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5부 프로슈토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97회 주제 : 사탕
사탕이 주제인데 왜 사탕은 안 나오는가에 대하여
하루 빠르지만 화이트데이 연성이라 칩시다!!(?)
정작 화이트 데이는 한중일만 있다는 거 같지만 픽션이니 그러려니 합시다!!!(오열)
사탕
written by Esoruen
요란한 총성과 함께 거구의 몸이 쓰러졌다. ‘쳇’ 양복에 튄 피를 성가시다는 듯 털어내려던 프로슈토는 제게 내밀어진 손수건에 인상을 찌푸렸다. 잔뜩 곤란해 보이는 표정,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로 웃고 있는 펫시는 오늘도 제가 조금도 활약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섣불리 프로슈토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저, 형님. 이걸로 닦…”
“너 임마!!”
퍽. 순식간에 펫시의 다리를 걷어찬 그는 뒤로 넘어지는 몸을 잡아주지도 않았다. ‘갱이라는 놈이, 사람 하나 못 죽이고!’ ‘암살팀이라는 녀석이!’ 언제나 해줬던 잔소리를 하며 발길질하던 프로슈토는 잘못했다고 비는 펫시를 노려보다가, 겨우 발을 멈추었다.
“다음부턴 똑바로 해! 언제까지나 내가 네 뒤를 봐줄 순 없으니까”
“아, 알았어요. 형님! 그럼, 일단 돌아가나요?”
“뭐, 그래야지. 여기 있는 놈들만 다 죽이면 되는 거였고…”
담배를 꺼내 문 그는 갑자기 라이터를 꺼내려다 말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인기척이라도 느낀 걸까. 펫시는 혼난 것이 거슬려 스탠드를 꺼내, 낚시 바늘을 던지려 했다.
“잠깐”
“혀, 형님?”
성큼성큼. 창가로 다가간 그가 주목한 것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이었다. 붉은색 커튼은 언뜻 보기엔 아무 이상이 없어보였는데, 그는 도대체 어떤 점이 거슬린 걸까.
거칠게 커튼을 잡은 그는 재촉하듯 툭툭, 천을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넌 또 무슨 일이야? 리조토는 없어. 아니, 알고 왔을 것 같지만”
“…후후”
‘예리하기도 해라’ 커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달콤했다.
프로슈토의 손에서 빠져나간 커튼이 가볍게 요동치면서 사람의 형상이 튀어나왔다. 그 커튼만큼이나 붉은 입술. 새까만 머리카락. 이런 피 튀는 곳에서 갱스터와 이야기를 하고 있기엔 너무나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그녀는 사뿐히 프로슈토의 앞에 착지했다.
“어떻게 알았어? 오늘은 조용히 들렀다 가려고 했는데”
“퍽이나. 일하러 오는 데 향수 뿌리는 멍청이가 뭘 조용히 들렀다 간다는 거야? 일 때문에 온 거 아니지?”
“아니야. 물론 오라버니 일 때문에 온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일하러 가려고 했어. 지나가는 길에 들린 거야”
“누가 네 오라버니야?!”
이제는 이런 장난에도 안 넘어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 펫시는 몇 년 째 그녀의 말에 휘둘리는 프로슈토를 볼 때 마다 신기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제게는 더없이 믿음직한 형님, 암살팀 안에서도 실력이나 배짱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훌륭한 갱인 그가 겨우 여자하나에 휘둘리다니. 아, 물론 그 여자가 정보 관리팀의 에이스이자 허니 트랩의 대가, 암살팀 리더마저도 쥐고 흔드는 파네 비안코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건 아닐까.
“어쨌든, 난 얼른 일하러 가야 하니 용건만 말할게?”
“무슨 일 하러 가는데?”
“어머 그건 비밀. 정보 관리부 사람에게서 뭘 캐내려는 거야?”
어차피 화장법이나 향수의 종류를 봐서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위장잠입을 하러 가는 거겠지. 장소는 파티나 바, 아니면 호텔일까. 제가 알 바는 아니었지만, 그런 종류의 일이라면 얼른 가서 약속시간에 안 늦는 편이 좋을 텐데.
“…빨리 말해. 나한테 무슨 용건이야?”
“나한테 뭐 줄 거 없어?”
“뭐?”
“오늘 화이트 데이잖아? 사탕 줘. 사탕. 리조토에겐 아까 받았는데, 난 오라버니 것도 가지고 싶어서!”
이게 지금 뭐라는 거야. 프로슈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불도 붙이지 않은 담배를 뱉었다. 그런 날이 있는지는 알았지만, 그게 오늘이었나? 죽거나 죽이는 일상. 피비린내 나는 갱스터 주제에 뭘 그런 걸 챙긴단 말인가. 그는 당장이라도 ‘없으니 할 일 하러 가!’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파네는 생각보다 훨씬 끈질긴 여자였다. 아마 제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이상, 순순히 돌아가진 않을 테지. 잠깐 고민하던 그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그녀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어머’ 놀란 그녀가 고개를 빼기도 전에 가볍게 붉은 입술에 키스한 프로슈토는 입이 떨어지기 무섭게 황급히 제 입술에 묻은 립스틱을 손으로 훔쳤다.
“사탕은 없어, 이거뿐이니까 빨리 꺼져”
“…푸흡!”
뭐가 웃긴 걸까. 흐트러진 입술 화장을 고칠 생각도 않고 소리죽여 웃던 그녀가 창가 쪽으로 물러섰다.
“진짜 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줘도 지랄이야”
“아냐, 아냐. 진짜 기뻐! 그럼 다음에 봐, 오라버니?”
‘저걸 확!’ 프로슈토가 그녀에게 쏘아붙이기도 전, 파네는 열린 창문사이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여간, 곤란하기 짝이 없는 여자다. 그는 새로 담배를 꺼내고 펫시에게 돌아가자는 듯 손짓했다. 일도 다 끝났는데,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했다. 평소라면 화가 났을 텐데 어째서일까. 그 낭비한 시간이 그녀 때문이란 걸 생각하면, 이상하게 프로슈토는 그다지 열 받지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