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브루노 부차라티 드림
- 오리주 주의
- 퍼스널 컬러 AU (참고한 글 : http://kkouki.postype.com/post/53260/)
시에스타 옐로우
written by Esoruen
처음으로 그녀의 색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만나고 한 달 정도가 흐른 후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선명한 노란색. 아니, 그건 노란색이라고 하기 보다는 차라리 햇살의 색이라고 하는 편이 어울렸다. 선명하지만 부드럽고, 눈부시고, 따뜻한 그녀의 색은 온화하고 상냥한 그녀의 성품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어머”
그리고 그녀가 내 색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때 쯤 부터였을까. 오후의 시에스타 이후, 잠을 깨기 위해 차를 내온 그녀는 나를 빤히 보더니 킥킥 웃었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은 걸까. 의아한 얼굴로 뺨을 문지르자 산새 같은 목소리가 답했다.
“부차라티, 꼭 바다 같은 색을 하고 있었네요”
아아, 난 그런 색이었나. 내 색을 그렇게 표현해 준 것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보통은 평범하게 푸른색이라던가, 파랑이라던가, 그런 식으로 말해주는데. 내 아버지는 주로 전자를 사용했고, 어머니는 후자를 사용했다. 바다색이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 표현이었지만, 나는 이 말이 썩 마음에 들었다.
저 표현만 들으면, 마치, 그녀랑 같이 있으면. 나와 그녀의 색으로 온 세계가 한 여름의 해변으로 물들어 버릴 거 같았으니까.
“그런가. 꽤나 시적인 표현인걸”
“그런가요?”
“시레나는 햇살 같은 색이군”
“부차라티 쪽이 더 시인 같은 걸요”
네가 입을 활짝 벌리고 웃자, 가게 안으로 들어오던 햇볕이 순식간에 눈을 감았다. 마치 태양의 위치가 옮겨간 듯. 작은 가게 안에는 오직 그녀만의 노란 색으로 가득 차올랐다. 아아. 여기 있다면 언젠가 나도 저 빛나는 색에 물들어, 빛의 한 줄기가 될 것 같아서.
“일 많이 힘들죠? 천천히 쉬었다 가세요. 언제든, 제 도움이 필요하면 부르시고요”
“아아”
그녀는 언제나 나를 도와주지 못해 안달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일단 그녀는 우리가 지켜줘야 할 동료의 딸이었으니, 위험에 처하게 상황 따위는 만들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따뜻한 색을 가진 여자가 피를 묻는 세상 같은 건 옳지 않다고 느꼈으니까.
그렇게.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나는 샛노란 색으로 물든 내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색이 보이기 시작한지 몇 년이 흘렀고, 나는 어린 나의 예언대로 그녀의 색에 침식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도, 제 스탠드와 어울리는 새파란 색으로 발끝부터 다리까지 잔뜩 물들어, 상반신과 하반신이 다른 색이 되는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다.
색이 물드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지만, 어떻게 저렇게 물들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운명이나 신이라 하는 것은 그다지 믿지 않았지만, 운명의 신이라는 것이 있다면 꼭 묻고 싶었다. 꼭, 그녀를 저런 꼴로 만들었어야 속이 시원했겠냐고.
내 바람과 다르게 나보다 먼저 어른이 된 그녀는 나를 위해서, 혹은 조직을 위해서 여러 번 피를 묻혀야 했다. 놀랍다고 할까 슬프다고 할까. 그녀는 생각과는 다르게 적 앞에서 냉정하고 잔인한 갱의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내 눈은 도저히 그 모습이 잘 짜인 가짜 같아 시선을 두기 힘들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피를 흘리고 흐르게 하는 일이 많아졌고, 푸른빛도 그녀의 골반까지 올라와 이제는 그녀 본래의 색보다 내 색이 더 많은 꼴이 되고 말았다.
다리는 바다, 허리 위는 태양.
내가 만들어 낸 그 인어는 오늘도, 시에스타 후 잠을 깨우기 위한 차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부차라티, 다른 애들은…?”
“나란챠와 푸고는 일이다. 미스타는… 개인적인 볼일이 있다더군. 아바키오는 곧 올 거다”
“다들 바쁘네요”
오늘도 해가 잘 드는 창가에서 무엇보다 빛나는 그녀의 손끝에,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아아, 더 이상은. 그만. 나는 오후의 햇빛과 같은 색으로 물든 팔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전히 햇살 같은 색이군”
사실은 이제 내 멍 같은 푸른색이 더 많지만
“부차라티도, 여전히 바다 같은 색이네요”
그녀는 한없이 기쁜 표정으로 본래 제 것이었던 색으로 물든 내 손을 꽉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