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로코의 농구 하야마 코타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138회 주제 : 기회를 놓치다
기회를 놓치다
written by Esoruen
있잖아. 타네구치.
귓가에 아주 가까이, 익숙한 목소리가 간질거린다.
점심시간, 도시락도 싸오지 않은 미하네는 간단히 매점의 빵과 캔커피로 점심을 해결하고 낮잠을 자기 위해 책상에 엎어져 있다가 원치 않은 방문객 때문에 고개를 들었다. 어제도 밤새 글을 쓰고 숙제를 하느라 3시간 밖에 못 자서 지금 자지 않으면 안 되는데. 불규칙한 생활인 건 알고 있었지만, 학생이자 작가라는 자리는 그런 것이었다.
“…하야마 군?”
“자고 있었어? 내가 깨운 거야?”
“아니, 괜찮아. 무슨 일이야?”
제게 말을 건 것은 옆자리의 남학생이었다. 하야마 군. 퍽이나 정감 없는 호칭이다. 그래도 나름 이 반에서는 가장 친한 상대라고 할 수 있는데, 너무 딱딱하게 부르는 건가?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미하네는 이런 것에는 선을 지나치게 분명히 긋는 편이라, 존댓말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에게 친근감을 표하고 있다는 걸 모두 알 수 있었으니까.
“이번 주 주말에 시간 있어?”
“이번 주?”
이번 주는 딱히 일정은 없다. 집에 틀어박혀 원고를 쓰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지만, 그건 굳이 그 날이 아니어도 하는 일이었으니 일정이라곤 할 수 없지. 잠깐 고민하던 미하네는 아무 일도 없다는 뜻으로 고개를 저었다.
“잘 됐다!! 나 그날 시합 있거든! 구경 와!”
“시합?”
“응! 예선전 전의 친선경기지만!”
예선전이라면 인터하이인가. 벌써 친선경기를 할 정도가 되었다니, 새삼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 느껴졌다. 입학식을 하고 고등학교 교복을 처음 입어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반에서 친한 친구도 생기고 여름방학도 다가오고 있다니.
뭐, 설마 그 친구가 이런 자신과는 정반대 타입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남자애인 것은 여러 의미로 신기하지만 인생이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예측 할 수 없기에 인생은 재미있는 법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하야마가 싫지 않았으니, 이 예외성은 축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어디서 해?”
“으음, 어디더라? 무슨 체육관이었는데… 저기 시내 지나서…”
저렇게 설명을 못 하는 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지 않을까. 미하네는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릴 뻔 했다. 하지만 진짜 웃으면 바보취급 해 버리는 거니 참아야겠지. 평소와 같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머릿속으로 지하철 노선도를 그리던 그녀는 위치를 대충 짐작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안 멀면 괜찮아, 갈게”
“정말?!”
“응. 한번쯤은 보고 싶거든, 하야마 군이 농구하는 모습”
제가 그에게 처음 관심을 가진 것도, 다 자신과는 너무 다른 그 생동감 때문이었으니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자신은 절대 할 수 없는 걸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존재. 미하네가 하야마에게 느끼는 관심은 거기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았다. 물론 그것만이 하야마를 설명하는 키워드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지만…
“정말? 내 농구하는 모습을?”
“응. 체육 시간 땐 피구나 달리기만 하니까. 하야마 군이 정말 잘 하는 건 얼마나 신나서 할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거라면 나 연습할 때 구경하러 와도 되는 거 아냐? 아, 감독이 싫어하려나? 하지만 다른 여자애들도 잔뜩 구경 오고 하는데…”
“…가도 되는 거야?”
하야마의 태도에 조금은 놀란 듯, 미하네의 눈에서 졸음기가 싹 달아났다. 자신은 그를 신경 쓰고 있고, 그가 가장 친한 클래스메이트라고 생각하지만 하야마에겐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연습이라는 정식 부활동을 보고 있어도 될 정도로 가까운 존재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하야마는 친구가 많았다. 정확하게는 교우관계에 선을 긋지 않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하자면 누구와도 두루두루 친하단 의미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미하네는 제가 그에겐 그저 옆자리의 여학생, 혹은 가끔 모르는 걸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여자애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그가 제일 열중하는 농구에, 쉽게 관여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에? 안 될 이유가 있어…?”
“…그…”
하야마 군에게 나는 뭐야? 그렇게 물어보려던 미하네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걸 물어서 뭘 어쩌겠다는 걸까. 막상 자신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표정 관리가 안 될 정도로 곤란해 할 거면서. 하지만 이런 걸 물을 기회는 보통 잘 오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좋은가. 자랑은 아니지만 그 나름 자신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미하네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 최고의 결과를 도출했다.
“아무것도 아냐. 주말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