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 8화까지 본 기준으로 썼습니다.

 

피터팬 증후군

written by Esoruen

 

 

나나세 하루카는 마츠오카 린에게 졌다. 절대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루카의 마음을 짓눌렀다.

밤공기가 서늘했다. 하늘은 맑고 달은 둥글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는 밤. 하지만 하루카는 그렇게나 좋아하는 물속에 잠겨있으면서도 기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지역대회 예선 100m 자유형 경기에서 린에게 졌다.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그가 ‘승부에 졌다’는 것은 어찌 보면 별로 대단하지 않은 일일 수도 있었다. 적어도 하루카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기든 지든, 이 승부가 끝나면 자신은 린과의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져 다시 제 마음껏 수영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카는 확실히 상심했다. 린에게도 지고, 예선도 탈락했다. ‘수영 할 수 있으면 그걸로 됐어’ 그런 말은 도저히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인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린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한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 뿐.

 

‘이제 두 번 다시 너와 수영할 일은 없어’

 

단호하고도 날카로운 말. 단 한 번의 승리. 린이 필요한 것은 겨우 그것이었단 말인가. 그것 하나 때문에, 자신에게 그토록 ‘승부하자’고 이야기 한 것인가. 하루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한번 이겨보는 것이 무엇이기에.

역시 계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다. 후회를 해 보았지만 그 후회는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계영을 다시 시작한 이유는 린 때문만은 아니다. 나기사와 마코토. 두 사람의 끝없는 권유. ‘다시 하루와 헤엄치고 싶어’ 마코토의 그 말. 그리고 물을 사랑하는 마음. 모든 것이 복잡하게 얽혀 그는 계영의 세계로 다시 뛰어든 것이었다.

절대 린 너 하나 때문이 아냐.

얼어붙을 듯 차가운 물속에서 하루카가 입모양만으로 중얼거렸다. 하루카를 떠난 호흡이, 기포로 두둥실 떠올랐다. 물속에 잠겨있던 하루카는 몸에 힘을 풀었다. 균형 잡힌 몸은, 유연하게 물 위로 떠올랐고 하루카는 눈을 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때 그 승부에서 내가졌다면’

 

오늘 몇 번이고 말했던 가정이었다. 아주 오래전, 자신과 린이 중학교 1학년이었던 그때 했던 승부. 그 승부에서 하루카는 린에게 이겼다. 린은 주저앉아 울었고, 하루카는 무언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죄책감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계영을 그만두었다. 린을 상처 입혔다는 그 죄책감은, 하루카의 발에 무거운 추를 달아버렸다. 여전히 물은 좋아했지만, 누군가와 함께 수영하는 것이 싫어져 버렸다. 자신과 헤엄친 누군가가 상처받을까봐 무서웠던 그가 내린, 극단적 선택.

만약 자신이 그 승부에서 졌다면, 린은 웃었을까. 린은 상처받지 않고, 자신도 아무 걱정 없이 그저 ‘헤엄치는 것’에만 집중 할 수 있었을까. 과거에 물어도 과거는 그대로, 미래는 보이지 조차 않았다. 머리가 아파왔다. 머리가 무거워져 머리만 수영장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게 아닐까 하는 망상까지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왜 헤엄치는지, 하루카는 알 수 없었다. 승부 따위에 집착하기 시작하는 자신이 낯설었다. ‘나나세 하루카’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렇다면 자신은 누구인가. 고민하던 하루카는 발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수영장 한가운데 가만히 선 하루카의 위로,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하루카는 문 득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넷이서 사이좋게 수영 클럽을 다니고, 그저 물을 느끼는 것을 좋아했던 어린 자신이 있던 시절을. 그 시절 린은 분명 이렇지 않았다. 올림픽 선수를 꿈꾼다며 노력하고 헤엄치고, 그런 것은 지금과 같았지만 단지 헤엄칠 뿐인 하루카를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밌는 녀석’이라도 했다. 같이 릴레이에 나가달라고도 했고, 우승하고 사진을 찍을 땐 제 옆에서 누구보다 신난 표정으로 웃었다.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면, 더 이상 멀어지기 전 여기서 멈추고 싶었다. 이미 달라진 린을 두고서, 나기사와 마코토 그리고 레이와 함께 그 시절의 감정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졌다.

 

애초에 함께 수영하는 즐거움을, 릴레이를 처음 하게 해준 것은 린이었는데. 그걸 알려주곤 린은 제멋대로 유학을 가버리곤, 돌아와서 승부하고는 졌다고 낙담해 하루카에게 주박을 걸어놓더니, 이젠 하루카를 변화시키고 상처 입혔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루카는 제 멋대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내가 그때 린을 상처 입혔으니, 나도 똑같이 상처 입은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은 조금 편해졌다. 수영하는 이유는, 나중에 찾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속에 꿈틀거리던 아픔이 사라졌다. 이제 자신도 린과 같은 길을 걸어갈 차례였다. 상처 입었으니, 주저앉았으니, 다시 일어서서 걸어가면 된다. 하지만 더 이상 린은 자신과 헤엄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내가 만들어 주겠어’

 

자신을 지나쳐, 저 멀리 달려가는 린을 붙잡기 위해선 그 방법 밖에 없었다. 하루카는 딱히 린이 예전과 같이 돌아오거나, 자신들과 같이 사이좋게 수영하게 되길 바라지 않았다. 다만, 자신을 이겨 버린 린이 이제 어떻게 될지가 조금 걱정되었다. 겨우 자신에게 이기고, 모든 걸 다 이뤘다는 듯 앞으로 달려가는 린은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 또 다른 넘어설 상대를 찾아 집요하게 승부를 겨룰까, 아니면 그저 제 꿈을 위해 헤엄칠까. 하루카는 지켜보러 가기위해 린을 쫒기로 했다.

밤하늘을 비추던 물의 수면에, 어린 린의 모습이 환상처럼 어른거렸다. 곧 따라갈게. 하루카가 말을 걸자 어린 린은 웃어보였다.

 

+

 

스터디 제출한 린하루입니다.

제 티스토리를 린하루로 와주시는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린하루 행쇼.. 할 수 있을까요 과연..

 

제가 린하루를 쓸 때 마다 맨 앞에 (애니 ~화 까지 보고 쓴것이다)를 붙히는 것은 이녀석들은 애니 막화가야지 뭔가 관계나 떡밥이나 감정선이 정리가 될 것 같아서 차후에 설정미스가 날까봐 적어놓는 것입니다.

사실 진짜 완결나면 린하루로 연성노예가 되려고 했는데, 아니 제 덕심이 자꾸 연성하라고 해서 연성했습니다. 그만큼 좋아요 좋아죽겠어요 린하루. 프리 애니 완결나면 제가 진짜 린하루로 글 왕창 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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