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리조토 네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드림전력 60분 샹그릴라 쉰 네 번째 주제 : 백일몽
백일몽
written by Esoruen
리조토는 이따금, 그녀의 붉은 립스틱이 그녀가 이제까지 흘려 온 피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다운 강렬한 붉은 색. 이따금 다른 색으로 칠해지는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붉은 계열이 칠해지는 그 입술은 언제나 달콤한 말을 내뱉곤 했다. 정보관리팀 소속답게, 남을 꾀고 정보를 얻는 것에 도가 튼 그녀는 살아가는 방법을 잘 아는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갱이 되고, 갱이 된 김에 가족의 복수도 하고, 이윽고 조직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어 함부로 내쳐질 위기마저도 잊게 된 그녀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무장하고 있었다.
그래, 확실히. 그녀의 스탠드의 능력과 잘 어울리는 인생이다. 아니, 그 반대가 더 정확할까. 그런 방식으로 살았으니, 숨어드는 스탠드를 가지게 된 거겠지.
리조토는 암살팀의 아지트를 제 집 마냥 드나드는 그녀를 볼 때 마다 언제나 그런 생각을 했다. 참으로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언제 어디서나 빈틈이라곤 없다. 가시를 두른 장미처럼, 자신을 철저하게 보호하면서 상대를 꾀는. 너무나도 능숙한 ‘사냥꾼’
“어머, 리더”
오늘은 또 무슨 볼일로 왔다고 할까. 소파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파네는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리조토를 발견하고 미소 지었다. 반호를 긋는, 새빨간 입술. 오늘도 어김없이 립스틱이 칠해진 그녀의 입술은 장난스럽고도 상냥한 말들을 읊었다.
“어서 와, 일은 무사히 끝났어?”
“그래”
“역시 유능하네. 난 유능한 남자가 좋아”
시답잖은 농담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녀다운 거겠지. 소파 가까이 다가간 리조토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금색 눈동자를 피하지도 않고 마주보다가, 낮게 한숨 쉬었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지?”
“어머, 오늘은 정말 놀러온 거 아냐. 지령이 있어”
“또?”
최근 암살일이 는 것 같은데, 조직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파시오네에서 가장 뒤가 구린 일을 담당하면서도 대우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자신들은 윗선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일이 늘었다면 보스의 정체가 위험한가 보다 싶고, 한가하면 조직이 잘 굴러가는구나, 하고 생각할 뿐.
“자, 여기. 읽고 태워버려. 알지?”
“안다”
“뭐… 리더가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피곤하면 다른 사람 시켜. 암살팀은 다들 유능하잖아? 프로슈토는 많이 바빠?”
“그리 바쁘진 않지”
사실 암살팀에서 한가하다고 할 만한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지령이 든 봉투를 받은 리조토는 그 자리에서 봉투를 뜯어보려다가, 제 팔을 잡는 새하얀 손에 동작을 멈추었다.
“오늘도 열심히 일했나 보네. 피 냄새가 진동해”
아마 그건 적의 피 냄새거나, 제 몸에서 빠져나온 철분의 냄새겠지. 제멋대로 팔을 잡아끌어 코를 킁킁거리는 그녀를 보던 리조토는 어쩐지 기분 좋아 보이는 그녀의 미소에 날이 선 신경이 누그러지고 말았다.
언제나 웃고 있어도, 그건 다 영업용 미소였는데.
애초에 그녀의 말투와 표정은 무엇 하나 작위적이지 않은 게 없었다. 잘 만들어진 아름다움. 하지만 결국 만들어진 것을 숨기려는 의도가 없는 그 행동들. 누구를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목소리의 높낮이와, 파네 비안코라는 잘 포장된 여자위에 화룡점정을 찍어주는 붉은 입술…
제 손이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있음을 깨닫자, 리조토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검지로 비볐다. 자연스럽게 번지는 붉은 립스틱. 제법 거친 손길을 거부하지도 않고 가만히 느끼던 파네는 손가락이 멈춘 후에야 깔깔 웃어주었다.
“뭐야, 화장을 망칠 거라면 손가락 보단 입술로 해 줘야지, 리더?”
“…웃을 일인가? 이게”
제가 왜 이랬더라. 손을 빼낸 그는 제 검지에 짙게 묻은 붉은 화장품에 인상을 찌푸렸다. 겨우 포장 한 겹을 벗겨낸 것뿐인데, 자신은 뭘 기대한 걸까. 립스틱이라도 지우면, 이제 것 본적 없는 맨 얼굴의 그녀가 나타나기라도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바보 같다. 정말로 바보 같아서 리조토는 할 말이 없었다.
“미안, 화난 거야 리더?”
“화나지는 않았다. 시간이 늦었으니 슬슬 돌아가라”
“으음, 자고 가고 싶은데~ 안 될까?”
거절하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굳이 권유하는 말투로 묻는다. 실로 악취미다.
검지에 묻은 립스틱을 제 입술에 꾹 눌러 비빈 리조토는 여성용 화장품 특유의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 유쾌하지 않은 향이다. 마치 제가 몇 년 전부터 지금까지 쭉 보고있는, 이 여자에 대한 백일몽처럼.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거절해도 자고 갈 테니”
“어머, 눈치도 빨라”
반쯤 지워진 입술이, 또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잠깐 일렁인 기대라는 환상은 그 미소에 그대로 가라앉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