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죠죠의 기묘한 모험 나란챠 길가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189회 주제 : 손수건
손수건
written by Esoruen
“세상에, 나란챠! 괜찮은 거야?”
시레나는 테이블을 치우다 말고 놀라서 외쳤다. 요 며칠 안보인다 싶던 나란챠가 상처투성이로 돌아왔다. 당장 부차라티에게 연락해야겠지만, 그녀는 눈앞의 나란챠를 챙기는 게 더 급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다른 사람들은?”
“몰라! 젠장~!! 다 나만 두고 가고!!”
“두고 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말하기 부끄러운 일인 걸까. 잠깐 표정이 굳어졌던 나란챠는 볼에 흐르는 피를 손등으로 훔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말하기 껄끄럽지만, 시레나라면 어디에 소문을 내거나 험담을 늘어놓지는 않을 테니 괜찮다. 그는 그만큼 그녀를 신뢰하고 있었다.
“미스타랑 푸고랑 같이 일 하러 갔는데, 생각보다 일이 틀어져서… 그런데 둘 다 난 안 챙기고 따로 도망갔다고?!”
“…아….”
“젠장~!! 난 면허도 없는데 걸어서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둘 다 죽여 버릴 거야!!”
도대체 얼마나 멀리 임무를 갔던 거지. 시레나의 얼굴에 번진 감정이 걱정에서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분명 미스타랑 푸고는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밥을 먹으러 왔었는데. 어쩜 그렇게 모른 척 할 수 있었던 걸까. 장난이라면 참으로 짓궂고 갱으로서 냉정하게 구는 거라면 너무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밥은 먹었어?”
“어, 음. 아침은 빵 훔쳐서 먹었는데 지금은 배고파!”
“음. 그럼 우선 밥부터 먹을까. 아, 상처 치료도 해야 하는데….”
“괜찮아! 이정도 쯤이야!”
이 상황에서도 씩씩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시레나는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었다. 비록 부타라티의 팀에서 제일 어린 것은 아니지만 언제나 어린아이 같은 그는 시레나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였다.
“그럼 잠시만. 고르곤 졸라가 조금 남았거든. 그 전에….”
그녀는 흙먼지가 묻은 나란챠의 손에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연하늘색으로 꽃 자수가 놓인 흰 손수건은 마치 그녀의 일부 같다. 배가 고프고 피곤한 상황에서도 나란챠는 그런 생각을 하고 표정이 풀어졌다.
“일단 손이랑 얼굴 씻고 와. 밥 차려놓고 부차라티에게 연락 해 놓을게.”
“…고마워, 시레나! 역시 시레나 뿐이야!”
“어머, 그런 말 하면 부차라티가 섭섭해 할걸. 나란챠가 안 보인다고 걱정했는걸.”
“그런가? 음. 그래도! 고마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도 받은 어린아이같이 웃은 나란챠는 씩씩하게 대답하고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어머.’ 작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반사적으로 그를 마주 안아준 시레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렇게 마냥 아이 같아도 파시오네의 일원으로서 일을 하고 오다니. 조금 찡해진 그녀는 오늘 간식은 오렌지로 준비하기로 하고 팔을 거두었다.
“자, 얼른 씻고 와. 밥 먹기 전엔 손을 씻어야 하니까.”
“응, 응!”
식당에 들어올 때 보다 3배정도는 빠른 속도로 화장실로 직행하는 나란챠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저렇게 화가 금방 풀리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그 덕분에 오늘 시레나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는 틈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