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소마츠상 마츠노 쵸로마츠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146회 주제 : 눈에 밟히다
냐쨩! 냐쨩!
그리고 메구미도 지하아이돌 좋아하는거 맞습니다 괜히 냐쨩 알아봤겠나(?
눈에 밟히다
written by Esoruen
카도와키 메구미, 그녀와의 첫 만남은 어땠던가. 쵸로마츠는 처음 그녀와 만난 날을 떠올릴 때 마다 그날의 자신은 무슨 라이트 노벨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았단 생각을 하곤 했다.
냐쨩이 자주 콘서트를 여는 그 지하무대와 가까운 곳의 편의점. 거기서 언제나처럼 음료수를 사 공연장으로 가려 한 쵸로마츠는 제 앞에서 계산한 그녀가 동전지갑을 두고 가는 것을 보고 급하게 메구미를 불렀었다.
“저기!”
“네?”
뭘 산건지 몰라도 그녀가 든 비닐봉지는 묵직했다. ‘누가 보면 장이라도 보고 가는 줄 알겠네’ 참견에 가까운 생각을 한 그는 ‘이거…’ 라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병아리 모양의 지갑을 내밀었다. 아. 짧은 탄식과 함께 붉어지는 얼굴. 도대체 뭐가 부끄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메구미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고맙습니다’라 인사하고 지갑을 낚아채갔다.
‘사람이 깜빡할 수도 있지, 별게 다 부끄러운가 보네’
그 당시 자신은 그저 그렇게만 생각했었다. 사춘기일 때니까, 자신은 공감 못할 이유로 예민할 수도 있지. 둔감하기만 한 다섯 원수 놈들과 살아, 자신도 무뎌진 걸지도. 음료를 계산하고 나온 쵸로마츠는 혹시나 싶어 편의점 근처를 두리번거렸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물론 그 행동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하도 부끄러워해서 찾아본 것 뿐.
그리고 그렇게, 제 머릿속에서 그 날의 기억이 사라져 갈 때 쯤.
‘어라?’
두 번째로 그녀와 만나게 된 것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있는 놀이터였다. 늦은 시간이라 가로등 불만이 스산하게 놀이기구들을 비추고, 거기서 놀만한 어린애들은 아무도 없는 와중. 메구미는 혼자 그네에 앉아 열심히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설마, 가출이라도 한 건 아니겠지? 오지랖인건 알지만 쵸로마츠는 어른으로서 그녀가 걱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그다지 성실해 보이지도 않고…’
지금 생각하면 편견이 따로 없지만, 쵸로마츠의 눈에 보이는 메구미는 그렇게 견실해 보이는 학생은 아니었다. 교복은 이 근처에서 공부 잘하는 걸로 유명한 애들만 모인다는 여고의 것을 입고 있어도, 염색으로 물들인 머리와 화려한 스트랩이 주렁주렁 달린 폰은 교칙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으니까. 비행청소년 까진 아니어도, 말 그대로 좀 노는 걸 좋아하는 이미지라 할까.
“저기”
여자에게 사적인 말을 거는 것은 쥐약이나 다름없는 자신이지만, 상대가 여자가 아니라 그냥 어린애라고 생각된 이상 망설일 것도 없다. 마치 길 잃은 어린애에게 가 어머니가 어디 있냐고 묻듯이, 쵸로마츠는 조심스럽게 메구미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시간에 어두운 곳에 혼자 있으면 위험하다고? 그, 가출한 건 아니지?”
“…당신…”
불행인지 다행인지 메구미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그녀는 쵸로마츠를 위아래로 가볍게 훑어보고는, 조금은 짜증난다는 얼굴로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전에 그 아이돌 오타쿠 아냐?”
“뭐?”
“맞잖아요. 하시모토 냐 부채 들고 편의점에서 음료수 사던 남자”
“……”
이렇게 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으면 기뻐해야하나 화를 내야하나 혼란스럽다. 그것보다, 굳이 아이돌 오타쿠라고 해야 하나? 제가 뭘 했다고?! 사람이 지하 아이돌을 좀 좋아하고 굿즈도 살 수도 있지! 그것보다 굿즈를 알아본 이쪽도 오히려 오타쿠 아닐까?
너무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날뛰자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 딴죽을 걸던 그 반사 신경은 어디로 간 거지. 설마, 여자 앞이라고 둔해진 거면 자신은 정말 바보다. 방금 전까지 여자가 아니라 애라고, 그렇게 생각 했으면서.
“가출한 거 아니에요. 금방 들어갈 거니까…”
말끝을 흐리며 일어난 그녀는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고 중얼거렸다. ‘오지랖 넓은 남자네’ 딱히 불쾌해 하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신기해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그러고 보니 제가 왜 쓸데없이 참견하려고 한 걸까. 한번쯤 본 얼굴이라서? 메구미가 고개만 꾸벅이는 인사를 하고 가버리고, 혼자 놀이터에 남겨진 그는 다음에 그녀와 다시 마주쳤을 때가 되어서야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카도와키는 이상하게 눈에 밟혔으니까’
그렇게 빼어난 미소녀도 아니고, 사근사근하게 말하는 호감형 말투도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눈에 띄었다. 그 스티커와 스트랩 범벅인 핸드폰처럼, 뿌리부분에 원래 머리색이 희미하게 보이는 그 염색 금발처럼.
‘역시 편의점에서 안 마주쳤으면 이런 관계도 못 되었을 거야’
그녀와 보낸 문자를 정리하던 쵸로마츠는 책상위에 늘어져 냐짱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