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는 사귀게 된지 이틀 째 날에 이루어졌다. 사실 데이트라고 해 봐야 영화를 보는 것이 다였지만, 와카마츠에게는 전날 밤 잠도 못 자게 할 만큼 설레는 이벤트였다. 보러 가게 된 영화는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로 유명 배우들이 나오는 멜로물이었다. 사실 이런 영화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싫어도 이마요시가 보고 싶다면 그걸로 족한 일이었다.
이마요시는 약속시간에 정확히 극장 앞으로 왔었다. 30분 정도 일찍 와있던 와카마츠는 어색하게 연인이 된 제 선배에게 인사했었고, 이마요시는 마치 3년 정도 사귄 연인에게 대하듯 자연스럽게 와카마츠의 손을 잡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영화를 보고 난 후 점심을 먹기로 했기에 팝콘과 콜라는 사지 않았고, 빈손으로 상영관에 들어간 두 사람은 영화가 시작 될 때 까지 아무 말도 나누지 않았다. 짧은 광고 후, 시작된 영화는 분명 재미있었지만 멜로물엔 영 취미가 없는 와카마츠에겐 큰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스크린 속 남녀를 바라보던 그는 제 옆의 연인을 바라보았다. 이마요시는 진지하게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이마요시는 영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크린 빛에서 나오는 어슴푸레한 빛, 그 빛만으로 이마요시의 얼굴을 훑던 와카마츠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렇게 가까이서 이마요시를 오래 바라본 적이 있던가. 그 사실을 알고 나자 와카마츠는 더 긴장하고 말았다. 연습을 할 때도, 대화를 할 때도 이렇게 오래 같이 붙어있던 적은 없었다. 눈치를 보지 않고 느긋하게 이마요시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자세히 관찰한 이마요시는 평소에 제가 알던 그 모습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때. 식은땀이 나는 손 위에 이마요시의 손이 올라왔다. 갑자기 손을 잡은 것도 놀랄만한 일인데, 이마요시는 고개를 돌려 와카마츠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바라보던 걸 들킨 것인가. 긴장하고 있는 와중 이마요시가 말했다.
“영화 다 끝났으니 나가야제”
정신을 차리고 스크린을 보자, 아까 보이던 연인들은 어디 가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오고 있었다.
자신을 선배라고 부르는 인물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익숙한 목소리. 와카마츠는 얼굴을 확인하지도 않았는데도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오미네 네가 여긴 무슨 일이냐?”
“잠깐 누구 만나느라”
아오미네에 손에 농구공이 들려있는 걸 봐선 분명 상대는 선수였을 거라고 와카마츠는 짐작했다. 중학교 동창 중 한명이거나, 사쿠라이거나 모모이. 이 정도밖에 짐작은 안 갔지만 어쨌든 농구에 관련된 누군가였을 것이었다. 게다가 이 공원은 작아도 농구코트 정도는 있다. 그냥 폼으로 들고 나왔을 리가 없었다.
“선배는 무슨 일로 온 거야? 데이트라도 했나?”
“너 다 봤냐?!”
“아니 그냥 해본소리인데, 맞구나”
와카마츠는 대답 대신 헛기침만을 했다. 아오미네는 자신과 이마요시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애초에 작년 레귤러였던 멤버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 딱히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 달 한정 연애라는 사실은 연애 당사자들만 아는 이야기였다.
“어지간히도 빠져 사나보네, 조심하지 그래?”
아오미네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하곤 와카마츠를 지나쳐갔다. 평소라면 그저 재수 없는 소리 하고 있네, 라고 넘길 말이었을 텐데. 이상하게 와카마츠는 아오미네의 말이 거슬렸다.
“야”
와카마츠가 아오미네의 어깨를 잡자 아오미네는 순순히 멈춰섰다.
“너, 그거 무슨 말이냐”
“말 그대로의 의미인데”
“그러니까 뭘 조심하란 거냐고”
아오미네는 어깨를 으쓱였다. 모른 척을 하고 있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와카마츠의 인내심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