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혼 카츠라 코타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쉰여덟 번째 주제 : 숨바꼭질
숨바꼭질
written by Esoruen
“쿄코, 어디 갔니?”
코우메는 여유로운 얼굴로 서당 여기저기를 뒤졌다. ‘요 녀석들, 생각보다 잘 숨는 걸?’ 평소에 선생으로서는 잘 짓지 않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창고로 들어간 그녀는 어두운 곳에서 들리는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 숨바꼭질해요, 선생님!’ 수업이 끝나고 학부모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그렇게 제안해 왔을 때 코우메는 무슨 생각을 했던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선생의 일이니 싫지는 않았지만, 이런 놀이는 제게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너무 제게 유리해서 아이들과 하기엔 적합하지 않는 놀이라고 할까.
“흐음, 그럼 선생님이 술래를 할까?”
하지만 모처럼 이니, 거절하는 것도 좋지 않겠지. 그녀는 적당히 봐주며 할 생각으로 아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이들은 신이나선 서당 곳곳에 꼭꼭 숨어들었다. 60초, 딱 1분만 기다렸다가 아이들을 찾으러 나선 그녀는 전장에서 날카롭게 세웠던 오감을 지금 이 놀이에서 쓰지 않기 위해 여러모로 신경 써야 했었다.
한때, 나찰녀라고 불린 자신은 전장에서 수많은 천인을 죽였었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나라를 위해. 여러 이유로 칼을 다루고 전장에 나간 그녀에게 숨어있는 상대를 찾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특기는 기습이었으니까. 하지만 애들 놀이에 진지하게 이런 감을 썼다간, 스승 실격이지. 그녀는 최대한 느슨한 마음으로 제 제자들을 찾아 나섰다. 한 명, 두 명, 세 명까지는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마지막 남은 아이는 어딜 간 건지 보이질 않는다.
‘설마 밖으로 나가서 숨었나?’
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란 이기기 위해선 반칙도 저지르는 법이니 간과할 수 없었다. 본 건물을 떠나, 창고로 간 그녀는 그래서 그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제 예상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 얼른 찾아내서 다음 술래를 정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쌓인 상자들 사이로 다가가자.
“으악?!”
부스럭거리는 소리 대신, 우당탕, 요란한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의 그림자가 쏟아졌다. 두 명? 코우메는 이 창고에 숨어있는 것이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놀란 이유는 튀어나온 당사자의 얼굴이었다.
작은 그림자는, 분명 제 제자가 맞았다.
하지만 그 그림자 밑에 깔린 큰 그림자는 제가 오래 전부터 봐온 얼굴이긴 하지만, 왜 여기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대의 얼굴이었다.
“코타로?”
“아, 아아. 코우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는 제 위에 쓰러진 아이를 능숙하게 안아 올렸다. 언제 와있던 걸까. 그것보다, 왜 숨어있었던 걸까. 묻고 싶은 건 산더미였지만, 그녀가 묻기도 전에 카츠라 쪽이 먼저 해명을 늘어놓았다.
“그게, 오늘도 신센구미 녀석들에게 쫒기다 근처에 자네가 있다는 게 생각나서 숨었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서…”
“들어서?”
“깨어나 보니 옆에 이 아이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기에, 같이 숨어있었네!”
아니, 그럴 땐 너라도 우선 나와야지.
그렇게 태클을 걸려던 코우메는 결국 피식 웃어버렸다. 남자란 몇 살을 먹어도 어린아이 라더니. 그녀의 눈앞에는 제 제자도 카츠라도 그저 어린아이처럼 보여서 도저히 혼을 낼 수 없었다.
“좋아, 그럼 거실로 돌아가서 다 같이 간식을 먹을까. 코타로도 먹을래? 당고인데”
“오오, 좋지! 내 몫도 있나?”
“당고는 많이 있어”
언제 네가 찾아올지 몰라, 늘 많이 사놓으니까.
뒷말은 목구멍 안쪽에 슬쩍 감춘 그녀가 소리죽여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