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소마츠상 마츠노 이치마츠 드림
- 오리주 주의
- 드림전력 60분 샹그릴라 마흔아홉 번째 주제 : 사랑을 주세요
마츠노 가의 이종사촌 오리주 입니다. 즉 성씨는 다르다는 그러한...(안 나오지만요)
아니 이 약빤애니가 뭐라고 내가 드림을 이치마츠 사랑해()
사랑을 주세요
written by Esoruen
우당탕탕. 계단을 내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이치마츠는 힘겹게 눈을 떴다. 모처럼 낮잠을 자고 있었는데. 무슨 소란이란 말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펴자 탁자 위에서 자고 있던 에스퍼 냥코가 그의 품에 달려와 안겼다. 그래. 이 미친 집안도 이 녀석만 있다면 조금 살만하지. 사이좋게 맛이 간 여섯 형제 중 하나인 자신이 할 말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조는 것도 모르고 집안에서 뛰어다니는 제 형제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욕이 나오는 게 정상이었다.
“이치마츠 형~!”
아. 그나마 제일 남을 생각할 줄 아는 녀석이 왔다. 거실 문을 열고 들어온 쥬시마츠는 생글생글 웃으며 아직 졸음에 취한 그 앞에 바짝 다가왔다.
“뭔데 이렇게 시끄러워?”
“안즈 누나 왔어~ 맛있는 것도 잔뜩 사왔어!”
아. 방금까지 졸았던 그의 눈이 번쩍 뜨이는 순간이었다.
“정말?”
“응! 다들 누나가 사준 붕어빵 들고 올라갔어!”
“바보들”
기껏 이종누나가 놀러왔는데, 한다는 게 선물만 들고 방으로 돌아가는 거라니. 뭐, 아마 그녀는 집에 놀러오면 제일 먼저 어머니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순서처럼 되어있으니 일부러 방해하지 않으려고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왜 안 깨운 거야, 이 자식들’
그깟 붕어빵이 형제보다 중요하냐. 아, 물론 자신 같았어도 안 깨울 것 같지만.
이렇게 생각하니, 제 눈앞의 동생은 얼마나 착한가. 한숨을 쉰 이치마츠는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곧 갈게. 다 먹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해”
“응~!”
길게 늘어진 소매를 팔랑팔랑 흔든 쥬시마츠는 그대로 밖으로 튀어나갔다. 보통 이럴 때 ‘응’이라고 대답해도 되는 거냐. 그런 태클은 이 마츠노 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치마츠라면 정말 뭔가 저질러 버릴 인물이 되니 이게 협박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모두 알고 있었을 테고, 쥬시마츠는 너무 착해서 형이 그러겠다고 하면 ‘그렇구나!’하고 알아듣는 단순한 아이었으니까.
“야옹~”
“너도 먹고 싶냐?”
“야옹!”
“어쩔 수 없지”
어기적거리며 나온 이치마츠는 거실 문을 닫고 방으로 올라가려다가 부엌 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언제나 들어온 어머니의 목소리와 젊은 여자의 목소리. 살갑게 대화하는 두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그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기에 저렇게 즐거워 보이나 신경이 쓰였다.
“어머, 잘 있다니 다행이구나. 조만간 만나자고 해볼까?”
“이모도 건강해서 다행이에요, 애들도 건강해 보이고요”
“우리 니트들이야 워낙 건강해서 문제지”
아들들을 니트들이라고 부르는 게 재밌는 걸까. 제 어머니의 말에 이종사촌 누나는 까르르 웃어보였다.
“그럼 전 애들이랑 놀게요. 이모부는요?”
“그이는 나가있지, 편하게 있다 가렴~!”
아. 나온다. 이치마츠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방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그녀의 발걸음은 빨랐다.
“어머, 이치마츠!”
이런. 이치마츠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마스크를 끌어올렸다. 오랜만에 만난 기쁨에 빨개진 얼굴 같은 건 죽어도 보여주기 싫다. 에스퍼 냥코를 꽉 껴안고 등을 돌린 그는 단정한 원피스 차림의 안즈를 보고 마른 침을 삼켰다.
“오랜만이야, 잘 있었어?”
“…어, 뭐. 그럭저럭”
“누나 안 보고 싶었어? 우리 3달만이잖아. 그동안 내가 일 때문에 바빠서 못 왔다고 외로웠지?”
확실히, 조금 쓸쓸했다. 어릴 땐 좀 더 자주 봤었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한 달에 한번은 놀러와 주곤 했는데, 최근엔 일이 잘 풀리는지 바빠져서 연락도 잘 하지 않았으니까.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입을 우물거린 이치마츠는 능숙하게 가짜 조소를 지어보였다.
“내가 뭐 10살짜리 인 줄 알아? 안 외로웠어”
하지만 그는 잊고 있었다. 제가 지금 안고 있는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
“외로웠어”
“……”
망했다. 아니, 괜찮다. 아직은 괜찮다. 적어도 안즈는 이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지 모르니까, 그냥 말하는 고양이인줄 알겠지. 이치마츠는 당황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에스퍼 냥코의 입을 틀어막았다.
“어, 지금 그 고양이…”
“환청이야, 그런 생각 안 했어”
“보고 싶었어!”
입을 틀어막아도 냥코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아아, 이래서는 곤란하다. 얼굴뿐만이 아니라 귀 끝까지 빨개진 이치마츠는 너무 당황해 더 이상 변명을 내뱉을 수도 없었다.
“…조용히 해, 너! 아니거든?”
“안즈 누나가 와서 좋아, 많이많이 말 걸어줘!”
“그런 거 아냐!”
“누나가 좀 더 나만 좋아해 주면 좋겠어. 다른 형제는 멍청이들이야”
이제 자신도 모른다. 완전히 눈의 초점이 나간 이치마츠는 떨리는 동공으로 안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웬일일까. 그녀는 킥킥 웃으며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곤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에게 차분히 훈계했다.
“아무리 그래도, 형제를 멍청이라고 하면 안 돼. 이치마츠”
“…미, 미안”
“그래, 착하다”
꼭 어린아이를 어르는 것 같다. 이치마츠는 자신을 여전히 아이 취급하는 이종누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제 어깨를 꼭 안아주는 두 팔의 온도는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어서 불평도 말하지 못했다.
“자, 그럼 올라가서 붕어빵 먹자! 다른 것도 많이 사왔으니까~”
“…그래”
고분고분 대답한 그는 제 품의 고양이를 노려보았지만, 곧 그 매서운 눈도 거두고 말았다. 이 빌어먹을 고양이 덕에 그녀의 품에도 안겨봤으니, 오늘 만큼은 제 속마음을 마음대로 말한 걸 용서해 주도록 할까.
물론, 붕어빵은 조금밖에 안 나눠줄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