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 날

from Fiction/Dream/그 외 2017. 5. 1. 22:22


※ 2세합작 시즌 3에 참여한 글. 합작 홈 주소 → https://moonmist.wixsite.com/dreamjunior3

※ 오소마츠상 마츠노 쵸로마츠 드림. 오리주 주의.




화창한 봄 날

written by Esoruen




아빠! 이거 봐요! 진짜 살아있는 곰이야!”

“3마리나 있어! 우와!!”

잠깐, 코마츠! 타이마츠! 뛰면 안 돼!!”

 

하아. 깊은 한숨을 내뱉은 쵸로마츠는 제 손을 놓고 앞으로 질주하는 쌍둥이 자식들을 쫒아갔다. 아주 어렸을 때는 어떻게 통제라도 됐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론 도저히 제어가 안 된다. 육아란 이렇게 힘든 거였나. 새삼 여섯 쌍둥이를 키운 부모님이 존경스러워 졌다.

 

잡았다! 이 녀석들, 아빠를 놓고 가면 안 된다고 했지?”

우왓!”

 

제 양팔에 잡힌 아이들은 혼내는 아버지의 모습마저도 즐거운지 깔깔 웃으며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지금 술래잡기 놀이라도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늘 잔소리를 하는 아빠지만 자신들에겐 다정한 것을 알기 때문일까. 쌍둥이들은 쵸로마츠를 친구처럼 좋아했고, 누구보다도 편한 상대라고 생각했다.

 

쵸로마츠, 애들은? , 다 잡았구나.”

아아. 왔어?”

 

발버둥치는 아이들을 더 이상 잡고 있기 힘들 때 쯤, 마치 구세주가 강림하듯 제 아내가 나타났다. 이제 됐다. 혼자서 둘을 보는 건 힘들지만 둘이서 둘을 보는 건 쉬우니까. 안심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놓은 쵸로마츠는 메구미가 들고 온 도시락 가방과 비닐봉투를 받아들었다.

 

. 미안해, 조금 늦었지? 매점에 사람이 많더라고. 물 하나 사는데 뭘 이렇게 기다려야 하나 싶었어.”

뭐 주말이니까. 수고했어. , 밥 먹자.”

와아!”

 

밥 이야기에 아이들은 근처 테이블로 달려가 얌전히 앉았다. 그렇게 뛰어 놀았으니 배가 고플 법도 하지. 피식 웃은 쵸로마츠는 메구미가 준비한 도시락을 하나씩 풀어보았다. 샌드위치에 주먹밥, 닭튀김에 계란말이까지. 꽤나 신경 쓴 티가 나는 도시락에선 맛있는 냄새가 가득 피어오르고 있었다.

 

엄마, 새우튀김은?”

 

딸인 코마츠는 포크질을 하다 말고 메구미에게 물었다. 이 많은 반찬 중 굳이 좋아하는 게 없다고 투정부리는 것은 귀엽지만, 그렇다고 당장 만들어 줄 수도 없으니 곤란하기 그지없다. 어색하게 웃은 메구미는 닭튀김을 딸 앞으로 내밀었다.

 

미안. 새우는 없어. 대신 이거라도 먹자.”

다음엔 꼭 만들어주세요!”

그래. 그래. , 타이마츠도 먹으렴.”

 

어느 한 쪽만 챙겨주면 아이는 쉽게 상처받는다. 아니. 사실 아이가 아니더라도 두 사람 중 한 쪽에게만 관심을 보인다면 다른 한 쪽이 상처받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지. 아들에게도 닭튀김과 계란말이를 권한 메구미는 알아서 잘 챙겨먹고 있는 남편 옆에 앉아 물을 들이켰다.

 

날씨가 좋아서 다행이야. 간만의 소풍인데 비라도 오면 어쩌나 했어.”

너무 좋아서 탈이지. 늦봄인데 더울 지경이니까. , 애들이 즐거워 하니 됐나?”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 자식들을 보고 있다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절로 배가 불러온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육아는 고된 일이라, 뭐라도 먹지 않으면 아이들을 기를 수 없다. 기묘한 모순 속에서 식사를 하는 부부는 아이들이 먹는 속도에 맞춰 느릿느릿 젓가락을 움직였다.

 

오빠, 나 오렌지 주스 줘.”

? . 그래 이거 너 먹어.”

와아!”

 

사이가 좋아서 다행이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쵸로마츠였다. 어렸을 때부터 쌍둥이 형제들과 옥신각신하며 큰 그는 제 자식들이 사이가 좋은 남매인 게 무엇보다 다행이라 느껴졌다. 만약 사이까지 나빴다면 정말 몸이 남아나지 않았겠지. 다시 한 번, 친가에 있을 부모님이 존경스러워졌다.

 

조만간 찾아뵈어야 하려나.”

? 왜 그래, 쵸로마츠?”

아아. 아냐. 그냥 부모님 생각이 나서.”

아하.”

 

메구미는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둘 만으로도 고역인데, 여섯은 무슨 지옥일까. 온 몸에 닭살이 돋는 기분이다. 팔을 가볍게 한번 문지른 그녀는 벌써 도시락을 비우고 과자를 까먹고 있는 자식들을 눈으로 훑었다.

 

몸이 고된 것도 고된 거지만, 식비도 장난 아닐 것 같은데.”

, 그건 그랬지. 우리 형제는 다 남자니까 다들 많이 먹기도 하고. 특히 쥬시마츠가.”

.”

 

겨우 한 마디 탄식일 뿐인데 그 안에는 108가지의 감정이 들어있다. 아내의 탄식에 영혼이 빠진 얼굴로 웃은 쵸로마츠는 핸드폰을 켜 바탕화면을 보았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어플들 아래 보이는 배경에는 얼마 전 찍은 가족사진이 깔려있다.

입학식 기념이라고 간만에 다 같이 찍은 사진 속, 아이들과 아내의 표정엔 행복이 가득하다. 물론 제 얼굴도 마찬가지다. 좀 쑥스럽긴 하지만,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은 정말로 행복해 보여서 육아의 고통 같은 건 읽기 힘들었으니까.

 

둘이라서 힘들 긴 하지만, 역시 쌍둥이라 다행이야.”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 나도 동의하지만.”

뭐 이렇게 말해도 제일 고생한 건 너지만. 둘이나 낳아줘서 고마워.”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아아.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연애시절 때 자주 보던 부끄러워하는 표정에 쵸로마츠는 웃음이 터질 뻔 했다. 그녀가 고등학생이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 아내인데다가 아이까지 있는 엄마라니. 세월은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아마 조금 더 있으면 초등학교 1학년인 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고, 자신들도 더 이상 젊은 부부라고는 불리지 못할 나이가 되겠지.

 

그냥 좋아서.”

좋아서는 무슨! 이 아저씨가 점점 능글맞아지네?”

메구미는 여전히 귀엽지만.”

…….”

 

너무 놀렸나?’ 귀까지 붉게 물든 아내의 얼굴을 본 쵸로마츠는 제게 불똥이 튀기 전 재빨리 일어나 아이들의 손을 잡았다.

 

우리 아이스크림 사 먹으러 갈까?”

! , !”

나는 딸기 맛!!”

그래, 그래. 엄마 것도 사오자. 알겠지?”

 

절대 자신은 도망가는 게 아니다. 아니, 후퇴하는 건 맞지만 작전 상 후퇴일 뿐이지. 그렇게 스스로에게 세뇌를 건 쵸로마츠는 메구미가 좋아하는 맛이 무엇이었나를 떠올리며 남매를 아이스크림 가판대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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