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NF 데스페라도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190회 주제 : 변덕
변덕
written by Esoruen
“뭐야, 오늘 날씨 왜 이래?”
데스페라도는 창문을 여는 루엔의 목소리에 잠이 깨버렸다. ‘무슨 일이야?’ 그렇게 물으려던 그는 이불 위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에 인상을 찌푸렸다. 분명 어제까진 날이 많이 따뜻해졌었는데. 갑자기 다시 추워지다니. 워낙에 변덕스러운 무법지대의 날씨라지만, 이 온도차는 너무했다. 아마 추위에 질색하는 루엔은 더 기겁했겠지. 그는 두꺼운 이불을 걷고 상체를 들었다.
“엄청 추운 것 같은데.”
“엄청? 이건 ‘엄청’이라는 말로 부족해! 완전 사기라고! 어제까진 분명 봄이라도 올 것처럼 따뜻했잖아?!”
아주 잠깐 문을 열었다 닫은 것뿐인데, 루엔은 새하얗게 질려 두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 이렇게 추위를 잘 타는데 어떻게 매년 겨울을 버티는 걸까. 바로 옆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데스페라도 조차도 그건 미스터리라고 생각했다.
“알겠으니까 이리 와.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더 자던가.”
“잠 다 깼어. 추워서….”
“…그래도 일단 와서 몸이나 녹여.”
“으으.”
아무리 무법지대의 악몽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무법자라도, 겨울 추위 앞에서는 대자연 앞 인간일 뿐. 그의 옆, 아직 따뜻한 침대로 쏙 들어간 루엔은 찬 공기가 남아있는 제 머리카락을 빗어 넘겼다.
“나가기 싫다….”
“그럼 오늘은 이러고 있을까. 딱히 나갈 일도 없고.”
“그럴까….”
그의 품에 기대 대답한 루엔이 늘어져라 하품을 했다. 잠이 다 깼다고 한지 아직 10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그사이 졸음이 몰려 온 걸까. 워낙 이불도 두껍고 따뜻하니 이해는 가지만, 정말이지 지금 날씨만큼 변덕스러운 연인이었다.
“졸려?”
“아니….”
“너 눈 감긴 거 아냐.”
“나 안자….”
이미 졸고 있는데 무슨. 그는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고 그녀를 똑바로 뉘였다. 창밖은 아직 아침 해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더 재울 수 있겠지. 그때가 되면 햇빛에 데워진 공기도 조금은 따뜻해질 테고, 다시 일어난 그녀가 나가자고 변덕을 부릴 수도 있을 테니까.
“…아침이라도 만들어 둘까.”
부엌일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일은 하면 느는 법이다. 혼자 산 세월과 루엔과 단 둘이 지낸 기간이 인생의 대부분인 그는 좋고 싫고를 떠나 밥 정도는 척척 만들 수 있었고, 결과물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냉큼 ‘해볼까’ 라며 나서는 건, 루엔을 위해서라면 이 정도 변덕도 부릴 수 있다는 의미였지만.
“푹 자라.”
장난스레 그녀의 볼을 쿡 찌른 데스페라도는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 부엌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