로 타츠야는 무라사키바라 아츠시를 좋아하게 되어버린 것이었다. 아니, 이것은 좋아한다는 감정을 넘어 ‘사랑’이라는 것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히무로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자신과는 급이 다른 저 천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될까봐, 평범한 자신에게 언젠가 질려버릴까 두려워졌다. 불안정한 그의 정신 상태는 무라사키바라의 말에 쉽게 좌지우지 되었고, 결국은 약해진 그의 정신에 우울증이 찾아오고 말았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악화의 길. 몰락의 길이었다.

 

“나는 괜찮아 아츠시”

 

괜찮을 리가, 없었다.

 

“무로칭 최근 무리하고, 오늘 연습 끝나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그래, 그러자. 신경써줘서 고마워 아츠시”

“뭘”

 

무라사키바라는 비록 입은 웃고 있지 않지만 애정 어린 눈빛으로 히무로를 바라보다가 한마디를 툭 던지고 제 자리로 돌아갔다.

 

“나 무로칭이 좋으니까 신경 쓰는 거고”

 

 

 

 

방과 후 두 사람은 학교 근처 제과점에 들렀다. 제과점 안은 몇 명의 손님과 가계 안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보는 점장, 그리고 여러 가지 모양의 과자빵들이 있었다. 무라사키바라는 망설임 없이 쟁반에 보기만 해도 달달해 보이는 각종 스위츠를 담았고, 히무로는 그의 뒤를 따르며 점장이 보는 TV의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지난 26일, 도쿄 T학교의 한 남고생이 자신이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며 자수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자수한 W군은…”

 

연쇄 살인. 자수. 자극적인 키워드의 뉴스에 히무로는 발걸음을 TV 앞으로 돌렸다. TV에는 깔끔한 생김새의 아나운서가 무표정하게 기사를 읽고 있었다. 기사의 내용은 이랬다. 자수한 W군이란 학생은 자신이 얼마 전 일어난 3건의 여대생 실종사건의 범인이며, 가장 최근에 죽인 것은 제 학교 선배로 죽인 4명은 모두 스튜로 요리 해 먹었다는 것이었다. 카니발리즘, 식인사건인가. 히무로는 사건의 잔혹함에 표정을 찡그렸다. 살인만으로도 중범죄인데 식인이라니. 아무리 학생이라도 처벌이 무거울 것이 뻔했다.

 

“무로칭 뭐해?”

 

무라사키바라는 그사이 먹을 것을 다 고른 것인지 제 옆에 와 말을 걸었다. 쟁반 위에는 과자빵들과 마카롱, 고급 초콜릿, 히무로를 위해 고른 치즈케이크와 푸딩이 있었다.

 

“아냐, 아무것도. 뉴스 좀 봤어. 계산할까?”

 

계산은 당연히 더치페이. 어차피 무라사키바라가 더 많이 먹을 것이 뻔했지만 늘 계산은 이런 식으로 하고 있었다. 무라사키바라는 불공평하다며 자신이 다 계산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히무로는 더치페이를 고수했다. 애초에 불공평하다라니, 무라사키바라가 그런 감정을 알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히무로는 놀라웠다.

두 사람은 히무로의 방으로 돌아와 과자빵과 우유를 나눠먹었다. 나눠먹고 남은 것은 히무로 방의 냉장고에 보관했다. 오후 늦게 돌아가면서 두 사람은 내일 보자며 작별의 키스를 했고, 무라사키바라는 사랑한다고 말했다. 히무로는 ‘나도’ 라고 대답해 주었다.

 

 

 

 

다음날 히무로는 일어나서 뉴스를 보았다. 아침 뉴스는 어제 밤에 있던 소식부터 오늘 이른 새벽까지의 사건과, 어제 저녁뉴스에 나온 사건들을 다루었기에 히무로는 습관적으로 아침뉴스를 챙겨보곤 했다. 혼자 사는 자취방. 토스트기에 구운 식빵에 잼을 발라 먹으며 뉴스를 바라보았다. 졸음에 취해 식사를 하는 정도가 다라서 사실 뉴스를 보고는 있지만 머릿속으론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그때, 히무로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뉴스가 나왔다.

 

“다음 뉴스입니다. 지난 26일 학생의 자수로 밝혀진 연쇄살인사건의 내막이, 사실은 다 가해자의 비뚤어진 애정에서 발생된 것임을 도쿄경찰청에서 수사 중 알아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분명 그 뉴스는, 어제 제과점에서 본 식인 연쇄살인사건의 뉴스였다. 애정? 그 그로테스크한 살인이 다 애정에서 나왔단 말인가. 히무로는 입안의 빵을 삼키고 뉴스에 집중했다. 아나운서에 말에 따르면 앞서 살해한 세 여대생은 다 마지막 살해대상인 학교선배의 대학교 지인이었으며, 질투를 느낀 가해자는 세 여학생을 살해해 학교선배에게 먹였다는 것이었다. 뉴스를 들은 히무로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질투란 감정, 그 익숙함에 오는 동질감과 이해. 아아 그래, 그 가해자도 가슴이 찢어지는 질투심으로 미쳐버린 거구나. 그것 하나를 이해한 것만으로도 그저 잔인하게 느껴지던 뉴스가 아침 드라마 마냥 서글픈 이야기로 다가왔다.

 

‘띵동’

“무로칭~ 나 왔어 학교 가자”

 

멍하니 뉴스에 정신을 쏟는 그때, 초인종 소리와 함께 무라사키바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늘 같이 등교했고 집 앞까지 데리러 오는 것은 늘 무라사키바라였다. 히무로는 TV를 끄고 가방을 챙겼다. ‘지금 나가’ 힘없이 대답한 히무로는 불쾌한 공감을 떨쳐내기 위해 웃어보였다.

 

“좋은 아침, 아츠시”

“좋은 아침. 이러다 지각하고, 얼른 가자 무로칭”

 

두 사람은 나란히 등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어제 하교 후 집에서 있었던 일이나 시시껄렁한 세상사, 그리고 농구에 관한 이야기도 했다. 중요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도 행복한 시간, 그것이 둘의 등교시간이었다.

 

“무로칭 오늘 1교시 뭐야?”

“화학. 아츠시는?”

“수학이고, 오늘 쪽지시험이…!”

 

그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무라사키바라의 말이 끊어지며 그의 머리가 크게 요동쳤다. 소리의 범인은 다름 아닌 농구공. 어디선가 날아온 농구공에, 머리를 맞은 무라사키바라도 그걸 본 히무로도 놀라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히무로가 ‘괜찮아?’ 라고 묻기도 전, 그를 친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달려왔다.

 

“이런, 괜찮으세요?! 어, 어라 주장?! 무라사키바라?!”

 

공을 던진 범인은 다름 아닌 농구부의 2학년 부원이었다. 1군이긴 하지만 아직 벤치선수인 범인은 아침부터 드리블을 하며 등교하다가 공을 잡으려다 실수로 놓쳐 이런 사고가 났다며 무라사키바라와 히무로에게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무라사키바라의 반응은 싸늘했다.

 

“장난해?! 재능이 없으면 나대지를 말던가!! 이게 뭐하는 거야!”

 

냉정한 말. 그 말에 상처를 입은 것은 공의 주인만이 아니었다. 옆에서 무라사키바라를 보고 있던 히무로는, 그 말이 마치 제 가슴을 후벼 파는 것 같은 고통에 호흡을 멈추고 말았다. 재능이 없으면. 재능. 재능이 없으면…

 

“아, 정말 짜증나고. 너 부활동 때 짓눌러 버릴 거야. 가자 무로칭. …무로칭?”

“재능이 없으면…”

 

혼자 중얼거린 히무로는 도망치듯 혼자 교문으로 달려갔다.

 

 

 

 

“아츠시, 오늘 부활 끝나고 우리 집에 어제 먹다 남은 과자 먹으러 올래?”

 

부활동 후 히무로가 한 제안에 무라사키바라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아침의 일이 어쩐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무라사키바라는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두 사람은 나등교할 때처럼 나란히 걸어 히무로의 방으로 왔다. 히무로는 무라사키바라를 식탁에 앉혀놓고, 부엌으로 가 어제 남은 스위츠들을 가져왔다. 마카롱 두 개와 사과파이. 그리고 푸딩.

 

“마실 건 우유로 좋아?”

“응, 뭐든 좋고”

 

성의 없이 대답한 무라사키바라는 과자들 중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마카롱을 하나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작은 마카롱은 한입에 그 입속에서 부수어졌다. 목이 마르지도 않은지 우유 대신 푸딩을 집은 아츠시는, 작은 스푼 한가득 푸딩을 떠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달콤한 푸딩을 씹던 그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윽!”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지는 소리. 무라사키바라는 갑자기 목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히무로는 크게 놀라지 않고 바닥을 뒹구는 그에게로 다가가 물었다.

 

“아츠시, 날 사랑해?”

 

으윽. 대답대신 들려온 것은 고통에 찬 신음이었다.

 

“날 사랑해줘 아츠시”

 

평소와 같이 평온하던 히무로의 표정이 울상으로 변했다. 무라사키바라가 쓰러지며 같이 쏟아진 푸딩은 바닥에 떨어지면서 분해되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제발 날 사랑해줘”

 

말하는 목소리까지 떨릴 정도로 온 몸을 떨며, 히무로는 절규했다. 하지만 바닥을 뒹구는 무라사키바라는 언어가 되지 않는 소리들만 뱉어낼 뿐, 울부짖는 제 연인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혼자서 말을 내뱉는 히무로를 향해 커다란 손이 뻗어져 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율하던 무라사키바라의 몸은 평온을 되찾았고 손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히무로는 그때까지도, 거짓말이란 말만 소리치고 있었다.

 

 

 

 

요센 고교에 과학실에서 청산가리가 조금 없어진 것을 안 것은 이미 사망자가 나온 후였다. 히무로는 경찰에 전화해 자신이 청산가리로 사람을 죽였다고 고백하였다. 아무 맛이 없는 청산가리를 푸딩위에 녹아서 스며들도록 뿌려, 제 후배인 무라사키바라 아츠시를 독살했다고 그는 자백했다. 경찰의 취조에 히무로는 모든 과정을 이야기 했지만, 동기만큼은 ‘뛰어난 선수인 그를 질투를 했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다.

그의 대답은 거짓말은 아니었다. 실제로 히무로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무라사키바라라면 그저 증오스러운 천재 중 한명일 뿐이었으니까. 히무로는 그날 무라사키바라의 사랑을 의심해버렸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지 저 천재에게 극도의 불안감과 말 할 수 없는 배신감과 질투를 느꼈었다. 재능이 없는 자를 그렇게 쉽게 무시하던 그였다. 그런 그의 태도를 본 히무로가 그의 사랑을 믿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이런 결과를 내게 되었다. 재능으로 질투하는 것만으로도 꼴사나운데, 자신만 깊게 사랑한다면 그 얼마나 최악의 비참함인가. 히무로는 그 비참함을 막고 싶었을 뿐이었다. 처음 고백 받았을 때 그 우월감을 빼앗기기가 싫었던 것도 어쩌면 살인 동기중 하나일 수도 있었다.

―요컨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무라사키바라는, 히무로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건 이런 기분이구나. 전에 본 뉴스를 떠올리며 히무로는 웃었다.

 

히무로의 우울증 증세덕분에, 재판에 넘겨지기 전 그는 정신병원에 진단을 받으러 이송되었다.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며 얼마 전의 뉴스를 곱씹던 그때, 제 옆에 누군가가 앉았다. 자신보다 커다란 덩치, 색소 옅은 머리. 듬직한 두 손엔 수갑.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의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 사람도 정신과 검사를 받으러 온 죄인인가. 묘한 동질감에 히무로는 좀 더 자세히 얼굴을 확인했다.

 

“아”

 

어디선가 본 것 같다는 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히무로는 그를 농구 코트 위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안녕”

 

히무로가 말을 걸자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아. 남자도 히무로를 알아본 것인지 작게 탄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동갑이니 말 놔도 될까?”

“마음대로”

“여긴 왜 온 거야?”

“비프스튜를 만들었어”

 

스튜? 반문하려던 히무로는 머릿속에 곱씹던 뉴스의 내용이 떠올랐다. 피해자를 모두, 스튜로 만들었다던.

 

“넌?”

 

남자는 식상한 반문을 건넸다.

 

“…푸딩을 대접했어”

 

대답을 한 히무로는 병원에 와서 처음으로 빙긋 웃어보였다.

 

 

+

 

죄인 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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