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그니피센트 7 빌리 록스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165회 주제 : 수고했어
수고했어
written by Esoruen
“굿나잇, 저 여자 누구야?”
그가 에이미에 대해 처음 입을 연 것은 그녀가 굿나잇에게 세 번째 일을 받으러 갔을 때였다.
누가 봐도 여자로 보이는데, 복장은 남성복에 리볼버까지 제대로 가지고 있다. 남장여자를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저렇게 본격적으로 갖춰 입고 다니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는데. 낮선 이국의 땅, 저 혼자 동양인이라 느끼는 이질감처럼 그녀에겐 혼자만 다른 성별이 주는 이질감이 느껴졌다. 물론 그녀가 여자라는 것만 빼면, 이 주점에 있기에 어색한 존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아. 그러고 보니 소개한 적이 없군. 리브먼! 이리 와봐!”
“어?”
도박판에 끼어 뭐라고 훈수를 두던 그녀는 굿나잇의 부름에 귀찮다는 듯 다가왔다. 타박타박. 고양이가 걷는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은 그녀가 굽이 있는 부츠만 신지 않았어도 완벽하게 발소리를 감출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 같아 빌리는 흥미가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암살자의 본능이었다.
“왜 그래? 뭔가 까먹은 거라도 있어?”
“그건 아니고. 빌리가 널 궁금해 해서. 빌리, 이쪽은 리브먼이야. 원래는 돈을 받고 이런 저런 일을 해주는데 요즘은 적당한 건수가 없어 내가 일을 넘겨주고 있지”
“아하”
궁금증이 풀린 빌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굿나잇이 최근 골머리를 썩던 일을 처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했는데, 이 여자에게 처리하게 한 게 분명했다. 에이미를 위아래로 훑어본 그는 어색하게 손을 내밀었다. 서양의 인사가 익숙하지 않은 그는, 악수를 해야 할 때 마다 괜히 온 몸이 간지러웠다.
“동양인?”
“처음 보나?”
“응, 그런데 영어 잘 하네? 대단한 걸?”
다행이 동양인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 걸까. 그녀는 친근하게 말을 걸며 빌리와 손을 잡았다. 어쩌면, 똑같이 총잡이 사회에선 차별받는 입장이니 친근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지. 악수를 마친 그는 손을 빼려고 했지만, 에이미는 멀어지는 손을 재빨리 다시 잡았다.
“당신, 총잡이 맞아?”
“어?”
“아니, 손이 좀 특이해서. 내 착각이라면 미안하고”
‘특이해서’ 라.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서 특이점을 느꼈는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은 총도 쏘지만, 일단 나이프를 던지는 게 본업이다. 겨우 한 번의 악수로 그걸 파악할 수 있다니. 남장을 하고 총질을 하고 다니는 것부터가 대담하단 생각은 했지만, 어쩌면 이 여자는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미 리브먼이야, 편한대로 불러”
“빌리 록스”
“응? 동양인 아니었어?”
“맞긴 한데 사정이…”
조금은 긴 이야기를 하려던 빌리는 갑자기 잡고 있던 손을 확 잡아당겼다. ‘아’ 몸의 중심이 흔들린 그녀는 넘어지지 않게 테이블을 짚었지만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무언가가 그녀의 머리 위로 스쳐지나갔다.
쨍그랑. 유리잔이 깨지는 소리에 다시 고개를 든 에이미는 놀란 눈으로 빌리를 보았다. 지금, 그가 잡아당기지 않았다면 자신은 분명 머리에 잔을 맞았을 것이다.
“큰일 날 뻔 했어”
무사한 걸 확인한 그는 그제야 에이미의 손을 놓을 수 있었다. 아까 전엔 다시 잡으러 온 손이 이번에는 쫒아오지 않는다. 조금 섭섭한 반응일지 몰라도, 그녀의 표정은 밝았다.
“오… 신사적이기도 해라”
‘마음에 들었어’ 호박색 눈동자를 빛내며 웃은 그녀는 똑바로 서며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대충 빗어 넘겼다.
“그럼 로비쇼, 난 갈게. 우리 신사분도 잘 있고”
“아 그래 잘 가! 일 마치면 보자고!”
“그래”
벌써 가는 걸까. 인사만 남기고 매정하게 돌아서는 에이미를 보며 빌리는 별다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차피 또 오는 걸 안다면, 다시 만났을 때 또 길게 대화하면 될 테니까. 다만 걱정되는 게 있다면 오늘은 통성명을 하느라 말을 걸 기회라도 있었지, 다음엔 뭘 주제로 말을 걸면 되는 걸까. 그다지 말주변이 없는 빌리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녀가 일을 하러 떠난다는 걸 떠올렸다.
‘수고했다고 해 주면 되려나’
제가 맡긴 일은 아니지만, 굿나잇과 자신은 한편이니 상관없겠지. 고민이 단번에 해결된 그는 악수를 나눴던 손을 쥐었다 펴며 에이미의 미소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