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If 설정 기반입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7편 링크

 

Bitter candy

08

written by Esoruen

 

 

결국 밤새 하야마에 관해 고민한 미야지는 퀭한 얼굴로 학교에 출근했다. 졸음이 쏟아지긴 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고 학생이 없을 시간엔 엎드려 자면 됐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출근한 미야지였지만 그가 간과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가 고민하느라 못 잔 근본적 원인은, 아직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미야지 선생님!”

 

잠을 깨우기 위한 커피를 타오던 미야지는 제 뒤에서 부르는 소리에 놀라 잔을 떨어뜨릴 뻔 했다. 등교시간, 수많은 오고가는 학생들 사이를 요리조리 헤쳐 가며 미야지에게 다가온 하야마는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로 인사 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아, 아. 그래. 응”

 

누가 봐도 잘 잔 얼굴에 미야지는 괜히 짜증이 났다. 괜히 고민하느라 밤을 샌 자신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그, 손은 괜찮냐?”

“네! 앗. 지금 저 걱정 해 주시는 거죠?! 우와, 저 감동이에요!”

“양호선생이 학생 걱정하는 게 감동할 일 정도는 아니지”

 

최대한 무덤덤하게 넘겨버리려는 미야지와는 달리, 하야마는 미야지가 걱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지 안 그래도 입이 째질 듯 웃고 있는 얼굴에 더 생기가 돌았다.

역시 이대로는 안 된다. 한숨을 푹 쉰 미야지는 제 머리를 헝클였다.

 

“하야마, 잠깐 시간 되냐?”

“에? 네! 아직 조례까지 멀었잖아요! 되고말고요!”

“훌륭하네, 잠깐 따라와라”

 

미야지는 혹시 눈에 띄진 않을까 걱정하면서 하야마를 양호실로 데려왔다. 어차피 누가 보았다고 해도 ‘손을 봐주기 위해서’ 라던가 변명하면 그만이긴 했지만, 아침부터 담임도 아닌 선생이 학생을 따로 부르는 것이 좋아 보일 리는 없었으니까.

타온 커피를 책상위에 두고 하야마에겐 양호실에 비치된 비타민 음료를 건넨 미야지는 책상 의자에 앉고 하야마를 침대에 앉혔다.

 

“너한테 한 가지 약속을 받아둬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말문을 연 미야지는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난 솔직히 네가 날 정말로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농담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겠어. 그래서 말이야, 졸업 하고 난 뒤 교제는 생각해 볼게. 하지만 조건이 있어”

“조건이요? 무슨 조건이에요?!”

 

미야지의 긍정적인 대답에 하야마는 무엇이라도 할 기세로 물었다. 미야지는 마냥 신난 하야마를 보고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하야마의 코를 눌렀다.

 

“양호실 출입을 졸업 때 까지 자제할 것. 되도록 나와 안 만나주길 바란다 이거야”

“예!? 왜요?! 그럼 다쳤을 때는요?!”

“그땐 어쩔 수 없지만, 너희 농구부 매니저는 간단한 치료정도는 할 줄 알거 아냐?”

 

들켰다. 말로 하지 않아도 하야마의 표정에 드러나는 말이었다. 솔직하게 표정이 드러나는 하야마를 보자 ‘이건 너무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미야지의 결심은 굳건했다. 하야마의 코를 누르고 있던 손을 뗀 미야지는 의기소침 해진 헛기침을 해 주의를 끌었다.

 

“이유는 별거 없어. 네가 매일매일 날 보러 오가면 공부도 운동도 지장이 있을 거니까. 졸업 후엔 네 마음대로 오가면 되잖아? 그 정도도 못 참으면, 졸업까지 어떻게 참겠어?”

 

꽤 설득력 있는 미야지의 말에 하야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주어 없는 말을 내뱉은 미야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이제 학업에 열중하러 가도록. 곧 아침조례 시간이야”

“가기 전에 키스 하고 가도 돼요?”

“이놈 봐라? 아주 이제 나랑 사귀니 마니 이야기가 오가니 겁을 상실했나!”

“장난이에요!”

 

그제야 해맑게 웃은 하야마는 벌떡 일어나 미야지의 손을 잡았다. 제 손보다는 조금 큰 따스한 손. 잉크와 커피향이 배여 있는, 하지만 자신의 피부보단 조금 더 흰 손. 무언가를 결심하는 듯 그 손을 꽉 쥐었다 놓은 하야마는 근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졸업식 날 기대하세요, 키스할거니까”

“퍽이나. 맞기 싫으면 빨리 들어가”

“네~ 네~”

 

아쉽다는 듯 천천히 손을 놓은 하야마는 양호실을 나가 빠르게 계단을 뛰어올라갔다. 혼자 남은 양호실, 미야지는 의자에 앉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 결국 쐐기를 박는 약속을 해 버렸다! 더 이상 자신도 물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미야지의 마음속엔 죄책감과는 다른 설렘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

 

이 이야기도 겨우 끝이 보여가네요

다음이 마지막, 입니다. 아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