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소마츠상 마츠노 쵸로마츠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57회 주제 : Trick or Treat
Trick or Treat
written by Esoruen
‘마츠노 씨, 좋은 거 보여줄까?’
사귀지만 않을 뿐, 매주 두 번 이상 얼굴을 보는 여자 사람에게 이런 문자가 왔을 땐 뭐라고 답하면 좋을까. 좋은 거? 냐쨩 콘서트 무료 티켓 같은 건가? 쵸로마츠는 메구미의 문자를 몇 분이고 노려만 보며 답장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어라? 메구미 쨩 문자야?”
“윽, 뭘 훔쳐보는 거야 톳티!!”
“에 훔쳐 본 거 아니라구~? 다 보이게 들고 있는 건 쵸로마츠 형 쪽이었고~”
히죽 웃는 토도마츠의 눈빛이 수상하다. 분명 메구미에게 관심이 있으니 저 ‘좋은 거’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 거겠지. 쵸로마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원래도 다른 형제에게 그녀의 문자를 보여 주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그게 토도마츠라면 두 배로 싫다. 이 잔망스러운 막내는 자신과 그녀가 ‘정식으로 사귀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몇 번이나 메구미에게 접근했었던가.
“저리 가! 프라이버시도 모르냐?!”
“와 쵸로마츠 형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뭐야 그 반응!!”
‘딩동’ 두 사람이 싸우는 사이 쵸로마츠의 핸드폰이 한 번 더 울렸다. 메구미에게서 온 문자인가? 토도마츠는 아직 끈질기게 자신의 핸드폰을 보려고 하고 있지만 그녀에게 답장을 해주지 않을 순 없다. 슬쩍 핸드폰을 본 그는 ‘빨리 답 안하면 안 보여 줄 거야’ 라는 내용을 읽고 소리부터 지르고 말았다.
“네 녀석 때문이잖아!!”
“어?! 갑자기 왜 화내는 거?!”
“됐어 빨리 나가!!”
제 동생을 매정하게 방 밖으로 밀어낸 그는 방문이 열리지 않게 등으로 눌러 막으며 답장을 보냈다. ‘볼래, 보고 싶어!’ 답장이 늦어 미안하다는 사과도 쓰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토도마츠의 저항이 너무 거셌다. 문이라도 잠그는 게 좋을까 싶어도, 어차피 아래층에서 열쇠를 가져와 따겠으니 소용없다는 생각도 든다.
‘뭐기에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정말로 좋은 게 아니라 단순히 놀리는 거라면 화내버릴지도. 쵸로마츠는 답장이 오지 않는 핸드폰을 잡고 온갖 상상을 해보았다. 진짜 냐쨩 콘서트 티켓인가? 아니면, 설마 취직자리라도 소개시켜 주려고? 고등학생인 그녀가? 그럴 리가 없지만 자신에게 좋은 것일 만한 물건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딩동’
“왔다!”
드디어 왔나.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메시지를 확인한 쵸로마츠는 돌처럼 굳어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쾅!’ 그가 다리에 힘이 풀린 사이 문을 열고 들어온 토도마츠는 매정한 셋째 형에게 자신을 쫒아낸 사실을 비난하려고 했지만, 그 멍한 표정에 화가 쑥 가라앉고 말았다.
“…쵸로마츠 형?”
“……”
“뭐야, 뭐야? 좋은 거 왔어?”
얼마나 좋으면 사람이 혼이 빠지지? 토도마츠는 문제의 문자를 보고 순식간에 형의 심정을 이해했다. 혼이 빠질 만도 하네, 아니 안 빠지면 이상하지. 그것도 그럴 것이, 자신도 지금 혼이 빠질 것 같으니까 말이다.
문자에는 메구미의 사진이 첨부되어있었다. 스스로 찍은 걸까. 위에서 아래로 보는 구도로 찍혀있는 사진 속 그녀는 평소 늘 입는 교복이 아닌, 화려한 마녀 복장을 입고 있었다. 살짝 파인 가슴, 짧은 치마, 그리고 까만 스타킹까지.
‘Trick or Treat! 친구들이랑 할로윈 준비 중이야’ 사진 밑에는 그렇게 본문 내용이 적혀있었지만, 마츠노 가의 두 남자는 멍하니 사진만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메구미 쨩 완전 귀엽네”
“…어, 그러게”
그 두 마디만 겨우 나눈 둘은 한참동안 사진을 보며 집 나간 제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