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이 울부짖는 소리가 별이 가득한 하늘을 가르고 숲 너머 마을까지 질주했다. 바람에 나뭇잎들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도, 풀벌레가 우는 소리도, 마을까지 혼자 돌아가는 소녀에게는 유령의 통곡소리같이 느껴졌다.

건넛마을로 심부름을 간 것은 분명 이른 저녁이었다. 해가 지는 시간을 잘 못 계산한 것도 실수였지만, 마을의 불량한 청년들의 집요한 집적거림을 피하는 데에도 시간이 들어버린 탓에 소녀의 귀갓길은 으슥한 밤이 되고 말았다.

긴 스커트 밑을 분주히 움직이는 다리는 길고 가느다랗다. 밤바람에 망가지고 있는 머리는 어깨 길이의 금발, 어두운 숲을 두리번거리는 눈동자는 물 빛, 흔히 말하는 미소녀였지만 울먹거리는 탓에 고운 얼굴은 그다지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엄마…"


좁은 흙길을 뛰듯 걸어가며 소녀는 불안감을 없애려는 듯 계속해서 엄마를 불렀다. 지금쯤이면 따뜻한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잠 못 잘 어머니를 생각하자 소녀의 고인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흐릿해진 시야 속, 무언가가.


'바스락'


이질적인 소음에 소녀는 멈춰 섰다. 공포로 그대로 굳어버린 소녀는 눈을 비비고 주변을 살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지나가는 들짐승이 수풀을 건드린 것이겠지, 스스로 그리 결론지은 소녀가 앞을 보는 순간, 새까만 무언가가 그녀를 덮쳤다.


툴썩


비명을 지르지도 못할 정도로 겁을 먹은 소녀는 자신의 위를 올라탄 짐승을 보았다. 아니 그것은 짐승이 아니었다. 덩치가 큰 짐승 같았던 그것은 갓 사춘기를 지난 것처럼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밤바람이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차가운 피부는 핏기 없는 하얀색. 공포와 욕망에 휩싸인 갈색 눈은 크고 섬뜩한 영롱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눈빛이라기 보단, 굶주린 맹수의 시선이었다. 금방이라도 소녀를 죽일 듯 덤벼든 남자는 색색거리며 그녀를 내려다 볼 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겁에 질려 숨만 겨우 내쉬고 있을 때, 남자가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끈적끈적한 숨소리와 함께 드러난 것은 두개의 긴 송곳니. 그 위협적인 날카로움을 마주한 소녀는 본능적으로 괴성을 질렀다.


"꺄아악!!"

"히익!"


하이톤의 비명에 놀란 남자가 몸을 움츠렸다. 소녀만큼이나 겁을 먹은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새까만 손톱을 물어뜯었다. 짐승의 사나움이 담긴 눈동자가 울먹이더니, 이내 붉은색으로 번뜩였다.


"꺄…!"


소녀의 비명이 한순간에 끊겼다.

소녀의 목덜미에 고개를 처박은 남자는 무엇을 하는지 몸을 움찔거리며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 시끄러운 숲이 한순간에 조용해지더니 바람마저도 멎었다.

조금 뒤 남자가 떨어졌다. 소녀는 움직이질 않았고 남자의 생기 없는 입술에는 붉은 액체가 잔뜩 묻어있었다. 피 비린내가 흙냄새와 섞이고, 다시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뭐고, 식사 다 했나?"


장난스러운 미성에 남자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붉게 변했던 두 눈은 어느새 도로 영롱한 갈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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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쿠라이와 이마요시만 나오고 어영부영 끝난 불쌍한 소설..

언젠가 살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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