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written by Esoruen
‘내 고향은 눈과 얼음이 항상 덮여있었어’ 언젠가 프로즌하트가 해준 말을 떠올리며 워록은 얼음 덩어리를 세게 밟았다.
우연히 아라드로 오게 된 후, 워록이 유일하게 알고 지냈던 동료라곤 같은 마계에서 온 프로즌하트 뿐이었다. 고향도 같고, 나이대도 비슷한데다 둘 다 어비스의 힘을 얻은 자. 공통점도 많았지만 안 맞는 면도 은근히 많았다. 사이가 좋았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하긴 쉽지 않았지만 딱히 나쁜 사이도 아니었다.
적어도, 위험에 처한 걸 모른 척 할 사이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게 누가 혼자 먼저가래, 멍청이 같으니라고”
쓰러진 반투족이 가득한 얼음 궁전을 혼자 걸으며 워록은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반투족의 부탁으로 얼음 궁전에 조사를 하러 간 프로즌하트는, 해가 한번 졌다 뜨는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워록은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그런 곳이면 나 혼자서도 충분해’ 라고 프로즌하트는 대꾸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얼음을 다루는 만큼, 그런 곳은 자신 혼자도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지만 이렇게 돌아오지 않았다. 바보 같기도 했고, 한심하기도 했지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아직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네. 제 앞길에 쓰러져있는 수많은 반투족 여자들. 아무리 보아도 분명 프로즌하트가 쓰러트린 것이었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워록은 기뻐하고 있었다. 어차피 어비스 덕분에 죽을 리는 없었지만, 많이 다쳤다면 곤란하니까.
‘그러고 보니 민타이도 겨우 돌아왔었다고 하던가?’
얼음 궁전에 사람이 사라진 건 한 두 번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어린아이들이 많이 사라졌다고 했다. 어린아이라는 부분도 거슬렸지만, 더 거슬리는 것은 이 얼음궁전에 얽힌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동화라니, 유치해’
황폐한 마계에서 자란 워록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프로즌하트는 달랐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난생 처음 ‘기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저 혼자 던전으로 가버렸으니까. 역시 눈과 얼음에 관련된 이야기에서 제 고향을 떠올린 걸까. 워록은 뼛속까지 파고드는 설산의 추위를 느끼며 머릿속으로 가보지도 못한 프로즌하트의 고향을 떠올렸다.
그의 눈부신 은발처럼 반짝이는 색의 눈과 얼음. 사도조차도 접근하지 못했던 추위. 그리고 그곳에서 자라난 프로즌하트.
동화가 있다면, 이쪽이 더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스쳐지나가던 순간, 저 멀리서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긴장한 워록은 공격을 퍼붓기 위해 마력을 손에 집중했지만, 곧 익숙한 짙은 색 망토에 마력을 거두었다.
“프로즌하트!”
이름을 부르자 주저앉아있던 프로즌하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프로즌하트의 앞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거대한 조각상 같은 것이 빛나고 있었다. 마치 얼음을 조각해 만든 것 같은 그것은, 거대한 왕좌(王座)였다.
“로시는 죽었어, 아이들은 모두 마을로 돌아갔을 거야”
잠긴 목소리로 말하는 프로즌하트의 입에서 하얀 냉기가 흘러나왔다. 얼어붙은 심장과 몸을 가진 그에겐, 입김이 아닌 설산의 추위에도지지 않을 정도의 냉기가 늘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워록은 천천히 왕좌로 다가갔다. 아무래도 로시라는 것은 이 왕좌에 앉아있던 사람의 이름인 것 같았다.
“네가 한 거야?”
“응”
“그런데 왜 안 돌아가고 있었어? 걱정했잖아!”
버럭 화를 내는 워록과는 달리 프로즌하트는 차분히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영롱한 푸른빛을 내는 반지였다. 반지를 가만히 보고 있던 프로즌하트는 워록에게 손짓했다. 워록은 군말 없이, 프로즌하트의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로시가 남긴 거야”
“유품 같은 건가?”
“너 줄게. 난 필요 없어. 무기 잡기 불편하니까”
그렇게 말한 프로즌하트는 강제로 워록의 손에 그 반지를 끼워줬다.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반지는 마치 맞춤제작 한 것처럼 워록의 손에 딱 맞았다. 워록은 약간의 냉기가 서린 반지위에 손을 얹었다. 프로즌하트의 냉기가, 피부를 넘어 전해져 오는 감각은 묘했다.
“정말 너 안 가져도 되겠어?”
“응, 대신…”
무어라 말을 하려던 프로즌하트는 잠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들었다. 얼어붙은 나무들과 흩날리는 눈. 꿈만 같은 시리고 아름다운 광경. 제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순백의 세계. 프로즌하트는 고향에라도 온 듯 마음이 편해져 자신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 지었다.
“내가 없을 때, 그 반지를 보며 날 기억해줘”
아름다운 미소와는 다른 쓸쓸한 말에 워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일어서서, 삐뚤어진 프로즌 하트의 망토를 고쳐주고 차가운 몸을 끌어안을 뿐.
“돌아가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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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법사 커플 너무 좋아요 허으..ㅠㅠㅠ
스터디에 낸 글 입니다. 여러분 던파하세요 제발.. 제가 잘 해 드림..
얼음궁전 그리워요 사실 스토리도 가물가물.. 대전이로 사라진 얼음궁전.. 안녕.. 굿바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