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로코의 농구 하야마 코타로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07회 주제 : 느낌이 와
느낌이 와
written by Esoruen
여름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창문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뜨겁게까지 느껴졌다. 누가 보면 초여름인줄 알 날씨다. 눈부신 햇빛, 지루한 수업, 점심시간 때 먹은 밥과 간식으로 가득 찬 위장. 졸기에는 딱 좋은 날씨다. 턱을 괴고 하품을 한 하야마는 문득 저 멀리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코타로.’
옆 분단의 한 줄 앞. 열심히 필기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한 제 연인이 자신을 보고 있다. 물론 대놓고 빤히 보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살짝 고개를 돌리고 힐끔거리고 있었으니 눈에 거슬릴 정도의 액션은 되었다. 입모양만으로 자신을 부르는 걸 눈치 챈 하야마는 얼굴 가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졸지 마.’
“응?”
“…….”
일부러 들키지 않게 입모양만으로 말한 건데, 하야마는 아무 의심도 없이 소리를 내 대답한다. 그리 큰 소리가 아니라서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선생님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지만, 주변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하야마를 봤다. 이러려고 부른 게 아닌데. 한숨을 푹 내쉰 그녀가 손을 저었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하야마가 고개를 돌려버리는 미하네를 몇 분이나 바라보았을까, 구세주 같은 수업 종료 종소리가 울렸다. 요란한 종소리에 잠이 조금은 깬 하야마는 교과서를 덮지도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미하네! 아까 뭐라고 했어?”
선생님이 나가기 무섭게 제 옆으로 달려오는 그의 뒤에서 보이지 않는 꼬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코트 위에서는 맹수 같지만, 역시 평소에 볼 때는 덩치 큰 대형견 같아 귀엽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하지만 180cm나 되는 남고생을 보고 대뜸 귀엽다고 하는 자신을 이해해 줄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겠지. 그러니 미하네는 목 끝까지 차오른 감상평을 삼키고 대답만을 꺼내놓았다.
“졸지 마, 라고 했어. 잠은 다 깬 것 같으니 이젠 괜찮겠지만.”
“응? 그런 거였어?”
“그래. 날씨가 이러니 졸린 것도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고 졸면 선생님에게 혼날걸.”
“그랬구나! 아, 잠깐! 내가 존 건 어떻게 알았어?!”
분명 미하네는 자신보다 앞쪽에 앉아있다. 고개를 돌려 매일 확인하지 않는다면, 제가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게 정상인데 어떻게 된 걸까. 성실한 그녀가 수업 중에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야, 네 남자친구 졸아!’ 라고 가르쳐 줬을까? 그런 고자질을 할 만한 사람도 없을 텐데?
“…그냥 느낌이 왔어.”
“어? 그러니까…, 내가 졸 것 같은 느낌?”
“응. 나도 분명 졸렸으니까. 코타로도 분명 졸리겠구나 싶어서.”
그런 거였나. 궁금증이 풀린 하야마가 소리죽여 웃었다. 어떻게 보면 창피한 모습을 보인 것이긴 하지만, 미하네와 일심동체처럼 여겨진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잠 깼으면 됐어. 다음 시간엔 졸지 마.”
“음. 다음 시간엔 미하네가 조는지 아닌지 내가 보고 있어야지.”
“그러다 선생님에게 혼나도 난 몰라.”
새침하게 대답한 미하네가 입을 가렸다. 분명 저 희멀건 손 너머엔 얇은 입술이 미소 짓고 있겠지. 어쩐지 심장 부근이 아파져오기 시작한 하야마는 어색하게 코 밑을 문지르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볼이 뜨겁다. 분명 봄 햇살이 쓸데없이 뜨겁기 때문일 거다.
하야마는 펼쳐놓은 교과서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