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NF 멜빈 리히터 드림
- 오리주 주의
- 제 218회 주제 : 만날 순 없어도
만날 순 없어도
written by Esoruen
넬레가 니베르를 따라 노블 스카이로 간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이 이렇게 길었던가. 멜빈은 젤딘에게 부탁받은 일을 끝마치고 기지개를 켜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게 있어 일주일이란 순식간에 지나가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녀가 없어진 이후 이렇게 길게 느껴지게 되다니. 과학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신기한 기분이었다.
상냥하고 정이 많은 넬레는 매일 그리 늦지 않은 오후, 자신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주곤 했다. ‘안녕, 멜빈! 오늘은 나엔 씨랑 같이 하루 종일 일했어.’ ‘오늘 라이오닐 씨가 남는 건빵을 나눠줬어. 생각보다는 맛있었어.’ 영상통화로 전해주는 이야기는 시시콜콜한 것뿐이었지만, 중요한건 대화의 내용이 아니었다.
‘분명 노블 스카이라면 최전방이지.’
노블 스카이는 본래 군함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안톤을 처리하기 위해 띄워진 배니 지금은 군함보다도 위험한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도 안톤과 제일 앞에서 대치하는 곳, 공격의 시작이자, 피격의 시작인 곳. 그곳에 넬레가 있다고 생각하면 일하다가도 손이 멈춘다.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는데, 이렇게 무사하다고 연락이 와주는 건 고마운 일이었지. 사교성이나 배려심 같은 건 없는 멜빈이었지만, 넬레의 연락만큼은 진심으로 고맙게 느껴졌다.
“오늘은 늦네. 일이 많은 건가….”
금강랑에 기대어 누운 멜빈은 아무도 듣지 않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조금 있으면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보통 연락은 해가 지기 전에 오는 편이었는데, 오늘은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다. ‘설마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었지만 만약 전투가 있었다면 젤딘 쪽으로 연락이 왔을 것이다. 지금은 젤딘도 조용한 걸 보면,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거겠지. 그러니, 자신은 좀 더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다.
‘오라버니도 많이 불안하시겠군요. 넬레 씨는 병기 전문가지만 전투가 전문인 건 아닌데.’
제 상황을 들은 리아는 자신이 더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그리 말했었다. 그때 자신은 무슨 대답을 했던가. 아마 냉정하게 전혀 아니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정적인 대답이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넬레는 자신보다 똑똑하진 않지만 마음이 강한 사람이었다. 사람간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하고, 상대를 편안하게 만든다. 게다가 병기를 만드는 만큼 전투도 자신보다 잘했고, 불리한 싸움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만날 수 없어도 불안하지 않다. 넬레라면 무엇이든 잘할 테니까.
‘물론 좀 외롭긴 하지만, 내가 애도 아니고 뭐.’
무릎을 끌어안은 멜빈은 울리지 않는 통신기를 노려보았다. 연락이 오면 소리가 날 테니 잠깐 졸자. 두 눈을 살짝 감은 멜빈은 불편한 자세로 옅은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